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도 애도 분위기에 갇혀 짹소리 못했었다. 금속도 피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피셔는 그의 독일어 선생님 일화로 그려낸다. '사람만 지닌 속성을 사물에 부여하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신조의 소유자인 선생님 입에서 나올 제안은 뻔하다.
“천안함 금속이 휴가라도 다녀왔다면 생생했을지 모르겠구먼.” “진즉에 함수와 함미 금속은 명예퇴직해야 했어.” 동일한 선생님 논리로는 꿀벌의 엉덩이춤 언어 역시 당치 않다. 꿀벌 히프로 원을 그리면 꿀이 75펨토미터 안에 있고 꼬리를 흔들면 이보다 밖에 있다거나 하는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가 '찌질이' 되는 건 아주 잠깐이다.
말[語]에는 문법과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단언한다. 사람의 피로(tiredness)와 선박의 피로(fatigue)가 다를지라도 금속의 분자(分子)가 무엇을 안다는 것에 회의를 품는 그런 자세는 한 점 의혹 없는 실체적 진실 규명에 불리하다. 암초충돌설, 기름탱크설, 금속피로설 들을 가라앉히는 데도 해(害)가 된다.
논리보다 직관이 더 명징(明徵)일 경우가 있다. 그러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 했으면 경우의 수가 현저히 줄었어도 알레르기 반응을 띨 이유는 없겠다. 예컨대 미국 항공모함 미드웨이호가 50년 살았으니 “20살 천안함은 안 피곤하다”며 남을 무식쟁이로 만드는 행태 또한 교양머리 없기는 매일반이다.
적어도 어제까진 그랬다. 근원 깊숙이 들여다보면 1991년 부활한 지방자치는 딱 연륜 만큼 피로감이 축적됐다. 탄성한도보다 작은 응력도 거듭되면 미세한 균열에서 파괴로 가는 것이 피로파괴의 정석이다. 뚜렷한 목표와 실현 과정이 있을 때 피로감의 강도가 70%로 줄어드는 예외만 빼고, 피로파괴는 지방자치에도 적용된다.
가장 가혹한 평가를 내려, 작금의 지방자치는 엔돌핀의 4000배인 디아돌핀, 그 기적의 호르몬이 아닌 이상은 피로감, 무기력증을 씻기 어려운 처지다. 과연 목적이 있었는지, 풍차 공사를 끝낸 동물들 수준의 목표라도 있었는지 냉엄하게 묻는다.
오늘과 내일(13, 14일) 후보자 등록을 기점으로 지방권력 쟁탈전이 본격화된다. 지방선거의 성격을 여당 피로감과 야당 피로감의 대립항으로 필자는 규정한다. “누가 덜 피로할까?” 유권자들은 지방자치 피로증후군을 안정감으로 바꿀 후보, 어쩌면 덜 피로한 후보를 찾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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