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한밭대 부총장, 융합경영학과 교수 |
또한 이 시기에 노르웨이 의회가 전하는 소식도 우리 호기심을 자극한다. 노벨 위원회는 10월 4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의 순서로 6개 분야 수상자를 발표한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온라인 시상식이 진행되었지만, 올해는 선진국들의 백신 접종으로 스웨덴에서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진행된다. 매년 이맘때면 방송과 언론에서는 다양한 예상 소식을 전하면서 기대와 아쉬움을 표현하곤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 확진자 증가와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등 대형사건들로 묻힌 모습이다.
올해 노벨상 중 평화상의 경우 후보자 329명의 중에는 개인이 234명, 조직이 95개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름은 수상자가 공표된 뒤 50년까지는 엄격히 확인하지 못하도록 규정화되어 후보로 나오는 이름들은 추측성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기술 연구자들,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이름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올해 수상자 또한 과학과 사회를 지속적으로 바꾸는데 영감을 불어넣은 그룹에 돌아갈 것이다.
120년 동안 수상자 900여 명 중 57명(약 6%)만이 여성 수상자이다. 그중에 모녀의 2대에 걸친 노벨상 수상이 눈에 띈다. 바로 퀴리부인으로 알려진 마리 퀴리(Marie Curie)와 딸 이렌(Irene)의 이야기다. 이렌은 어릴 때 엄마의 독특한 교육방식을 따른다. 1914년 전쟁 통에 마리 퀴리는 이렌을 X-레이 시설 차에 태우고 이동식 방사선 기기로 부상 당한 군인들 치료에 함께했다. X-레이 기계로 어디에 총알이 박혔는지 쉽게 알아 많은 부상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이렌은 엄마 퀴리를 따라 라듐 연구에 참여했고 다른 제자인 3살 연하의 프레데릭 졸리오를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고 공동연구를 지속하였다. 마리 퀴리가 방사선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 되자 딸과 사위는 뒤를 이어 라듐 연구에 몰두했고, 인공 방사능을 발견해 1935년 노벨 화학상을 받는다. 엄마 퀴리가 노벨 물리학상(1903), 노벨화학상(1911)을 받고 한세대 뒤에 딸이 받은 것이다. 이렇게 퀴리 가족(Curie family)이 받은 노벨상을 합하면 모두 6개다.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는 과학도시, 대전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작 뉴턴의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대덕의 과학과 기술 역량은 그 깊이가 다르다. 정부출연연구소, 카이스트, 기초과학연구원(IBS) 등과 과학과 기술로 출발한 최고의 기업(NTBF)들도 있기 때문이다. 1901년 독일의 베링(Emil von Behring)은 혈청을 이용해 디프테리아 처방으로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고, 자기 이름을 딴 기업을 만들었다. 일본 시마즈 제작소 다나카 고이치(1959년생)는 2002년 연성 레이저 이탈(MALDI) 기법으로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바 있다.
수상자의 공통점에는 호기심, 가늘고 긴 연구, 열정, 독서 외에도 부모님의 영향이 매우 크다. 그래서 이렌 퀴리는 엄마의 관심과 후원 속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에코 우(Echo Wu Hensley, 2009)는 노벨상 수상자를 인터뷰해 부모가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부모가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것을 조기 발견했으며, 부모의 초기 희망과 다른 자녀의 방향에 대해서도 선택권을 존중해 주었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와 독서습관이 수학과 과학의 관심으로 이어져 선순환으로 발전하였다. 감동적인 내용 중 마리 퀴리가 결핵 치료에 필수인 방사선 원소 라듐을 연구한 이유가 폐결핵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부모는 자식의 영원한 스승이기도 하다. 나태주 시인은 '어리신 어머니'라는 시에서 가슴에 품은 엄마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한다.
"어머니 돌아가시면 가슴속에 또 다른 어머니가 태어납니다… 부디 제 마음속에 다시 태어나 어리신 어머니로 자라주세요. 저와 함께 웃고 얘기하고 먼 나라 여행도 다니고 그래 주세요." /최종인 한밭대 부총장, 융합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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