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바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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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바다이야기'

  • 승인 2006-08-29 17:10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어느
시대엔 헤테로독시(이단)가 오소독시(정통)가 되기도 하며, 이 둘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인류 역사는 이어져 왔다. 그러나 40년 가까이 우상처럼 떠받들던 지식을 억지로 수정하려니 못내 허망하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시험점수 때문에 외웠지만 이제는 잊어줘야 한다니, 12개로 늘어날 뻔하던 행성이 8개로 줄어 명왕성은 더 이상 행성이 아니라니, 9개짜리 행성세트에서 느낀 허탈함이 어찌 완구점 주인만의 것일까?

그러고 보니 명왕성 퇴출은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이 어느날 갑자기 퇴출설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각인시켜준 측면도 있다. 하기는 불량 정치인을 리콜하는 주민소환제법 통과로 '선출도, 퇴출도 주민 손으로!', 이 한 방에 정리가 끝나는 세상이다. 정말 정신차려야 한다.

어설픈 당위와 대안 없는 반발로 시끄럽게만 굴지 말아야 한다. 폭풍에 휩싸인 '바다이야기' 의혹을 재확인하는 수준이고 TV 토론 역시 뭐가 뭔지 잡탕밥처럼 모르겠다는 말들이 많다. 여태 뭐하다 하루아침에 조폭 취급하며 기계까지 빼앗느냐, 돈 뜯어간 공무원들 안고 자폭하겠다며 으름장 놓는 게임장 업주도 있는가 보다.




그게 누구 탓인가


오늘은 그 답을 '놀이'에서 파생된 '게임(gaming)'과 '도박(gambling)'이 그렇듯이 도박의 우리말인 '노름'이 '놀이'와 한 뿌리인 기막힌 우연 속에서 찾는다. 마약 같은 도박을 영구 추방하자고 함부로 못 덤비는 이유, 돈 따는 사람 없다 할 정도로 승률이 낮춰져 승산이 불확실하고 위험한 놀이에 그토록 혈안인 이유가 조금은 해명이 된다.

바다이야기의 처리를 말하기 전에 잠깐 명왕성 퇴출 이유를 들어보자. 이 명왕성이 이웃 해왕성의 궤도를 넘나들어 새로 규정된 행성의 요건을 벗어난 것이다. 퇴출이 없고 포용만 가득한 세상이 꼭 좋은 세상이라 할 수는 없다. 식물학자 리비히가 내놓은 최소의 법칙에 따라도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남아도는 요소가 아닌 늘 부족한 요소다. 탁월한 스타급 직원보다 한둘의 저질 직원이 그 회사의 품질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튼 그 물 흐리는 2% 때문에 전체를 없앨 것인가. '황금성', '오션 파라다이스' 등 다른 게임까지 등급 재심사를 통해 시중에서 싸잡아 들어내야 합당한가. 불똥이 잘못 튀어 대전을 게임산업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가령 e-메트롬 대전과 같은 계획은 완전히 물 건너가는 것인가.

필자의 우려는 이번 일이 게임산업의 어떤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우리 생태계를 보면 아킬레스건 덕에 균형과 견제를 유지해 가는 측면이 있다. 사자도 체내의 열을 쉽게 방출하지 못해 포식이 끝나고 빈둥거리듯 나뒹군다. 그러기 망정이지 사자가 진종일 뛰어다닌다면 남아날 동물이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성인오락기를 완전 압수하는 것은 동물을 잡아먹는다 해서 사자의 아킬레스건을 끊는 극약처방일 수 있다. 문제의 근본을 찾기보다 선의의 PC방까지 들쑤시는 극단의 편의주의 발상은 없어야 하며, 또 염치도 자율규제도 없는 그 2% 잘못을 진정 사과한다면 전국을 도박장화한 정책적 실패의 연원에 보다 비중을 둬야 한다.

앞으로 짊어질 부담 때문에 대우주의 명왕성도 퇴출시켰는데 그까짓 사행성 게임장 하나 못 없애나 하고 단순히 생각할지 모르겠다. 다음 수순은 망국적인 도박병, 도박증후군의 책임을 업주에게 덧씌우는 것이고―. 합법적 도박의 세계적 확산은 도박산업이 세계적 차원에서 강화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도박 옹호론이 아니다.

지면이 남아 비유 하나 들어야겠다. 야곱이 돌베개를 품고 보니 천사들이 사다리에서 오르내리자 거기가 하늘문이지 싶어 돌탑을 쌓고 유태인들은 경배한다. 의미를 첨가하면 돌더미가 성소가 되는 법. 게임의 탈을 쓴 도박을 영영 퇴출시킬지 불법과 부작용을 탈색해 게임산업으로 살릴지는 경마장, 경륜장, 카지노 등등 도박산업 합법화를 추구해온 정부가 신중히 판단할 몫이다.
▲ 환상도 낭만도 꿈도 잃어버린 '바다이야기'   박갑순 기자
▲ 환상도 낭만도 꿈도 잃어버린 '바다이야기' 박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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