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06-12-01
집 부근의 담벼락에 붙은 선거 벽보에 누군가가 장난을 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의 일이다. 대통령 후보자 얼굴이나 코밑마다 빨간 잉크로 코피 자국처럼 그려놓았던 것이다. 희화(戱畵)처럼 된 벽보를 보는 행인들은 혀를 차면서도 오히려 웃었다. 마치 공감한다는 듯한..
2006-11-14
'객사리, 통곡리, 하품리'와 같은 동네이름이 있다.
실제 있는 마을 이름이다.
이런 지명의 경우에는 혐오감이나 부정적 이미지 등을 감안할 때, 그리고 해당지역 주민이 원한다면 이미지 변신을 위해 이름을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에겐 이런 얘기..
2006-11-06
과거제도 폐지는 근대화의 기점으로 평가받는 개혁이었지만 입신양명을 꿈꾸던 양반 선비사회에는 청천 생벼락이었다. 2010년까지 일정 규모의 신규 증원이 필요하다고 아득바득 우길 때는 언제고 초등학생수 감소로 임용 정원을 축소한다며 뒤통수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교대생들..
2006-10-24
# 유세 현장에서
지난 주말에도 유세 현장을 유심히 지켜봤다. 10·25 보궐선거를 치르는 각 당의 선거유세가 어지간한 개그 프로그램보다 재미가 쏠쏠했다. 여기서 일찍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선거유세를 듣고 선거권 없음을 한탄했을 만큼 심히 '정치적인 인간'이었음을..
2006-10-17
줄 것인가 말 것인가. 이 주고받음의 문제로 말미암아 인간은 한평생 마음속에 저울대와 추를 지니고 줄달음치며 바지런을 떨며 사는지 모른다.
그래 그래 하면
인심이 좋다 하고
안 돼 안 돼 하면
인심이 안 좋다 하고……
심술과 탐욕으로 뭉쳐진 알깍쟁이 '놀부'..
2006-10-04
최대의 여론시장인 추석 대목답게 완전 국민경선제인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둘러싸고 장군멍군식 논란이 뜨겁기만 하다. 여당이 대선 후보를 100% 국민경선으로 뽑기로 한 것이다. 1등석이건 3등석이건 탈 대로 다 타시오! 여기에는 지지율 부진을 만회하고 흥행을 낚아채려는..
2006-09-21
한자로 '아내'를 나타내는 '부(婦)'나 '처(妻)'에는 묘하게도 똑같이 '비 추( )' 자가 붙어 있다. 설마 시집가서 빗자루 들고 청소나 하는 여자는 아니겠지 하는 기대는 '기추지첩(箕 之妾)'이라는 말 앞에서 이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남의 아내가 됨을 일러 '쓰..
2006-09-08
人不知而不 이면 不亦君子乎아.
(인불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음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닭갈비' 타령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개소리' 시리즈로 변하고 있다. 표현이 좀 뭣하지만, 정치가가 할 첫째 숙제는 언어에 대한..
2006-08-29
어느 시대엔 헤테로독시(이단)가 오소독시(정통)가 되기도 하며, 이 둘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인류 역사는 이어져 왔다. 그러나 40년 가까이 우상처럼 떠받들던 지식을 억지로 수정하려니 못내 허망하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시험점수 때문에 외웠지만 이제는..
2006-08-10
랜드마크(land mark)란 경계표, 육표(陸標), 역사적 건조물 등을 지칭하는데 한 도시나 국가를 상징하는 표시물이나 상징물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우리가 잘 아는 뉴욕 자유의 여신상, 로마 콜로세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인도의 타지마할, 영국의 런던아이 등도..
2006-07-25
“학교는 죽었다”고 선언한 이는 E. 라이머다. 학교교육을 지배 질서의 확대 재생산에 기여하는 억압체제로 간주한 말이지만, 적어도 7.31 지방교육자치선거가 목전에 닥친 이 순간만은 어떤 의미로 교육은 죽은 것처럼 보인다. 우리 교육의 시계가 어느 시대, 어디로 가는지..
2006-07-05
1984년부터 1990년까지 뉴욕에서는 대대적인 낙서 지우기 운동이 벌어졌다. 당시 뉴욕은 지하철 안팎에 빼곡한 낙서로 틈이 없을 지경이었는데 환경미화원을 투입하여 낙서하는 족족 낙서를 지웠던 것이다. 밤낮 없이 기다렸다가 낙서하기가 무섭게 또 지우기를 끝없이 거듭했다..
2006-06-21
낙서는 미래의 욕망이며 자기 구역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동물의 오줌누기는 자기 영역을 냄새라는 수단을 통해 나타낸다는 점에서 낙서행위에 방불할 때가 있다. 점잖은 사람의 말도 때로는 낙서 같다. 가령 대한민국 인구와 경제력의 절반을 움켜쥔 수도권..
2006-06-05
막되고 황폐해진 말들이 난무했다. 자기의 의견과 다른 사람들, 반대편에 선 사람들을 '좌파'니 '사회주의'니 해서 매도하는 건 보통이었다. 잘못 거들다간 순식간에 '홍위병'이 되고 '괴벨스'로 낙인찍히기 십상이었다. 홍위병은 무엇인가.
중국 문화혁명 때 팔에 붉은..
2006-05-17
며칠 후 있을 TV토론을 준비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후보자간 상호토론을 넣어 한바탕 설전이 오가야 생동감 넘치는 '비디오'가 되겠지만 준비하는 측에서는 늘 돌발변수가 불안하다. 녹화 아닌 생방송의 경우라면 말할 여지가 없다. 네거티브 선거풍토는 미디어선거 시대에도 맹위..
2006-05-09
석굴암 아래쪽에 장유유서(長幼有序)를 가르쳐주는 샘물이 있다. 요내정(遙乃井)이라는 우물이 그것인데 여기에 얽힌 전설을 아는 사람은 지금도 연장자에게 먼저 물을 권하고 자신은 나중에 마신다는 얘기가 전해져 온다.
신라 넷째 임금인 탈해왕이 즉위하기 전 토함산을 내려오는..
2006-04-21
"얘들아, 이거 무슨 향기야?"
"응가 향기!"
"틀렸어. 똥 향기!"
아이들이 모두 까르륵거렸다. 함께 가던 엄마도 함박만하게 따라 웃는다. 시루봉 가는 길, 복사꽃이 한창인 복숭아밭 이랑을 지나치다가 만난 아지랑이 같은 웃음이었다. 엄마와 딸들의 대화 중에 터뜨려진..
2006-04-18
지명에 역사성이 붙으면 단순한 땅이름 이상의 의미를 생성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이런 시간과 공간의 불가분성을 '스페이스타임'이라는 개념을, 미하힐 바흐찐이라는 사람은 '크로노토프'라고 개념을 정립하기도 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공주시 금학동에 속한 '우..
2006-04-12
우리 정자(亭子) 중에서 기둥 한쪽은 땅에, 한쪽은 물에 담그고 있는 것을 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대흥사 일지암, 또는 이요당이나 창덕궁 부용정을 봐도 사람이 바지를 훌훌 걷어붙이고 연못에 발을 담근 형상이다. 운 좋게 그 발치에 스멀스멀 몰려오는 안개라도 만나면..
2006-03-30
건달이 늘어난다 한다. 건달(乾達)은 쉽게 무위도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힘들이지 않고 살자니 허풍과 속임수가 그들의 필수 덕목일 수밖에 없다. 우리말의 '건달'이라는 말은 간다르바(Gandarva), 음역으로는 건달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는 향신(香紳)..
2006-03-08
정치란 무엇인가요. 아들의 제법 조숙한 질문을 받은 아버지는 말했다. 돈을 벌어오는 아빠가 자본가, 살림하는 엄마는 정부, 병팔이 넌 국민, 동생 병달인 우리 미래인 셈이지. 가정부 누나는요? 아버지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더니, 자본가인 아버지의 돈을 받으니 노동자라는..
2006-02-11
문화적으로 굳이 우리 동시대를 정의하라면 변화와 엔트로피 법칙에 기초한 세계관이 부상하는 시대라고 요약하고 싶다. 다음으로 언론 동네에서 바라본 문화정책에 대해 물으면 개발해야 할 부분과 개혁해야 할 부분을 분간 못하는 현상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그 교과서..
2006-02-01
정초부터 음식으로 몸뚱이만 채우기는 뭣해서 빼든 책이 '거짓말'이었다. 젊은 작가 11명의 테마 소설집인데 김도언의 '쉰한 개의 시퀀스를 가진 한 편의 농담'이나 이름이 비슷한 김도연의 '아침못의 미궁' 등을 통해 거짓말들이 여사여사하게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실재하는가를..
2006-01-25
흘러간 연속극 얘기가 아니다. 개에 관한 책을 두 권 읽게 됐다. 이걸 자랑할 겸 개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첫째는 한국애견협회에서 나온 . 개과자, 치아관리용 개껌, 개들의 필수 영양소 분석, 인간의 삼강오륜을 흉내낸 '견공오륜(犬公五倫)'과 심지어 화장실을 깨끗하게..
2006-01-13
"밥은 먹었는데 식사는 하지 않았다."
"때리기는 했지만 폭행은 하지 않았다."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달력에 따라 연구를 했다는 황우석 교수. 그와 관련해서도 많은 유행어와 패러디가 양산되기도 했다.
돌이킬 수 없는 '인위적인 실수'라는 말.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