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교수 |
교사들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핵심역량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너무도 다양하고 무거운 업무에 치여 학생에게 집중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초등학교에서는 돌봄 업무, 학교폭력, 방과후학교, 정보화 업무 등은 교사에게 기피 업무 중 대표적인 것들이라고 한다. 심지어 작은 크기의 학교에서는 학년부장과 겸직을 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한국의 교육이 무너졌다고 한탄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교사와 학생이 자신의 핵심역량을 계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수학습설계 역량을 기반으로 교실관리 역량 등의 핵심역량을 키워야 성공한 교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업무로 인해 핵심역량을 계발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3월 한 달 동안 대학가는 교육부가 발표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에 대한 예측과 신청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지방대학교 30개를 선발해 5년 동안 1,000억원을 지원한다는 엄청난 사업이다. 물론 혁신을 하지 않는 대학은 도태될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 하나로 지방대의 살생부가 마련될 것이고 재정 지원을 못 받으면 망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방 사립대 교수인 필자는 지난 15년을 돌아봤다. 솔직히 말해 나의 시간과 노력이 분산돼 제대로 된 열매를 맺지 못한 것 같다. 교육부 지원사업 신청서 작성에 여러 번 차출되다 보니 내 연구역량이 분산됐다. 또한, 학과 구조조정으로 다양한 교과목을 강의하다 보니 강의역량도 분산됐다. 즉, 나의 핵심역량이 수렴돼 발전하지 못하고 발산돼 온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교사와 학생의 핵심역량 계발을 촉진하는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의 핵심역량으로 의사소통, 공동체, 창의적 사고, 지식정보처리, 자기관리, 심미적 감성 역량을 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2022 개정 교과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의 '깊이 있는 학습, 교과 간 연계와 통합, 삶과 연계한 학습, 학습 과정에 대한 성찰'을 개발의 지향점으로 삼았다
현재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5년 내에 약 700개의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미래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은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황과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자신의 생활에서 적용해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인공지능 기술을 초등학교부터 도입해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 보조교사의 도움을 받으면 학생에게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온갖 업무로 바쁜 교사들은 그 어려운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이 아니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가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먼저다. 교사가 학생의 핵심역량과 자기주도성 계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돼야 한다. 즉, 교사에게 잘 가르칠 수 있는 핵심역량을 개발할 시간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교사가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국가 교육과정의 목표는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교학점제와 수능시험의 체제를 과감하게 전면 재검토하길 제안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교육현장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제 공교육 정상화의 소생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정태 배재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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