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키다리 아저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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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키다리 아저씨'의 비밀

  • 승인 2010-01-20 13:44
  • 신문게재 2010-01-21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1. 대화할 때 허리를 구부려야 한다. (의도적으로 숙이다 보니) 자세가 구부정하다.
2. 옷 구매시 대부분 기장이 짧아 불편하다.
3. 남들이 닿지 않은 낯선 곳에 종종 머리를 찧는다.


사내 최장신이 답변한 키 큰 사람의 '단점'은 단순했다. 당사자인 배규현 기자는 실제 키 189㎝를 대외적으로 1㎝ 깎는다면서도 큰 것이 더 좋은 듯하다는 소견을 덧붙인다. 작다는 소리는 안 들었지만, '진화'(?)에 이로울까 하여 '멀대'들과 어울려본 필자로서는 숨김없이 그가 부럽다.

한가하게 루저(실패자)-위너(승리자) 논쟁이나 지피자는 게 아니다. 세상사엔 양면 이상이, 최소한 앞뒤 양면이 있음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고통 없는 동네엔 사랑이 없을 거라는 영화 속 미망인을 그래서 지지한다. 자연계 질서란 그렇다.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사람은 이름 때문에 죽는다. 무엇이 무얼 남긴다는 언설(言說)을 뒤집으면 말이다.

공자같이 큰 인물을 대인(大人)이라 부른다. 큰 사람의 전형이면서 거구다. 신발은 한 자 네 치, 400㎜가 넘는 '항공모함'이다. 채나라 여관에서 공자가 도둑맞은 그 신발의 사이즈를 가늠할 길 없지만 비유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주역에 따르면 큰 사람이란 베푸는 덕이 하늘땅처럼 크다. 위대한 사람이 빅맨(big man)이다.

신체적인 키든 인격의 키든 깡충 큰 사람에 대한 부러움은 숨길 수 없다. 1980년 '포춘'이 뽑은 500대 기업 대표의 과반수는 신장 180㎝ 이상이었다. 그렇다고 키 작은 사람이 적극성, 안정성, 능력이 달린다고 전혀 생각진 않는다. 왜소한 키를 훌쩍 넘어 자신만의 개성으로 승화시킨 사람도 얼마든 있다. 키와 성격, 지능, 수입과의 상관관계를 다룬 연구는 많지만 밝힐 계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로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Daddy Long Legs)』가 있다. 시골 고아원생 주디가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진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키 큰 익명 신사의 후원 조건은 매달 감사편지 한 장. 주디의 감사편지가 연애편지로 바뀌는 수순이지만, '키다리 아저씨'가 왜 큰가에는 엄청난 비밀이 있다. 키다리 아저씨는 점진적인 사회 개혁을 시도한 '페이비언' 사회주의자였다.

동심을 즐겁게 하는 작품의 이면까지 속속들이 읽을 까닭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여간 살릴 것은 키다리가 표상하는 정신이다. '키다리 아저씨'는 어려운 청소년 학습 도우미로 환생하고 있다.

누가 주관하느냐, 보수냐 진보냐보다 공익을 위해 재능을 헌신하는 '프로보노(pro bono)' 정신 하나면 족하다. 체육활동을 돕는 '헤라클래스', 요양원과 복지시설을 돌보는 '마더 테레사', 의료 분야를 거드는 '슈바이처', 예술을 나누는 '오드리 헵번' 등도 재능을 환원하는 착한 운동이다.

색다른 사회공헌 방식인 재능기부의 형태는 다양하다. 114 안내원들은 꾀꼬리 음성으로 신문을 녹음해 시각장애인에게 전달한다. 일부 연예인들은 '끼'를 기부했다. 공주북중 운동장에서 학생과 주민에게 배드민턴 무료 교습을 하는 것, 대전시장애인태권도협회에서 장애 수련생 무상 봉사를 다짐한 것은 '헤라클래스' 정신이다. 우송대 교수·학생의 저소득층 초등학생 무료 영어캠프는 '키다리 아저씨'의 현현이고.

부디 이러한 좋은 씨앗들이 곳곳에 뿌려지길 바란다. 오드리 헵번, 마더 테레사, 슈바이처, 키다리 아저씨 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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