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와 '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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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짖는 소리'와 '개소리'

<안과 밖>

  • 승인 2006-09-08 00:00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人不
知而不 이면 不亦君子乎아.
(인불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음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닭갈비' 타령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개소리' 시리즈로 변하고 있다. 표현이 좀 뭣하지만, 정치가가 할 첫째 숙제는 언어에 대한 정치적 숙청 내지 숙정 작업이요, 개념 설정이다. 일찍이 공자께서 간파한 대로(子曰 必也正名乎인저) 언어를 올바르게 통용하게 하고 그 언어가 의미하는 바를 옳게 행함은 정치사회 존립의 바탕일 게다. 공자는 참 말을 아낀 분이셨다.






정치는 말을 부리는 행위

요즘 세태에 비하면 특히 그렇다는 얘기다. 바다이야기가 개이야기로 변하더니 계속 시끄러운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어느 에어컨 광고에, 에어컨으로 식힐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사랑뿐이라더니, 정말 이 소음들을 누가 진정시킬 것인가. 이러다 '개 짖는 소리'가 '개소리'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그런데 사정을 보니 개 짖는 소리이건 스피커 소리이건 시끄러운 소리 좋아할 국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국민들이 개들끼리 커뮤니케이션으로 멍멍 짖어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실로 저어하게 된다. 아무리 정치판이 시끄럽다 해도 '개판'과는 구별되어야 하지 않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언어라는 매체가 없으면 정치적인 삶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권을 잡는다는 것도 그렇다. 집권이나 재집권은 정치적 언어 창조나 상징 조작을 할 수 있는 계급으로 성장하거나 유지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정치적으로 말발을 세우기 위함인 것이다.

이러한 소통 방식에 능숙한 사람이 큰소리치는 게 정치판이다.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의 '남자'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여자들은 페니스를 단지 남자의 신체 일부분이라고 여기는 데 비해, 페니스를 마치 자신의 전부라고 믿고 있는 남자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웬 개 짖는 소리냐 할지 모른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주객과 본말이 뒤바뀌어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하는 말이다. 싸움의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정말로 개 짖는 소리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귀가 하도 먹먹하여, 무엇이 개소리이고 무엇이 본질인지 착각이 될 때가 있다.

인정도 품앗이라 한다.
떡으로 치면 떡으로 치고 돌로 치면 돌로 치는 게 만고의 세상 인심이다. 어느 누가 콩과 보리 분간 못하는 숙맥이 아닌 다음에야 놈 하는데 님 할까? 정치도 일종의 말(언어)를 부리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래도 너무 요란하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정치는 이분법, 흑백논리가 아니라 거짓과 갈등 속에서도 새 질서를 찾는 과정일 것이다. 작통권 환수, 바다이야기,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들끓고 있다. 제아무리 민주주의라도 다스리는 자, 즉 치자는 피치자를 언어적 함정에 빠뜨려 언어적 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지배를 공고히 하고 대항 엘리트는 무장된 언어로 부단히 언어적 함정에서 벗어나려 시도한다. 그래서 서로 부딪치게 마련이다.

한데 지금 기득권을 가진 정치언어와 다른 정치언어 사이에 일어나는 개념적인 투쟁으로 보기엔 너무 요란하다. 도둑이 들었는데도 개가 짖지 않으면 이건 문제다. 개는 짖었는데 주인이 못 듣는다면 더 문제다. 짖은 적 없다고 꼬리는 감추는 개도 더더욱 문제다.

그만 듣고 싶다는 데 계속 시끄러운 소리를 들여주겠다는 것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번 뱉은 말은 수정하기 힘들다. 바람(風)이 그렇듯, 정치적 언어를 수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어느 형태로든지 새로운 정치언어를 적절히 변화, 수용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때로는 정치적 격변을 미리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이 있다. 개가 안 짖는 것은 먹을 게 있을 때다." (A의원)
"고막을 제거해 듣지 못하면 개가 짖지 못한다더라. 국민들 얘기 들으라고 만든 귀를 막으니 짖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아닌가." (B의원)

'개 짖는 소리'는 끝이 없다. 우리가 언어를, 또는 정치를 갖는 것은 토머스 홉스나 한나 아렌트가 그랬듯 축복이면서 저주라는 동시성을 띤다. 작금의 현실과 현상이 아무리 우리를 경악시킬지라도 정치, 그것이 '인간의 조건'임을 어쩌랴.

빗물도 옥토 위에 떨어져야 꽃을 피운다고 했다. 잘못된 말은 남에게 상처를 주지만 가장 깊은 상처는 자기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지금의 이 개 짖는 소리도 그렇다. 말하라. 누가 도둑이고 누가 개인가. 개 짖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주인이 개들에 당할 것이라고? 잠잠하라.

개 짖는 소리에 잠 못 드는 국민도 많으니까.
▲ 유성하 「Made in Korea」 Mixed Media 90.9×72.7㎝
▲ 유성하 「Made in Korea」 Mixed Media 90.9×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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