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아는 뉴욕 자유의 여신상, 로마 콜로세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인도의 타지마할, 영국의 런던아이 등도 랜드라크라 할 수 있다(사진 참조).
또 가령 서울의 랜드마크를 말하라면 63빌딩, 남산타워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대전의 랜드마크는 가능한가
파리 에펠탑이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서 세운 것임은 필지의 사실이고 대전 한빛탑은 대전엑스포를 계기로 대전의 상징물이 되는가 싶었지만(현재도 그 기능을 전혀 못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방이 아파트숲에 휩싸여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해야 할 것이다. 다른 것을 찾아봐도 대전의 고유함이나 지역 문화적 특성, 한 마디로 전통과 현대가 숨쉬는 딱히 그 무언가가 얼른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대전에 정체성이 없다는 말로 비약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쨌든 이제 엑스포공원에서 남문광장 일대에 문예 복합단지를 조성해서 대전의 랜드마크를 삼아 이 일대를 문화, 예술, 과학, 레포츠가 어우러진 문화예술 복합단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는 대전시. 이러한 요소가 잘 연계된 이를테면 폴리테마공원 같은 걸 만들어, 홍콩 사이버포트에 버금가는 복합개발단지 개발이 가능할 것인가.
적어도 대전이 과학도시 내지 과학문화도시를 근접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를 지향해야 한다고 보면 뜬구름 잡는 구상은 아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하고 또 실현해야 할 구상인지 모른다. 좋은 의미로 전 세계에 대전의 광고판 구실을 하는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 랜드마크 건물들처럼 관광명소로 자리잡아 외화를 긁어모은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처음 예를 든 뉴욕 자유의 여신상, 로마 콜로세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인도의 타지마할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자동차나 반도체 수출을 능가하고 있지 아니한가. 그래서 중동이나 동남아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초고층 건물을 세웠거나 세우고 있어 외화벌이에 나설 채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부쩍 뒤늦은 개안(開眼)을 하고 있다. 민선 4기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너도나도 랜드마크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거나 발주가 진행 중인 곳이 많다. 가까운 청주에서는 부도난 대농 청주공장 부지에 백화점, 업무용 빌딩, 공공기관, 주거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단지 개발을 추진해 하나의 랜드마크를 꿈꾸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청주에는 이미 훌륭한 랜드마크가 있다. 청주의 관문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플라타너스 가로수 터널은 청주를 상징하고도 남을 운치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광주에서는 요즘 왕버들나무 2그루를 살리기 위해 도시계획을 통째로 손질한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미 확정된 개발대상지인 광주 수완택지지구의 도시계획이 버드나무 2그루 때문에 변경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거니와 왕버들을 그 자리에 살려 보존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들인 토지공사 측의 결정도 상당히 놀랍다. 그 나무가 꼭 광주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고 또 되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한강을 홍수를 막는 치수 개념으로만 쳐다봤지만 이제는 문화·관광자원으로 리모델링하겠다는 새 서울시장의 생각에서도 그러한 발상의 전환까지는 아니라도 진전(進展) 정도는 읽혀진다. 그리고 항상 강조하지만 랜드마크가 어디서나 눈에 띄는 꼭 초고층빌딩일 필요는 없다.
어떤 랜드마크여야 하
▲ 로마 콜로세움 |
도시 이미지 제고와 상징성을 강화할 가장 적합하고 효과적인 수단을 찾으면 그걸로 되는 것이다. 대전이 자랑하는 엑스포과학공원이나 연구단지도 한나절 구경거리에 불과하다는 것, 관광객을 오래 묶어둘 수 있는 단일관광 매력물이 없다는 것은 관광산업 측면에서 보완해야 하는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랜드마크화의 목적이 대전의 위상 제고와 관광 명소화일 것이다.
또 랜드마크와는 별개로 기존의 자원만 잘 활용해도 절반의 성공은 거둘 수 있는 여지는 많다. 과학(엑스포 과학공원), 자연경관(갑천, 둔산수목원), 레포트(남문광장), 여가활용공간(예술의 전당, 둔산문예공원, 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등) 등이 그것이다. 조심할 것은 도시 이미지 제고도 좋지만 교통혼잡이나 환경 요인을 늘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초고층 건물을 세운다고 할 때는 이러한 문제를 심각히 걱정해봐야 한다.
여담이지만 최근 영화 '괴물'을 보고 63빌딩이나 국회의사당과 같은 랜드마크의 결여를 한탄해야 했다. 암담하고 음습한 한강의 이미지를 그리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 점이 못내 아쉬웠다. 그리고 만약 갑천에서 '괴물'을 찍는다면 현재의 엑스포다리나 한빛탑이 과연 대전의 랜드마크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은 작품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다. 그렇다고 '킹콩'과 같은 영화를 기대했던 것은 절대 아니지만 말이다.
대전이 과학도시라는 점에 누구나 이의를 달지 않는다. 첨단기술은 대전의 강점이다. '과학도시=대전'이라는 이미지 구축에 부단히 나서야 하는 이유다. 대전의 랜드마크의 지향점도 되도록 이와 관련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허허벌판이 세워졌을 당시의 한빛탑과 십수년 후 아파트가 밀집한 지금의 한빛탑은 분명 느낌부터가 다르다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착안점을 제공한다.
그리고 2020년까지 인구 250만을 예상하는 그때까지, 아니 그 이후까지도 실효성이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어마어마한 건물이나 시설 못지 않게 기존의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하는 소프트 웨어 개발도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다간 대전의 랜드마크가 아닌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기형적인 건물이 들어섬으로써 도심 미관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랜드마크라는 것은 정말 만들고자 한다면 꼭 특정지역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세계적 문화도시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이 도시는 전통적 유럽도시가 갖춘 문화유산을 갖지 못하고도 역동적인 도시문화를 거뜬히 창출해낸 좋은 선례로 꼽히고 있다.
황홀한 키스마크 같은 랜드마크를
대전도 마찬가지로 공간과 동선의 효율적인 배치만 이뤄진다면 원도심도 괜찮고 새로 만들어진 신도심도 괜찮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도쿄시 청사는 실은 일본의 실패작이란 것을 생각해봤으면 한다. 박성효 대전시장에게 하는 말이다.
내 임기에 끝내야겠다는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도시적 측면에서든 건축적 측면에서든 졸속은 금물이고 기능적인, 상징적인 핵심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인근에 행정도시가 들어선다는 사실도 잊지 말 일이다.
결론을 말하면 대전의 랜드마크가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지역적 정체성을 살리고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잘못하면 도시를 돋보이게 하는 랜드마크가 아니라 도시의 흉악망측한 문신이 될 수도 있다. 정말 첫사랑의 키스마크처럼 황홀한 랜드마크가 보고 싶다.
랜드마크에는 '현저한(획기적인) 사건'이란 뜻도 있다. 어떤 현저한 사건은 역사와 문화와의 조화를 무시하고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듯이. 대전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듯이.
▲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
▲ 서울 63빌딩 |
▲ 피사의 사탑 |
▲ 아랍에미리트에-짓는-버즈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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