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10-05-26
'옷이 사람을 만든다'의 출전은 중세 에라스무스(1469~1536)의 로마 격언집. 독일 작가 코트프리트 켈러의 책 제목은 아예 『옷이 사람을 만든다』(국내 번역본 『옷이 날개』). 오로지 옷 철학(의상철학)으로 세상을 넘겨다본 토머스 칼라일도 있다. '옷이 날개'..
2010-05-12
풍차 공사를 끝낸 동물들이 자랑스러운 마음에 풍차 주위를 뛰어다니는 『동물농장』이 머릿속에서 뛰논다. 전에 '피로를 잊고'와 같은 묘사가 재미있어 밑줄 그었었다. 저들도 아드레날린 대신 엔돌핀이 솟았단 말인지. 동물도 식물도 피로하면 병이 들고, 구조물이나 기계도 반..
2010-04-28
아무데나 붙이는 반창고. '打(타)'의 속성이다. 때리다, 싸우다, 열다, 쌓다, 북 치다, 밥 짓다가 '打', 전화 걸다, 뜨개질하다, 택시 타다도 '打'. 낚시하다, 물 긷다, 코 골다, 기운 내다, 아르바이트하다에도 '打'. 打起黃鶯兒 莫敎枝上啼 啼時驚妾夢 不..
2010-04-14
네 번째 민속문화의 해, 2010년 충남 민속문화의 해 선포식에서 덥석 생각을 잡아챈 것은 뜻밖에도 저 상징 표장[엠블럼]이다. 암줄과 수줄을 잇는 비녀장을 꽂은 일러스트는 약간 되바라지게 아리땁다. 야하나 희화화로 흐르지 않았다. 시선이 토속적이고 정겹다. 올 1년..
2010-03-31
상승적으로 발달한 말에 '겨레'가 있다. 겨레는 근대에만 해도 친척, 종족에 한정됐으나 지금은 민족, 동족으로 넓혀 쓰인다. '계집 녀(女)'로 배운 기억을 살려보면 알 일이지만 '계집(겨집)'은 '여자'의 통칭이었다가 '아내(처)'로 쓰이더니 이제는 거의 경멸적으..
2010-03-17
“인간에게는 이기적인 본성이 있다. 인간의 내면에는 타인의 재산을 빼앗고 싶은 마음, 타인의 행복을 빼앗고 싶은 마음이 존재한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의 경제행동을 분석하면서 이렇게 쓰고 있다. 신고전파 경제학에 떠밀려 경제활동을 하는 인간은 호모..
2010-03-03
마지막인 듯 나는 아무래도
천만 년 전, 그 오래 전의 황진이이고 싶어.
그녀 입었던 속옷이라도 빌리고 싶어.
서리서리 얹어 놓였을 이부자릴 빌리고 싶어.
공자, 맹자, 장자, 노자, 주자, 순자, 묵자 등의 '자(子)'는 본받을 만한 스승, 정신의..
2010-02-17
'개콘'을 보다 식구들이 한꺼번에 격조를 잃어버리고 빵 터진 부분이 있다. 코너 중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발작적인 대사다. 승자 독식사회를 향한 이유 있는 주정 앞에 그저 배꼽을 잡는다.
승자의 여유 앞에 역설적..
2010-02-03
화장대는 남서쪽, 그 옆에 황금색 액자 그림. 금전운이란다. 여음이 꽤나 은은한, 축소된 에밀레종은 가내 화평을 위해서이고. 옛집에 있던 이어도(鯉魚圖)가 있으면 좋겠단다. 설마 용문을 거슬러 오른 잉어가 용으로 화한다는 '등용문(登龍門) 생각에…? 가족의 입신을..
2010-01-20
1. 대화할 때 허리를 구부려야 한다. (의도적으로 숙이다 보니) 자세가 구부정하다.
2. 옷 구매시 대부분 기장이 짧아 불편하다.
3. 남들이 닿지 않은 낯선 곳에 종종 머리를 찧는다.
사내 최장신이 답변한 키 큰 사람의 '단점'은 단순했다. 당사자인 배규현..
2010-01-06
바리톤 문병인이 부른 '진주비빔밥'에 '달가락 달가락 달가락 달가락 꽃처럼 피어난다'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청원 허브농장의 꽃비빔밥이라도 연상한다면 오해다. 비빔밥의 오색 나물과 고명을 꽃모양으로 본 것. 칠보화반(七寶花飯). 맛보고 나면 비빔밥의 유래 중 '음복설(..
2009-12-28
향일암은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으로 기억된다. 남들은 해돋이 명소라는데, 영겁의 바다, 이별여행 장소로 각인되어 있다. 그 향일암이 며칠 전 화마로 잿더미가 됐다. 경찰은 타종교인 등에 의한 방화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는데…
이것은 꽤 흔하고 의도적인 가능성이..
2009-12-28
도시가 색이름에 섞인 예는 더러 있다. 나일강 물빛에서 나일블루(Nile blue)가 나왔고, 네이플즈옐로(Naples yellow)는 나폴리와 유관하다. 원색인쇄의 3원색에 드는 마젠타(Magenta) 역시 이탈리아의 도시다. 그렇다면 ‘한빛은회색’, 대전색으로 남..
2009-12-28
옛길에 유난히 막다른 골목이 흔한 이유? 한양 천도를 마친 태조 이성계가 공신들에게 땅을 나눠줬는데, 높은 벼슬아치부터 명당자리를 선점해 집을 짓고 큰길, 중간길에서 제 집 앞까지만 길을 닦았기 때문이란다. 고약한 심보다.
슈퍼 이슈 세종시 논란 속에 예전의 그 `..
2009-12-28
동양화와 서양화를 구분할 수 있었던 시점은 중학 시절이다. 필자가 볼이 발그레한 모델을 보러 선생님 화실에 숨어들던 때다. 여신 비너스와 동정녀 마리아를 구분하는 미술사적 장치가 있는데, 그걸 안 것은 최근이다. 여인 옆에 성서나 백합이 있으면 성모 마리아, 장미가..
2009-11-26
인문학 열풍을 일으킨 이중톈(易中天) 교수의 TV 강의를 즐겨 보고 있다. 그의 책을 읽은 사람들은 ‘밥 먹었냐’가 중국 인사법이라고들 하며, 분필가루 먹고산다, ‘밑천 까먹는다, 꾸지람을 먹는다, 누명을 먹는다’와 같은 표현을 꼽는다. 우연의 일치인지, 영향을 어떻..
2009-11-26
“감독 교체가 장기적인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감독 교체 자체가 의미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 이사회가 감독 경질의 역풍을 충분히 고려하지도 않고 새로운 감독 선임 과정을 위해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지 않았기 때문… 새로운 감독의 선임은 냉정한 요구치를 제시하기보..
2009-11-26
논에서 미꾸라지를 기르는데 저희끼리 자란 놈은 시들시들하더라. 메기를 넣었더니 미꾸라지들이 팔팔하게 잘 자라더라.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체험적 미꾸라지론(論)이다. 외부에서 유입된 자극이 내부 경쟁력을 높이는 생존철학을 메기효과라 부른다.
그렇다고 다다익..
2009-11-26
신중하지 않으면 극단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는 게 말이고 글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보도에서 ‘사망’이 ‘서거’로 자막이 바뀐 어느 한 순간을 기억한다. 누구처럼 ‘자살’이 맞다고 우기는 건 자유. 말의 격(格)도 그렇다. 같은 ‘아점’인데 ‘브런치를 즐긴다’고..
2009-11-26
우리는 잘못 알려진 속설 속을 살아간다. 세상 남자들이 7초를 주기로 성(性)을 생각한다느니 52초라니 하는 것도 그러한 속설의 한 자락이다. 54%가 매일 한 번씩 성을 생각한다는 킨제이 리포트가 더 근삿값이지 않을까? 남녀 사이란 참 아라비안나이트 같다. 10년..
2009-11-26
서대전역, 아니면 기흥휴게소 화장실에 들러보라. 세라믹 변기를 미술품 「샘」으로 탈바꿈한 마르셸 뒤샹보다 실용성과 도발성(?)에서 앞서 있다. 어떤 곳은 시냇물 소리로 용변음(音)을 지워준다. 엉덩이가 찜찜한 사람을 위해 양변기와 화변기를 섞어 설치하는가 하면 여자..
2009-11-26
며느리밥풀, 며느리주머니, 며느리배꼽, 며느리발톱…. 딸도 아들도 아니고 ‘며느리’다. 잎 앞면이 배꼽처럼 옴팡하다 해서 며느리배꼽. 못생긴 배꼽이다. ‘며느리밑씻개’란 이름은 불미하다. 급한 볼일 보던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뒤 닦을 것 달라 청했더니 이걸 뜯어줬단다..
2009-11-26
고객 목소리와 시장의 요구는 하늘의 소리라고 예수는 가르친다. 떡 달라면 떡을, 포도주를 달라면 포도주를 주는 고객 중심 마케팅이다. 공자는 “큰 수레에 마구리가 없고, 작은 수레에 멍에막이가 없다면 어떻게 가겠는가?”며 신용을 가르친다. 장보고, 세종대왕, 석가모니..
2009-11-26
“최충식이라고 합니다!” 처갓집 처음 가서 관등성명을 댔더니 “안강최”요, “강뿔따구 최고집”이라며 고집 쪽으로 일가를 이루겠구나 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로든 최씨 앉은자리에 풀도 안 난다는 말을 듣고 산다. 도리 없다. 최영 장군의 원형적 인물이 내 안에 기거..
2009-11-26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일본을 쪽발이라 하여 우습게 보는 유일한 민족, 부지런한 유태인을 하루아침에 게으름뱅이로 내몬 엄청난 생활 패턴의 나라, 온갖 파리들이 정치권에 다 몰려도 망할 듯 망할 듯 안 망하는 엄청난 내구력의 나라, IMF 경제위기를 맞고도 2년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