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되지 않은 오픈 프라이머리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오픈되지 않은 오픈 프라이머리

<안과 밖>

  • 승인 2006-10-04 00:00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최대의 여론시장인 추석 대목답게 완전 국민경선제인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둘러싸고 장군멍군식 논란이 뜨겁기만 하다. 여당이 대선 후보를 100% 국민경선으로 뽑기로 한 것이다. 1등석이건 3등석이건 탈 대로 다 타시오! 여기에는 지지율 부진을 만회하고 흥행을 낚아채려는 요소도 담겨 있다. 방점이 후보와 당, 어디에 찍혀 있느냐가 다를 뿐, 오픈 프라이머리는 또한 외부선장론과도 맥이 맞닿는다.

여당 입장에선 호기로 보일 수도 있겠다. 당장은, “적(敵)을 나누는 것이 합쳐지게 하는 것보다 낫고, 분명하지 않은 적이 분명한 적보다 낫다”는 삼십육계의 제2계 위위구조(圍魏救趙)를 실현할 묘수 같은 걸로 말이다. 하지만 그러잖아도 각축이 팽팽한 한나라당의 대권 주자들, 빅2로 지칭되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박근혜와 이명박의 신경전은 더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원칙이 상황에 따라 변화하면 안 되니 “당헌 한 자도 못 바꾼다”는 한 사람, 당사자가 말할 입장이 아니라며 “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또 한 사람, 혹은 신중론과 적극론, 보수파와 소장파 사이의 갈등이 불씨로 잠복해 있기도 하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정당보다는 별것 아니라며 방심하다 정권을 뺏긴 정당이 상대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대적인 방향이 오픈 프라이머리인지는 솔직히 필자는 아직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 원조인 미국의 오픈 프라이머리는 간접선거 성격인 그네들 선거에서 되도록 다수 의사를 반영시켜 헌법정신에 충실하기 위한 제도다. 알다시피 우리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는데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를 이 제도를 놓고 다투는 것은 허튼 소리에 불과할지 모른다.

형식상 모든 장애를 초월한 제도 같으면서 내용상 대통령 선거를 두 번 하는 꼴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의 중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정당정치의 기본을 훼손하거나 실패한 정권을 호도해 책임정치와 거리가 멀어질 위험은 상존한다. 100% 국민경선하려면 여론조사로 대체하면 될 것이고, 아니 대통령도 여론조사로 뽑지 웬 선거냐고 시비할 수도 있다.

▲ 지난 대선 때의 민주당 선거인단대회 장면
▲ 지난 대선 때의 민주당 선거인단대회 장면

오픈 프라이머리를 강렬히 바라는 쪽은 이미 비슷한 재미를 봤거나 이를 새로이 기대하는 사람들이라 해도 대꾸할 말은 없다. 50% 국민참여를 통한 중심부로의 진입 경주(race to the center)는 사실은 지난 대선에서 벌써 써먹은 구(舊)상품이다. 따라서 정략적으로 다룰 부분이고, 찬반 논의의 실익보다 몇 %를 반영할지에 보다 주안점을 둬야 할 사안이다. 불량기업 땡처리처럼 다뤄져선 더더욱 곤란하다.

당내 지분이라는 기득권이 부인되는 이 제도는 유력한 외부인사를 끌어들여 경선 바람몰이로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발상이기도 하다. 검든 희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다만 실제 시행단계에서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대규모 오픈 프라이머리를 가로막는 관련법을 손질해야 하는 등으로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떤 프레임을 짜든 앞으로 대선 구도는 더한층 복잡해질 공산이 커졌다. 어디서 바람이 불든 역풍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서로 다른 배를 탈 것이라는 조급한 전망이 시사하듯 위험부담조차 따른다. 가장 현명한 대안과 그 손익계산서는 국민 아량에 달렸다. 정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덤으로 참붕어까지 잡으려거든 대중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성(性) 이벤트보다 진지한 콘텐츠로 승부를 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이걸 잘 아는 국민들이다. 병법서엔 또 이런 말이 나온다. ‘수전(水戰)을 하려는 자는 물길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정치란 어차피 인간의 권력욕을 매개로 한 자원의 배분이지만 대선 정국은 ‘타짜’의 ‘섰다’판과는 구별돼야 한다. 대선 주자들이 이유 있는 비판을 귀담아듣고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다운 책임감부터 느껴달라는 뜻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세종의 높은 상가공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문제 해결을 노린 혁신적 역발상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가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상가 소유주와 실수요자를 연결함으로써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박람회에는 이틀간 10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했고 프랜차이즈 부스에서는 6건의 실제 가맹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에 박람회 이후 10개 팀이 실제 상가 현장을 찾았으며 추가로 방문 예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