국립대학 구조조정계획에서부터 지금의 대학기본역량진단 등의 평가로 변천된 역사가 있다. 지난주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 평가 3주기 결과가 발표되었다. 지난 두 번의 평가에 기획처장과 산학협력단장으로 참여한 경험을 통해, 평가는 개인행동과 조직 행동을 이끌고 대학자원을 동원하기에 그 중요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일률적인 하향식 기준의 평가가 과연 대학의 역량을 얼마나 향상시켰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향후 10년 뒤 평가와 지원이 세계적으로 국가와 지역의 경쟁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 바란다.
지난 10년을 돌아볼 때 대학에 어떤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 성과가 있었을까. 산학일체? 위기의 상황에서 그 돌파구로서 대학과 기업의 영역과 활동이 밀착해 상호 윈윈 하는 '산학일체'의 모습이 필요하다. 필자는 20년간 미국 리서치트라이앵글(RTP)의 변화와 대덕특구를 비교 연구하며 대학과 지역의 상생 모습을 찾곤 한다. 왜 연구년도 계속 같은 곳으로 가는지 주위에서 물어보곤 한다. 그때 한 곳에 가면 그 변화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고, 종단연구가 가능하며 바로 현지적응화 등 장점이 많다고 답한 기억이 난다. RTP 내 교수창업으로 매출액 3조 원의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사스 인스티튜트'(SAS Institute)가 있다.
몇 차례 현지 교수들과 노스캐롤라이나 캐리(Cary) 본사를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이곳이 기업인지 대학인지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SAS 본사는 아름답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자녀들은 캠퍼스 안 유치원에 부모 손잡고 출근한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좋은 복지가 계속 유지된 것은 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제임스 굿나잇 회장의 개인회사이기 때문이다. 포춘 지에서 선정하는 '가장 일하기 좋은 곳'에도 수차례 선정될 정도로 선호하는 직장이며, 자율성과 다양한 복지혜택, 낮은 이직률, 본사 옆 묘지 등을 보고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향후 IPO를 준비 중인 SAS에 이런 전통의 문화가 지속될까?
사스(SAS)의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대학의 교육과정에 깊이 들어와 대학변화와 산학일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2006년 사스(SAS) 굿나잇 회장과 NC State 총장이 분석과학대학원(MSA)을 미국 내 최초로 설립한 이후 대학원은 비약적 발전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학의 기득권을 극복하는 변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회사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마이클 라파(Michael Rappa) 교수는 1년짜리 집중 석사과정을 제안하였고, 센터니얼(Centennial) 산학캠퍼스에 만든 '선진분석학 연구소'(Institute of Advance Analytics)에 이를 별도로 두었다. 여기서 학생들은 분석학문과 함께 SAS 등에서 개발한 동일한 도구를 사용해 실습(hands-on experience)을 통해 산학일체의 인재로 거듭날 수 있었다.
매년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의 혁신 프로그램이 사회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정성적으로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대학경쟁력 평가시스템은 고무적이다. WURI(World's Universities with Real Impact), '우리' 랭킹은 2020년부터 한자대학동맹, 국제경쟁력연구원(IPSNC), 유엔훈련조사연구원(UNITAR) 등 4개의 기관이 공동으로 발표한다. 5가지 지표를 평가하는데, 산업계 적용도, 창업과 기업가정신, 사회적 책임과 윤리, 대학 간 교류협력과 개방성, 위기관리 등이다.
한편 산학일체 방안으로 캠퍼스를 기업의 본사로 개방, 유치 정책도 필요하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에 캠퍼스 유휴부지 등을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 본사로 제공하고, 이때 정부는 수도권 본사 이전 시 상속 등에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안도 필요하다. 인구감소, 고령화, 지역소멸의 삼중고에 놓인 지역과 대학을 위한 전향적 정책이 요구된다. /최종인 한밭대 산학협력 부총장, 융합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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