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친절한, 아주 친절한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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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친절한, 아주 친절한 화장실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4-30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서대전역, 아니면 기흥휴게소 화장실에 들러보라. 세라믹 변기를 미술품 「샘」<사진>으로 탈바꿈한 마르셸 뒤샹보다 실용성과 도발성(?)에서 앞서 있다. 어떤 곳은 시냇물 소리로 용변음(音)을 지워준다. 엉덩이가 찜찜한 사람을 위해 양변기와 화변기를 섞어 설치하는가 하면 여자 변기를 1.2배로 규정한 휴게소 건축 기준도 있다.


 차이…. 귀[耳]가 학업성취도와 유관하다는 따끈따끈한 연구가 있다. 귀 털 세포가 민감한 여학생은 부드럽고 나직한 정보를, 남학생은 크고 단호한 정보를 잘 흡수한다. 수능 성적 공개 후 남녀공학 쪽 성적이 낮자 단성고(單性高) 전환 요구가 거세다는데, 선생님 목소리의 톤과 강약 조절로 다소간 해결책이 안 될까 싶다.

 듣는 ‘귀’만 아니라 말하는 ‘입’도 다르다. 태중에서 임신 16주부터 여아가 입을 자주 놀린다. 2살 전후엔 남자 44개, 여자 52개의 단어를 쓴다. 성인 여자는 일평균 2만 단어, 남자는 7000여 단어로 말한다. 거짓말 잘하는 것도 언어능력이라면 언어능력이다. 아, 이건 무의식적 날조, 피암시성이 아닌 사실이다.

 남자 뇌가 여자보다 9% 크지만 뇌세포 수는 일치한다. 여자의 뇌세포는 더 오밀조밀 차 있다. 여자는 공간 인지 능력이 약한 대신 주변시야가 효율적이고 표정의 미세함을 읽어낸다. 여자의 직감 비웃다간 큰코다친다. 성행위를 독립 행위로 보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전체 과정의 마지막 결과로 여긴다. 경향이 그렇다.

 화장실 얘기로 돌아간다. 여자는 빈뇨가 많다. 방광 크기와 요량은 비슷하나 요도 구조에 기인한다. 방광을 죄는 괄약근이 남자는 둘인 셈인데 여자는 하나다. 그러니 사회생물학이라 하여 생물학적 결정론을 들이대거나, 화장실에 친구 데려가서 북적거린다는 계급적 편견으로 덮어씌우지 말 것. 구불구불 휘돌고[남] 짧게 직선으로 나오는[여] 차이랄까. 흐르는 시간은 다르지만 메커니즘은 같다.

 다른 심리 요인도 있다. 타인과 나란히 소변을 보면 나오기 시작하는 데 평균 8.4초, 싸는 데만 17.4초 걸린다. 거리가 좀 떨어지면 6.2초만에 나와 그때부터 23.4초 동안 나온다. 혼자 누는 대조군 조건은 4.9초 지연되고 24.8초 소요된다. 남자 대상의 실험이지만, 옆에 누가 있어도 배뇨 시작 시점이 지연되고 배뇨 시간이 감소한다.

 이번에는 화장실 사용시간을 조사했다. 평균이 남자 45초, 여자 1분 19초. 국립환경연구원 분석은 남 1분 24초, 여 3분이다. 조사를 토대로 서울시는 남녀 화장실 비율을 1 대 1.2, 대구시도 1 대 1.5대로 역전시켰다. 남녀의 결정적 차이가 소피보는 자세에 불과하다는 재수 꽃다발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조치들이다.

 친절한 화장실은 안면도에도 있었다. 꽃박람회장의 남녀 화장실 비율이 1 대 1.7이라는 것이다. 남녀 소변보는 시간에 대해 이완구 충남지사가 언급했던 예를 떠올리고 보면 ‘도감포수 마누라 오줌 짐작’(훈련도감 포수가 출근을 아내 용변 시간에 맞춰 생긴 속담) 같은 대충, 대강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차이의 성공학을 화장실에서부터 구현해보길 한번 권한다. 생명의 숨결, 환희의 파동은 화장실에도 있으니 말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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