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래 하면
인심이 좋다 하고
안 돼 안 돼 하면
인심이 안 좋다 하고……
심술과 탐욕으로 뭉쳐진 알깍쟁이 '놀부'도 깜냥에는 어떤 꿍꿍이셈이 있었을 터이다.
세상 기류를 좇아 원조(元祖) 시비를 따라가 보자.
뼈다귀탕 한 그릇을 놓고도 원조를 따지는 건 어제오늘의 버릇이 아니다. 드라마도 《황진이》가 《대장금》을 빼닮았다는 투로 그 방면의 원조고 하는 따위의 논쟁 아닌 논쟁이 무성하다. 하기야 소설도 똑같은 사람을 두고 유명작가 둘이 동시에 쓰고 서로 우연의 조합이라는 듯 허탈해하니 알 수 없는 게 우연이다. 인연인가.
▲ 김기창 「흥락도(興樂圖)」종이에 수묵채색 221×168cm |
배비장전의 영향 탓일지도 모르지만 괜히 느낌 때문에 해학을 불러일으키는 말이 있다. '배부장나리'가 그것인데 배가 불뚝 나온 '배불뚝이'를 달리 부르는 이름이다.
어떤 직장에 배씨 성을 가진 부장이 있는데 배까지 나왔다면 얼마나 삼삼한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배부장나리! 배부장나리!"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감돌지 않은가.
그 옛날의 한문학자 '강수'는 양쪽 이마 끝이 뿔처럼 돋아 '强首'라는 별명을 얻었단다. 재수 옴 붙은 건지 좋은 건지 모르겠으되 별명만이 달랑 후세에 전하고 있다.
바닷물고기인 '뚝지'는 '멍텅구리'의 다른 이름이다. 꼴사나운 고기다. 배때기에 요상스런 빨판이 달려 바위에 달라붙는다. 골빈 '멍청이'처럼…?
우연인지 필연인지 '돼지감자'를 '뚱딴지'라 함도 재미있다.
뱃속만 차고 머릿속은 텅 빈 위인이면 '깡통' 칭호가 붙는다.
기실은 '따라지' 시세인 줄도 모르고 '졸때기'나 '흑싸리껍데기' 취급을 받으면서도 딸랑딸랑 소리를 낸다.
알짜건달 말고, 빈손의 백수건달은 말고, 날불한당도 말고….
젊은 여자와 상대가 되는 사내를 '놈팡이'라고 하니 참 홀(忽)하기 짝이 없다. 그러고 보니 여자를 향해 '깔치'라는 속어가 유행하던 때는 아마 30년 전 이쪽저쪽 아닌가 한다. 몸 간수 잘못하는 여자를 놓고 웬 별칭이 그리 많았던지. 어쩌면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통속적 편가름이 승해서일까? 성차별의 이분법에서 원인을 찾는다면? 서방질 잘하는 계집을 '통지기', '화냥년', 행실이 단정치 못한 '계명워리(a wayward girl)', 웃음 팔고 몸 파는 '더벅머리', '갈보', '노는 계집' '아랫녘장수', 요새 같으면 흉도 안 되는, 식 안 올리고 머리 쪽찐 '외대머리'…….
'너구리' 같은 사람도 필요하나, 지체가 별 볼일 없을지언정 터수는 넉넉한 '제갈동지' 같은 순진한 사람, '아리잠직' 얌전하고 귀여운 사람도 좀 많아져야 한다. 돈으로 벼슬 사서 목에 힘주는 '개다리참봉'은 사라져야 하고, 엉큼하게 과욕부리는 '엉큼 대왕'도, 공것만 좋아하는 '무당서방'도 모두 물렀거라. 훠이∼ 훠이. 이름 없는 시인의 시로 마음을 대신하며 '고드름 장아찌' 거드름은 그만 피우자꾸나.
말이 없으면
멍청하다 하고
두고 보면
바보라 하고
설치면
촉새라 하고
어째야
이 세상 살아나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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