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복섭 교수 |
한밭대 학생회도 '막장드라마'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슷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최근 들어 지역 언론도 이 사실을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으나, 이슈의 중대성에 비해 학생들을 제외하고 그동안 두 대학은 비교적 잠잠한 상태를 이어오고 있었다. 여기에는 두 대학의 집행부가 명쾌한 통합의 조건과 내용을 밝히지 못하고 미뤄온 과정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추진조직을 구성하고 소통에도 힘쓰겠다고는 하나 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했다.
먼저 침묵을 깬 건 한밭대였다. 올해 4월 총장 담화문의 형식으로 9개 통합원직을 발표한 것이다. 골자는 '동등한 통합'였다. 그러자 충남대 교수회도 성명서를 내고 그동안 총장이 흡수통합을 공언했는데, 한밭대가 발표한 내용에는 그러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교수회가 반발하자 충남대 총장은 곧바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공개한 한밭대 총장에 '심심한 유감'을 표했다. 결국, 두 대학이 2년여 동안 통합추진과 관련해 만나오면서 밀실협약은 아니더라도 서로가 다른 그림을 그려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논란은 교육부의 글로컬사업 신청과 함께 다시 표면 위로 부상했다. 두 대학이 통합을 전제로 한 신청서를 내겠다는 것이었다. 한밭대 총장은 교수간담회를 통해 충남대와 통합에 관해 정해진 건 없지만, 신청서 제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의 안을 만들어 제출하겠으니 믿어달라고 역설했다. 6월 4일 두 대학이 공동으로 제출한 제안서에는 다소 원론적인 개혁 방향만 제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통합모델을 확인할 수 없다. 어차피 예비제안서이니 1차에서 통과된 후 본 제안서를 낼 때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두 대학 모두 통합과 관련한 구성원들의 반발 등을 고려하며 우선 접수하고 1차를 통과하면 이를 추진의 발판으로 삼아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과연 이 전략이 통할 수 있을까? 실제 강의과목 하나도 쉬이 바꾸기 어려운 것이 대학의 현실이다. 학령인구 감소를 목전에 두고 대학사회의 위기를 통합으로 넘어보겠다는 심산이다. 충남대는 대마불사 전략으로 몸집을 키워 누구도 못 건드릴 거대 국립대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한밭대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한계를 거대조직에 몸을 맡김으로써 편한 생존의 길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대학혁신을 얘기하지만 결국 어려운 본질은 제쳐놓고 위기의 파고를 통합이라는 꼼수로 넘어보겠다는 계산이다. 이렇듯 혁신이 대학의 미래를 결정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견인할 중차대한 과제인데, 두 대학의 총장들은 과연 구성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고견을 청취하는 노력을 먼저 했는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혁신은 위기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대응방식에서 나온다. 위기를 맞닥뜨려 전면적으로 마주할 때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게 되고, 따라서 처방으로 적절한 해결책이 찾아지는 것이다. 에둘러 가려거나 꼼수를 부리는 것은 잠시 피해 갈 수는 있을망정 근본적인 처방책이 될 수가 없다. 혁신을 주도해야 할 학과가 계획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것은 이를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결정적인 하자이기 때문이다.
통합 추진과 관련한 두 대학 총장들의 공통점이 있다. 난관을 마주해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이 아니라 좌고우면과 비밀스러움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두루뭉술한 계획서로 우선 얻어걸리면 그 후부터 소통하고 좋은 안을 만들 테니 믿어달라는 논리다. 글로컬사업이 의도하는 목표와 많이 멀어져 있음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그런지 충남대 총학생회에서는 "통합기반 혁신이 아닌 내부 혁신을 추진하십시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왜 학생들도 아는 내용을 두 대학 총장들만 모르는 걸까?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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