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환경색채<본보 9일자 2면>에 도시경관과 도시이미지와 나란히 새 의미가 부여되기도 한다. 기조지역 대전에서 은빛 도는 회색과 한빛탑을 합한 기조색 `한빛은회색'이 나온 것이 그것. 대전 기본색채로서의 보편성 획득은 장담하기 이르지만, 전통색이 없으면 현대적 도시색이라도 만들겠다는데, 그도 권역·부문·구성요소별 아름다운 도시의 일환임에는 막을 이유가 없다.
당장 샌프란시스코의 백색, 아테네의 유백색, 런던의 빨강과 브리스톨의 파랑, 파리 샹젤리제의 붉은 상아색에 맞먹는 격조를 바란다면 분명히 과욕이다. 이 대목에서 떠오른 건 대처 시절 영국의 `디자인 오어 리자인(Design or Resign!)'이라는, `디자인이 아니면 사퇴하라'는 인상적인 경구다.
사실을 말하면 대전은 좀 심심한 동네 축에 든다. “밥 먹고 술 먹는 거 빼고, 할 게 있나요?” `버닝 헵번'이란 솔직한 토종 친구들이 이를 소재로 노래도 만들었다. 내 나름은, 대전이 심심한 특징적 원인으로 `일상'과 `비일상'의 차이가 작음을 꼽는다. 대전색의 재발견은 따라서 심심한 대전에 양념 치기에도 일조해야 한다.
문제는 대전의 자연 환경과 색채 변화를 얼마나 잘 도출해 내느냐다. 대전의 색채 연구를 맡은 충남대 이진숙 교수는 이전에 세종시 상징색으로 밝은 아이보리와 옅은 갈색을 추천했었다. 첨단지식기반 권역에는 회색 계열이, 요즘 `감성적'으로 찬밥 신세인 중앙행정 권역에는 저채도의 붉은 색 계열이 들어갔다. 때가 때인 만큼 새로운 이야기다.
단언하건대 한빛은회색은 개나리색이나 수박색 같은, 이름만으로 퍼뜩 연상되는 관용색 정착이 쉽지 않다. 비슷한 색만 `어두운푸른빛회색, 푸른빛회색, 밝은푸른빛회색, 칙칙한회색, 회색, 어두운회색, 은색, 밝은회색…' 등등이 있다. 천만 가지 시각을 가졌으면서, 시민 일반이 아는 색이름은 어림잡아 `빨·주·노·초·파·남·보'를 넣어 30가지 안팎이다.
대전기조색과 대전상징색에, 예상이지만 대전권장색, 대전현상색, 대전대표색 등의 위계가 정해질 것이다. 색깔 있는 대전 정체성 구축에 무리하여 없는 색을 억지춘양(또는 억지춘향)으로 만들지 말기를 제안한다. 통일성에 사로잡혀 도시개발에 급조되거나 도시관리에 남발 않겠다는 다짐도 필요하다. 다양함 속에 리듬감을 갖는 도시 속성을 알고, 쓸데없이 `색깔논쟁'에 휘말리지 않는다면 대전색(Daejon Colors) 찾기 시도는 괜찮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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