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입장에선 호기로 보일 수도 있겠다. 당장은, “적(敵)을 나누는 것이 합쳐지게 하는 것보다 낫고, 분명하지 않은 적이 분명한 적보다 낫다”는 삼십육계의 제2계 위위구조(圍魏救趙)를 실현할 묘수 같은 걸로 말이다. 하지만 그러잖아도 각축이 팽팽한 한나라당의 대권 주자들, 빅2로 지칭되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박근혜와 이명박의 신경전은 더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원칙이 상황에 따라 변화하면 안 되니 “당헌 한 자도 못 바꾼다”는 한 사람, 당사자가 말할 입장이 아니라며 “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또 한 사람, 혹은 신중론과 적극론, 보수파와 소장파 사이의 갈등이 불씨로 잠복해 있기도 하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정당보다는 별것 아니라며 방심하다 정권을 뺏긴 정당이 상대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대적인 방향이 오픈 프라이머리인지는 솔직히 필자는 아직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 원조인 미국의 오픈 프라이머리는 간접선거 성격인 그네들 선거에서 되도록 다수 의사를 반영시켜 헌법정신에 충실하기 위한 제도다. 알다시피 우리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는데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를 이 제도를 놓고 다투는 것은 허튼 소리에 불과할지 모른다.
형식상 모든 장애를 초월한 제도 같으면서 내용상 대통령 선거를 두 번 하는 꼴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의 중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정당정치의 기본을 훼손하거나 실패한 정권을 호도해 책임정치와 거리가 멀어질 위험은 상존한다. 100% 국민경선하려면 여론조사로 대체하면 될 것이고, 아니 대통령도 여론조사로 뽑지 웬 선거냐고 시비할 수도 있다.
▲ 지난 대선 때의 민주당 선거인단대회 장면 |
오픈 프라이머리를 강렬히 바라는 쪽은 이미 비슷한 재미를 봤거나 이를 새로이 기대하는 사람들이라 해도 대꾸할 말은 없다. 50% 국민참여를 통한 중심부로의 진입 경주(race to the center)는 사실은 지난 대선에서 벌써 써먹은 구(舊)상품이다. 따라서 정략적으로 다룰 부분이고, 찬반 논의의 실익보다 몇 %를 반영할지에 보다 주안점을 둬야 할 사안이다. 불량기업 땡처리처럼 다뤄져선 더더욱 곤란하다.
당내 지분이라는 기득권이 부인되는 이 제도는 유력한 외부인사를 끌어들여 경선 바람몰이로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발상이기도 하다. 검든 희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다만 실제 시행단계에서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대규모 오픈 프라이머리를 가로막는 관련법을 손질해야 하는 등으로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떤 프레임을 짜든 앞으로 대선 구도는 더한층 복잡해질 공산이 커졌다. 어디서 바람이 불든 역풍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서로 다른 배를 탈 것이라는 조급한 전망이 시사하듯 위험부담조차 따른다. 가장 현명한 대안과 그 손익계산서는 국민 아량에 달렸다. 정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덤으로 참붕어까지 잡으려거든 대중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성(性) 이벤트보다 진지한 콘텐츠로 승부를 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이걸 잘 아는 국민들이다. 병법서엔 또 이런 말이 나온다. ‘수전(水戰)을 하려는 자는 물길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정치란 어차피 인간의 권력욕을 매개로 한 자원의 배분이지만 대선 정국은 ‘타짜’의 ‘섰다’판과는 구별돼야 한다. 대선 주자들이 이유 있는 비판을 귀담아듣고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다운 책임감부터 느껴달라는 뜻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