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혁명 때 팔에 붉은 완장을 두르고서 실권파 타도에 결정적 역할을 한 청소년 전위 조직이다. 괴벨스는 또 누구인가. 나치스의 국민계몽선전상이 되어 언론 탄압과 문화 통제에 앞장섰던 무시무시한 인물 아니던가.
내 어린 시절을 회고하니 게으르다는 소리는 거의 안 듣고 자란 것 같다. 그래도 여름방학 같은 때 어쩌다 한번 낮잠을 자다 들키면 '소대성이 모양 잠만 자느냐'는 어른들의 꾸지람이 전부였다. 그게 무슨 뜻인지, 소대성(蘇大成)이 '소대성전'에서 시도때도 없이 잠만 자는 작자임을 안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예전에 최동학(崔東學)이라는, 지체는 높았어도 글 못 읽은 양반이 살았던가 보다. 까막눈인 그는 관보 따위의 기별이 오면 읽는 체하다가 심부름꾼에게 "오늘 관가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고 물어서 겨우겨우 알아냈다고 전한다. 문맹이 많던 그 시절, '최동학이 글 읽듯 한다'거나 '최동학이 기별 듣듯 한다'고 웃어 넘기면 그만이었다.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는 법인데 그건 지금도 그렇고 옛날에도 그랬다. 말 같잖게 횡설수설 지껄이는 사람에겐 '엄천득이 가게 벌이듯 한다'고 했다. 엄천득(嚴千得)이 누군고니 가게 물건을 지저분하게 진열한 장본인이었다. 또 기왕 했던 말을 뒤집어 생판 다른 말을 하면 '고수관이처럼 딴전 부린다'고 한다. 판소리 명창 고수관(高守寬)은 노래하다 말고 갑자기 그 음조를 싹 바꿔 부르기 예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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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때 탁지부 대신 어윤중은 예산을 어찌나 짜게 집행했던지 어(魚)의 위아래를 토막내 '전(田)조림'이란 닉네임을 얻었다. 변사또가 춘향에게 억지로 수청들게 한 데서 '억지춘향'이 생겨났다. "진국명장 만장봉이 바람이 분다고 쓰러지며 층암절벽 석상돌이 눈비 온다고 쓰러질까?"며 억지춘향을 거부한 춘향이 있고, 이래도 응, 저래도 응 하는 예스맨 '목낭청(睦郎廳)'이 있었다. 전에는 이처럼 흉을 보되 운치가 있고 해학이라도 있었다.
요즘 걸핏하면 '막가파'라고 하는데 알고나 쓰는지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지난 96년 단란주점 여주인을 납치, 승용차와 현금 900여만원을 빼앗은 뒤 생매장한 폭력조직이 막가파였다. 이들이 모델로 삼은 지존파 못지 않게 차마 여기 옮기기 싫은 잔혹한 사건들이 주변에서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정오 뉴스를 보니 청주에서는 칼부림이 나서 술집 여주인이 죽었다. 워낙 정치가 암울하고 경제가 절핍하고 문화가 삭막해서인가. 이 살벌한 사회, 막가파식으론 말고, 달리 좋은 해결 방안 없을까?
어쨌든 선거가 끝났다. 모두 일상으로, 평상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필자도 선거 때문에 짊어졌던 짐을 벗으니 홀가분하다. 서로 다른 편에 섰어도 이제는 화해하고 용서해야 한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낙선자에게 위로를 보낸다. 어느 당의 누가 당선되든 지역발전을 위해 도달하는 길은 같다. 이번 지방선거의 당선자들은 목낭청 같은 예스맨이 되지 말고, 소대성이 마냥 잠만 자지 말고… 열심히 일하되 엄천득이처럼 지방 살림 복잡하게 늘어놓지 말고, 전조림처럼 불필요한 예산은 아껴 썼으면 한다.
옛말에 단오에 물 잡으면 농사 다 짓는다고 했다. 또 단오에 그넷줄에 물이 흘러야 풍년 든다고도 했다. 음력 5월 5일인 단오는 본격적인 모내기 시기인데 이때 논물을 확보해야 풍년 농사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였다. 딱 단오인 5월 31일에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이 주민들이 제때 잡은 좋은 물이었으면 좋겠다. 민심도 지역살림도 넉넉한 풍년이 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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