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잘못 알려진 속설 속을 살아간다. 세상 남자들이 7초를 주기로 성(性)을 생각한다느니 52초라니 하는 것도 그러한 속설의 한 자락이다. 54%가 매일 한 번씩 성을 생각한다는 킨제이 리포트가 더 근삿값이지 않을까? 남녀 사이란 참 아라비안나이트 같다. 10년씩이나 방사를 못 치른 부부 이야기 하며…
국내 기혼부부들은 주 1회 이상이면 이상적인 횟수로 인식한다. 서구(西歐) 사람들이 ‘시식(試食)’쯤 생각한 횟수다. 2회는 가야 신사의 예의, 3회는 숙녀에 대한 의무, 4회는 아내의 권리라 믿었던 그들이다. 주당 2회를 의무방어전으로 제시한 마르틴 루터는 연중 104회면 여자들이 만족이라 했다. 최근 41개국 30만명을 조사한 것이 있는데, 루터가 제시한 것과 맞먹는 103회가 전 세계의 섹스 연평균이었다.
1등은 연평균 138회인 그리스가 차지했다. ‘성교’를 뜻하는 말이 550가지나 된다(언어학자 피에르 기로의 주장)는 프랑스가 120회로 2등, 뒤를 118회인 영국, 113회인 미국이 잇고 있다. 동양 챔피언은 97회인 태국이며 간발의 차로 중ㄱ국이 96회였다. 일본은 45회로 꼴찌를 기록했다.
한국은 그 조사에 안 잡혀 있지만 일본보다야 높을까? 글쎄다. 통계상으로는 한 달에 한 번도 잠자리를 안 갖거나 각방 쓰는 부부가 늘고 있고 30대 초반 층도 월 1회 미만이 많다. 섹스리스라도 36%는 결혼만족도가 ‘만족’이란다. 하룻밤 한계 횟수를 6회로 정했던 아라곤의 공주가 들으면 까무러칠 일이다.
이제 하고 싶어도 못한 경우 얘기다. 결혼생활 10년 가까이 관계를 못한 부부가 있었다. 거짓말 같은 실화다. 여러 번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건 남편 쪽이었다. 잉꼬부부 소리까지 듣던 부부에게 재판부는 성관계 없어도 해결 의지가 있으면 이혼 불가라는 판결을 내렸다.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더 노력하라는 취지였다.
부부는 마음은 열었으나 몸이 말을 안 들었다. 남녀 결합이 생명의 기초이고, 이로써 만물이 변화 생성한다는 주역(周易)을 들추지 않더라도, 부부간에는 특히 조화로운 성이 훌륭한 의사소통이다. 뜬구름 잡는 소리를 보태자면, 즐거움은 인간의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뜬구름 떠가는 저 하늘에 정답이 있지나 않을까 하여 A, B라는 이니셜의 그 부부에게 응원을 보낸다. “열심히 노력하세요. 횟수는 그저 통계치이니까요.”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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