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선 교수 |
국회 교육위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극단적 죽음을 한 공립 초·중·고 교사는 100명이었다. 초등학교 교사가 가장 많다. '원인 불명'으로 교육 당국이 분석한 이유를 제외하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로 숨진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서울 서이초 선생님을 잃은 슬픔과 안타까움이 깊어지는 가운데, 8월 31일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 교사가 삶을 접었다. 9월 1일 군산 앞바다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9월 3일 학부모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한 경기 기흥고 60대 교사가 세상을 등졌다. 숨진 교사를 감사하고 징계해달라는 민원을 어떤 학부모가 교육청에 넣었다. 9월 7일 대전에서 40대 초등학교 교사가 숨졌다.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되긴 했으나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죄로 신고를 당해 4년간 고초를 겪었다. 같은 날 청주에서 30대 초등학교 교사가 안타깝게 숨졌다.
학생은 미래 자산이다. 미래는 학생과 책과 학교와 교사의 집합체다. 학생을 이끌고 가르치면서 사회적 규범을 익히게 하는 핵심 역할자는 교사다. 교사가 사라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그들의 생애로부터 교사가 쫓겨나고 있다. 너무 모호해서 악용될 여지가 큰 법률조항, 이를 악용하는 학부모, 그 버거운 짐을 교사 홀로 감당하도록 설계·운용되는 제도가 교사의 사명감을 꺾고, 금이 간 마음을 감기들게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과 학교의 관리자, 발의된 입법안 처리에 늑장을 부려 온 국회, 문제의 본질을 모르쇠하고 '극단적 죽음'의 결과에만 선정적으로 접근하는 언론, 자녀의 '교육 욕심'에는 강하나 사회적 교육 현실에 관심이 적은 시민이 학교를 병들게 하고, 급기야 교사를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대한민국 교사에 대한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법적인 해악을 짚지 않을 수 없다.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공무원법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다. 연결의 교차로에 모호하고 광범하게 적용될 수 있는 '정서적 아동학대'가 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다.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2014년 제정·시행된 '아동학대처벌법'은 '누구든지' 정서적 학대 행위는 물론 정서적 학대 행위가 '의심되는 경우'에도 교사를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의심'되는 경우에도 신고할 수 있으므로 교사가 무혐의로 풀려나거나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신고한 학부모를 무고죄로 처벌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정서적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교사를 신고한 악의적인 학부모라도 동법에 의해 철저하게 신원을 보장받는다. 신고한 사람의 신원을 알리면 징역형과 벌금형, 신고자를 언론이 보도하면 벌금형이다.
정서적 아동학대죄로 신고당하면, 교사는 직위가 해제돼 담임직에서 쫓겨나고 교실을 비워야 한다. 학생들도 담임을 잃는다. 처벌의 위협에 직면한 교사는 지자체와 수사기관에 가서 조사받는 한편, 신고자로 의심되는 학부모의 강압이나 합의금 요구 등 은밀하고 악의적인 거래 제안에도 노출된다. 억지 병가를 받아 학생과 교실과 교무실과 동료들로부터 분리, 고립되어야 한다. 학교 당국의 책임회피, 법과 제도적 맹점으로 인해 오로지 교사는 혼자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 친구를 때리고 교사에게 욕하는 학생을 제지한 행위가 정서적으로 학생을 학대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이고 정당한 교육활동의 일환이었다는 것을, 외롭게 그러나 성공적으로 설명해내야 아동학대죄 혐의라는 지옥을 벗어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5년간 아동학대 행위로 등록된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는 8,413명, 실제 기소된 사람은 신고된 교사의 1.5% 미만이다. 올해 4월 교사노동조합연맹이 11,377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권 침해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받은 교사는 26.6%였다.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처벌 등 법률을 이용해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38.2%였다. 담임을 맡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도 '학부모 민원을 감당'하는 문제였다.
교원단체는 지난 8월 아동복지법상의 '정서적 학대'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규정에 대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보일 수 있으나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헷갈리지 않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현실은 꼭 그렇지 않지 않다. 해당 조항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이 통용되지 않는다. 학생 인권과 교권의 조화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펼치려는 교사를 정서적 아동학대죄로 무고하여 교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적 타살의 방아쇠로 악용되고 있다. 헌재가 기존의 판례를 이유로 물러서지 않고, 전향적인 해석과 결론을 내려 줄 것을 기대한다.
마음에 감기가 아니들 수 없는 법률 규정과 이를 악용하는 민원 때문에, 생사의 방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외롭게 발버둥 치는 선생님들을 잃지 않기 위해, 국회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입법 보완에 나서야 한다.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조항과 정서적 학대가 '의심'된다는 것만으로 교사를 신고해 처벌 절차에 돌입하는 아동학대처벌법의 관련 조항을 교육 현장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 원래의 입법 목적을 고려하되,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데 악용되지 않도록 국회 복지위 소관의 '아동복지법', 법사위의 '아동학대처벌법'은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또 학부모 민원이나 아동학대로 부당하게 신고당해 치도곤당하는 교사가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학교와 교육청이 이를 제도적으로 수용해 처리하도록, 그리하여 교사가 부당하게 담임과 교실에서 쫓겨나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정상적인 학습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교육공무원법도 시급히 손질해야 한다. 법 개정이 반쪽짜리가 되지 않도록, 예산과 인력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방안도 법에 담겨야 한다.
지금의 문제는 학생 인권과 교권의 대립,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학교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로잡는 문제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범죄라고 공격하는 데 악용되는 법률을 손보자는 것이다. 학교와 교육 당국이 감당해야 할 문제를 교사 개인에게 떠넘겨 급기야 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제도를 고치자는 호소다.
지난 9월 4일 공교육 정상화의 날, 한 교원단체는 전국의 교사들에게 간곡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아프면 병원에 가시라, 마음이 아프면 반드시 병원에 가시라, 조금 여유가 있다면 동료에게 괜찮은지 한 번만 물어봐 주시라,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일단 살아서 함께 가자!"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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