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한밭대 산학협력 부총장, 융합경영학과 교수 |
오랜 기간 '화수분 야구' 명칭이 잘 어울린 팀은 두산이다. 핵심 선수들의 부상 이탈이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늘 새로운 얼굴이 등장해 공백을 메우고 '스타'를 탄생시키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화수분 야구'란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다수 발굴하여 이군(二軍)에 두고 잘 키워서 일군 선수 또는 주전 선수의 빈자리를 언제든지 메꿀 수 있도록 야구팀을 운영하는 일을 화수분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화수분(widow's cruse)이란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를 뜻하며 그 안에 온갖 물건을 담아 두면 끝없이 새끼를 쳐 그 내용물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설화상의 단지'를 말한다. 화수분이란 정말 존재할까? 연초 기획재정부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나라 곳간지기 역할은 국민이 요청하는 준엄한 의무"라며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걱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가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을 기업인들의 화수분 역할에서 찾을 수 있다.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과 세계 방방곡곡 고객을 찾아 나선 기업가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학이 과거처럼 '인재의 화수분'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대면강의가 제한되고 실험실습 및 현장실습도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산학협력의 최일선에 있는 대전권산학협력협의체(대산협) 16개 대학은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산협은 6년째를 맞아 공생을 위해 세 가지 원칙 즉, '연대, 참여, 협동'의 원칙을 갖고 노력 중이다. 지난주 협의회에선 산학협력 단장들과 대전시, 대덕벤처협회, 공기업(대전마케팅공사, 대전도시철도공사), 대전테크노파크, 대전과학산업진흥원, 기업 창업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다. 기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장의 인재 부족과 이직 등의 공백을 걱정하였다.
또한, 현장실습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제안도 있었다. 경험만큼 좋은 학습(learning by doing)은 없다. 산학연계를 통한 현장성 있는 교육이 중시되는 상황에서 산업현장 경험의 일환으로 '대학생 현장실습'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그러나 전공과 무관한 직무종사나 '열정 페이' 등 저비용 노동력 제공수단 등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이에 교육부는 운영기준·절차의 표준화를 통한 질적 내실화 및 학생 권익과 안전성을 강화한 학생 중심의 현장실습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장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표준형 현장실습의 경우, 기업이 참여 학생들에게 최저임금의 75% 수준으로 실습지원비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발굴의 한계, 최저임금에 맞춘 실습비 지원의 어려움, 단기(4주 또는 8주) 현장실습 시 투자부담과 숙련기간 소요, 단기현장실습을 원하는 많은 학생의 기회 감소, 코로나 상황에서 출연연 현장실습 축소, 사고 시 경영자 책임 소재" 등의 여러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단기현장실습을 원하는 많은 학생의 기회도 줄어들 것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들은 최저임금 지원을 해야 한다면 현장실습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대학에 통보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단기 현장실습의 경우 기업이나 연구소의 부담 완화를 꼽았다. 또한, 공공기관이 최저임금 지급토록 정부의 재정 지원, 지자체의 현장실습 지원확대, 표준 현장실습 학기제 유예기간 연장 등이 제시되었다.
새로운 제도 도입엔 늘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일자리를 나누고, 늘리기 위해 만든 52시간제가 오히려 기업 경쟁력에 영향을 주고,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현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진행해 온 현장실습은 학습 공간을 기업과 지역으로 넓혀 현장 문제를 체험하고 이론과 연계한다는 측면에서 학생들의 흡수능력에 큰 도움이 된다. 기업이 현장실습 학생들에게 최저임금의 75%를 부담할 만큼 여력이 있고, 이를 수용할 문화가 갖추어지길 바란다.
정부는 대학이 인재의 화수분 역할을, 그리고 기업이 '일자리의 화수분' 역할을 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새로운 현장실습 제도가 수도권만이 아니라 지역에도 정착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예상치 못한 문제까지 담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종인 한밭대 산학협력 부총장, 융합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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