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2023-10-30
끓는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튀어나오지만, 찬물에 넣고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얘기가 있다. 과학자들은 개구리를 끓는 물에 넣으면 반대로 화상으로 죽지만, 찬물에 넣고 온도를 높이면 탈출한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비유는..
2023-10-23
대전은 어떤 도시인가? 대전의 먹거리는? 대전의 관광명소는? 이러한 외지인의 물음에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대전에서 손님맞이 행사를 치를 때 비슷한 당혹감을 느껴본 경험은 아마도 필자에게만 한정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니 실은 주위에서 종종 듣게 되는 대전..
2023-10-09
'개는 훌륭하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문제가 있는 개를 관찰해 분석하고 적절한 훈련으로 갱생한다는 내용이다. 처음 이상행동을 보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인데도 신통하게 적절한 훈련으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걸 볼 때면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
2023-09-25
며칠 후면 한가위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 유례없이 긴 엿새간의 휴일 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들과 만나고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모두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귀성과 귀경 전쟁이라는 불가피한 불편함을 겪을 사람들의 마음은 마냥 여유로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서울..
2023-09-18
‘최근 한국 프로야구 스타플레이어 선수의 워크에식 논란이 됐다.' 스포츠신문에 실린 이 글을 읽고 나는 도대체 '워크에식'이 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앞뒤 문맥을 살펴보니 한 선수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의미인 것은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work ethic'이..
2023-09-11
간곡히 부탁드린다. 살아서, 함께 가자! 7월 18일 아침. 방학을 사흘 앞둔 초등학교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들의 증언과 기록을 통해, 숨진 교사가 학부모의 민원에 극심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열 차례나 학교와 상담을 하면서, 공개하지 않..
2023-09-04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지난 8월 2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UFC 페더급 1위 맥스 홀로웨이와의 시합에서 3라운드 KO 패한 후 떨리는 목소리로 "음, 그만할게요"라고 인터뷰했다. 그 후 그는 글러브를 벗어 옥타곤에 올려놓고 큰절을 한 후 어깨를 들썩이며 한동안 일어서지..
2023-08-28
올여름은 역대급 태풍과 장마로 인한 엄청난 피해와 매일매일이 열대야인 찜통더위로 그 어느 해보다도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였다. 그러나 진정 우리 사회를 내부적으로 뜨겁게 달구었던 폭풍은 아마도 서울 소재 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둘러싼 교육계의 갈등이었을 것이다..
2023-08-21
8월 19일 국회 앞에는 교사 3만여 명이 모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진상 규명과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교사들은 고인의 49재인 다음 달 4일까지 국회가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법안들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교사들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2023-08-07
요즘이야말로 세대 간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하지 않나 싶다. MZ 세대라는 말로 젊은 사람들의 행태를 조롱하고 '노 시니어 존'으로 나이 든 사람들을 배척하는가 하면. 산업화 세대와 586세대가 정치적 쟁점을 매개로 심하게 대립한다.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에도 새겨져..
2023-07-31
요즘 뉴스를 보기가 무섭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에게 폭행을 당했고, 심지어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젊은 선생님은 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교권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문득 초등학교 때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주셨던 '우리 선생님'이 생각난다. 80년대..
2023-07-17
1971년 6월 13일, 뉴욕타임즈는 미국의 월남전 보고서를 보도했다. 정부의 보도중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 3일 만에 보도가 중지됐다. 6월 18일, 같은 보고서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지역 연방법원 본안 소송에서 두 신문에 무죄가 선고됐다. 항소심에서 뉴욕타..
2023-07-10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다시 올 수 있을까요. (중략)이 생에 못한 사랑, 이생에 못한 인연. 먼 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 나를 놓지 말아요." 이 곡은 가수 이선희가 2005년에 드라마 ‘다모’를 보고 느낀 바를 담아 만..
2023-07-03
최근 대전지방법원 형사5단독(재판장 김정헌)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은 대학교 교내 지하주차장 출구 쪽에서 정문 쪽으로 운전하다 경비원을 들이받아 사망에 이르게 해 재판을 받게 됐는데,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은 '급..
2023-06-26
충청지역 대학가, 아니 정확히는 대전권 대학가가 난리다. 윤석열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으로 가장 크다는 ‘글로컬대학’에 대전은 그 어느 한 대학 예비 선정에조차 들지 못했다. 앞서 또 다른 대형 재정지원사업으로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발전 전략과 연..
2023-06-19
한밭대와 충남대의 통합 이슈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2월 두 대학의 통합논의가 언론을 통해 발표되자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충남대 학생회였다. 5천여 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 결과 98% 학생이 '통합논의 자체에 반대한다'라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이후 "..
2023-06-12
대학가는 이제 학기말고사를 통해 1학기 동안의 성적을 평가해 학점을 부여하는 시기가 됐다. 교수로서 수강생들이 열심히 배우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모두 좋은 성적을 받는다면 그만큼 만족스러운 일이 없을 것이다. 학생은 자신이 수강한 여러 과목의 성적을 받아보면 잘한 과목..
2023-05-29
요즘 사회적으로 챗GPT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물론 일부 신문기사는 인공지능(AI)이 쓴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도대체 챗GPT가 뭐 길래 이렇게도 떠들썩할까? 올해 3월 챗GPT로 놀라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갑작스럽게 본교 총장님의 국제행사 인사말의 영문..
2023-05-22
우리나라 학생들은 질문하지 않는다. 자주 듣는 말이다.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인 대학 본부 회의장에서도 그런 말을 간단없이 한다. 학생들에게 질문하라고 억지로 기회를 줘도 꿀 먹은 사람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충청권역에 있는 대학교 학생이라서 그런가. 서울에서..
2023-05-15
딥러닝 '인공 신경망' 개념을 처음으로 고안해 인공지능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 구글 부사장이 지난달 사표를 냈다. 그는 "AI 기술이 적용된 킬러로봇이 현실이 되는 날이 두렵다. 나쁜 행위자들이 AI를 악용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구글을 떠나..
2023-04-24
얼마 전 대전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초등학생 4명을 치어 그중 1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해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하였다. 2018년에도 전도유망한 청년을 만취차량이 들이받아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고, 그로 인해 ‘윤창호법’이라는 이름으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2023-04-17
코로나 팬데믹과 OTT 덕분에 집 안에서 외국 영화와 드라마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극 중에서 심심찮게 자주 듣는 단어가 'loyal'이었다. 왕과 신하와의 목숨을 건 영웅담부터 갱단 조직원 간의 배신과 복수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정치드라마까지 마음을 사로잡는..
2023-04-10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반년이 지나서야 임명된 교육부 장관이 졸속 추진하는 대학 정책으로 인해 전국 대학가가 시끄럽다. 규제 완화를 핑계로 학교 법인과 운영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대학 설립 및 운영 규정을 개정했고 라이즈 사업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7개 시·..
2023-04-03
오랜만에 같은 학회에서 친하게 지내는 초등학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 선생님은 교직 경력 20년 차인데 학교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맡아서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정말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싶은데 학교 업무에 치여 학생들에게 신경을 쓸 수가 없어서 너무..
2023-03-27
열아홉 명이 모인 공공연한 자리. 처음 열린 회의장이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분이 발언할 차례였다. 단정한 차림의 신사는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안건에 대해 말하기 전에, 삼십 년 동안 가슴에 품었던 말을 꺼내겠다고 운을 뗐다. 지금은 변호사가 된 서른 해 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