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효율성이 시빗거리란다. 투입의 최소화로 내는 일정한 산출물의 의미라면, 효율성(Efficiency)은 세종시 검토 때 상당 부분 걸러졌다. 처음부터 필자는 효율보다 효과에 더 주목했다. 효과성(Effectiveness)이란 균형발전의 결과라는 산출량과 인지된 품질, 둘을 함께 반영한다. CEO 출신 대통령도, 경제학자 출신 총리도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시장 원리와 정치의 차이를 모르는 듯한 총리는 좀 심하다.
새 총리 출현 이전, `세종시 수정' 교감은 몰래 하는 바둑 훈수처럼 이뤄졌다. 오른 귀 긁으면 우하귀, 왼쪽 다리 떨면 좌상귀, 배를 쓸면 중앙 하는, 묘한 사인이 답답했던지 이제 자락자락 벗어부친다. 행정도시 밥상을 차려준다고, 대통령은 `12번' 공언했었다. “행정 기능과 함께 과학, 산업, 문화 등의 기반시설을 함께하는 자족능력을 갖춘 도시로 육성….” 오송과 대전역 방문 때 `원안' 발언도 12번 약속에 꼽힌다.
패를 확장해보면, 원안 찬성과 수정 찬성은 균형발전론 대 수도권중심론의 충돌이고, 국토관적 심장부인 충청권이 그 최대 격전지다. 그래서 요구한다. 본질을 분탕하고 현상으로 얼버무리려면 연내, 연초 가리지 말고 당장 내놓는 게 낫다. `행정'만 뺀 `다기능 자족도시'는 반대론의 변형체일 뿐, 건더기가 없다. 자족기능과 효율성이 서로 인과관계라는 생각도 맹점이다. 마치 열만 낮추면 신종플루가 낫는다고 믿는 공통 원인 무시의 오류를 범했다. 그러고도 끝에 “됐고! 정책은 바꿀 수 있어!”라며 고름 짜내듯 봉합하려 들 것이다.
근거는 주장과 달라야 한다. 원안 수정에 무인지경으로 함몰되면 국익과 지역이익에 좋은 근거를 탐색하기 힘들다. 술 마시는 게 부끄러워 술 마시는 꼴이 된다. 보다 중요한 이유는 맏형 세종시가 잘나가야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등 균형발전의 동생 축(軸)들이 지리멸렬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점이다.
그럴수록 더욱 행정부 이전은 세종시에 딱 맞는 속성이다. 어여쁜 장미화가 사랑의 여신, 사랑하는 그녀에게 어울리듯. 사업 대비 추진율 25%, 첫마을 조성공사를 벌이다 말고 뭐하는 짓들인가. 한창 잘 그리던 성모화를 비너스화로 분칠하려는 처사라니! 복된 성모 마리아와 원초적 미의 비너스가 같겠는가. 행정부는 실제적이고 실효적인 세종시 `어트리뷰트'다. 마리아의 백합, 비너스의 장미처럼. /최충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