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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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

  • 승인 2021-08-16 09:17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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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저녁에 맥주 한잔을 하고 있는데, 왠지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노랫소리에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한 친구가 떠오른다. 친구와 얘기 나누며 함께했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친구에 대한 애틋함과 미안함, 그리움과 아쉬움에서 한동안 헤어나질 못한다. 지나치듯 들려온 노래 한 곡에 우정을 주고받던 그때 그 시절 추억이 밀려온다. 그동안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주 사소한 계기로 잊고 있었던 많은 기억이 소환되곤 한다. 그러니 평소에 추억을 차곡차곡 마음속에 쌓아놔야 한다. 지나간 삶의 시간 속에서 지인들과 함께한 기억을 잘 간직해야 훗날 행복을 소환할 수 있다. 친구와의 추억을, 오늘 만난 인연을 잘 간직해야겠다.

살아가면서 많은 인연을 만난다. 학창시절엔 사심(私心) 없이 친구를 사귄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아직도 중3 반창회, 고3 반창회를 하고 있다. 한번 반장은 영원한 반장이라고 아직도 부려먹는다. 그러나 사회생활에선 자신의 상황과 삶의 경험치에 따라 상대방을 판단하고 평가한다. 더구나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판단하기도 어렵다. 그런 판단이 절대로 잘못은 아니다. 다만, 그 기준이 무엇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자신의 욕심이나 이기심을 채우려는 건 아닌지. 어릴 적 죽마고우나 사랑하는 이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기에. 한 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 사람 입장에 서서 왜 그랬는지 고민하지 않던가. 함부로 내린 판단은 미움과 오해의 길로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좋아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돌아보자. 어릴 적부터 창대한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고자 어떤 일을 시작할 때가 있다. 또한, 큰 기대를 걸진 않아도 그저 좋아하는 일이라 무심코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는 어떻던가. 많은 기대를 걸었던 일은 실망하기 일쑤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그렇지 않다. 단지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이렇듯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 다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는 어디일까?

사노라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하지 않을 수도 없고, 하기 싫다고 도망갈 수도 없다. 대부분 직업 때문에, 직장 때문에 그렇다. '입이 포도청'이라 그렇다. 반면에 하고 싶은 일도 있다. 많은 젊은이가 해야 할 일을 애타게 찾으면서, 마음속으론 하고 싶은 일을 꿈꾸며 갈등한다. 지금 여러분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하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필자도 그랬다. 해야 할 일이 만족스럽지 않을 땐 하루하루가 징그럽기만 하다. 더군다나 같이 생활하는 동료들, 특히 불합리하고 고지식한 상사와의 만남은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다. 그래서 이직을 한다. 그러면 그곳은 천당일까?



한 번쯤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참아내며 견디고 성취해봐야 한다. 그 나름의 의미와 행복, 재미를 찾아 맛봐야 한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하고 싶고,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은 마음에 늘 남과 비교한다. 그래서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현재의 삶을 스스로 지옥으로 만드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잊지 말자. 이미 나는 많은 은혜를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음을. 단지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행복은 항상 내 곁에 널려 있다. 결코,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니다.

모든 사람의 생각이 나와 같을 순 없다. 다르다고 틀린 게 아니다. 다양한 의견은 건강한 조직을 만든다. 나 역시 내 생각이 옳은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 내려놓으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보다 더 힘든 일은, 많은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절충하는 과정이다. 서로 자신만의 의견을 주장하다 보면, 다툼이 있고 분열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면 십중팔구 그 공동체는 와해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꼴이 그렇다. 서로 양보하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타협하고 절충점을 찾아가야 한다. 상대방을 겸손과 온유로 대하며,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면 된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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