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13년 동안의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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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13년 동안의 혼란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6-25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감독 교체가 장기적인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감독 교체 자체가 의미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 이사회가 감독 경질의 역풍을 충분히 고려하지도 않고 새로운 감독 선임 과정을 위해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지 않았기 때문… 새로운 감독의 선임은 냉정한 요구치를 제시하기보다 차라리 복권을 사는 것 같은 기대감…” 『90분 리더십』 데이빗 볼초버 & 크리스 브래디


세계 100대 기업 CEO의 평균 재직기간이 45개월로 파리목숨에 비유된다. 프리미어리그 감독의 재직 기간은 39개월이다. 23년째 ‘맨유’를 이끄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평균치를 늘리고 있다. K-리그를 조사했더니 34.6개월, 감독 교체 주기가 6개월인 브라질에 비하면 양호하다.

오늘 성적이 나쁘면 내일 밥줄이 끊어지는 생리로 치면 축구계가 더 파리목숨이다. 감독-사장의 동반 퇴진이 2년 만에 재현된 대전에서 그 사실을 일부 공감하는 안쓰러움을 뒤로 하고 생각한 것은 감독 교체가 팀에 미칠 영향이다. 관련 논문을 보니 스페인과 그리스에서 감독 교체 후 57.1%가 팀 성적이 같거나 낮다. 또 감독 교체로 성적 호전의 증거를 못 찾겠다는 분석은 잘린 감독 28명을 연구한 경제학자 뤼트 쿠닝의 결론이다. 감독 경질로 더러는 반짝효과를 본다. 2년 전 김호 감독이 대전에 오자 막판 5연승 끝에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거머쥔 전례가 이 범주다. 바로 그 노(老)감독이 계약기간 6개월을 남기고 물러난다.

시즌 종료 1경기를 남기고 첼시 감독 스콜라리를 바꾼 초강수보다야 ‘양반’이라고? “감독은 명예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던 김 감독이 느끼기로는 스타일도 방법론도 심할 것이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생각난다. 그는 수많은 전투에 이기고도 포에니 전쟁에서 로마에 패해 두고두고 패장으로 기록된다. 평생을 축구밖에 모른 김 감독의 고뇌는 아마 이런 유일까. 잘 나가면 태클 들어오고, 결정적일 때 돌발상황 생기고…, 무엇보다 명장이 패장 되는 건 한순간.

그게 축구와 전쟁의 공통점일 것이다. 관중이 넘치면 할 맛 나고 관중이 있으면 될 일도 안 되는 차이, 축구와 섹스의 차이점이란다. 골키퍼의 허점을 노리고 골키퍼와 혼연일체를 노리는 차이, 하나는 한 팀만 웃고 하나는 양쪽 다 웃어야 좋다는 차이도 있다. 이 저렴한 비유의 측면에서 김 감독은 좋은 플레이를 보이진 못했다. 표면적인 이유도 성적 부진과 구단과의 불화다. 그리고 계약직인 감독은 구단 결정에 따라야 한다.

운명이다. “인간은 언젠가 죽고, 축구 감독은 언젠가 잘리게 돼 있다”는 에인 핸드 전 아일랜드 감독의 통박[痛駁] 그대로다. 그러나 곪아 터진 내·외부의 문제들과 이면의 진실, 시스템적 지원 부재, 대전시의 관리 감독 실책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고 떠날 김 감독에게 꼭 이 말을 씌우고 싶지 않다. 너무 야박해서다.

대한민국 최초의 시민구단, 축구특별시민이 담아둘 것은 따로 있다. “인간의 도덕과 의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축구에서 배웠다”는 카뮈의 역설이다. 대전 시티즌 발전의 발판을 만든다는 감독의 꿈을 혁신적이고 파격적으로 잘라버린 이번 선택이 팀 성적 향상을 담보한다는 뚜렷한 증거를 찾아내고, 현존하는 벽을 걷어낼 차례다. 사르트르도 “축구에서는 상대방의 현존으로 인해 모든 게 혼란스럽게 된다”고 거든 적 있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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