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광 원장 |
대한민국의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인데, 올해는 0.73명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고,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0명대인 유일한 나라다. 아이가 사라지고 노인만 남는 나라에 미래가 있을까? 오죽하면 세계적인 석학 美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조앤 윌리엄스 교수는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라는 반응을 보였을까.
2021년 7월 감사원은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은 50년 이내에 인구가 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은 출산율이 1.34인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출산장려 대책을 폈음에도 2022년 현재 합계출산율 1.31로 저출산 국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1.4로 떨어진 1996년에야 비로소 산아제한 정책을 중단했을 정도로 무감각했고, 지금은 유례가 없는 속도로 감소하고 있어서 출산율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가늠조차 안 된다.
우리는 무엇이든 세계 1등을 해야 속이 시원한 화끈한 민족이므로 이렇게 애를 태우다가도 언제 또 유행이 확 바뀌어서 OECD 출산율 1위로 올라설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나라의 명운을 이렇게 요행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더구나 우물쭈물하다가는 노동력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회복불능의 무기력증에 빠져 치유가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다.
지방소멸 문제도 인구감소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0년 49.3%이던 수도권 인구비중은 2022년 50.5%로 증가했고, 2030년엔 51.4%, 2050년 53.0% 등으로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은 병원과 문화시설, 교육환경 등이 잘 갖춰져 있으나, 정작 출산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아(0.53명) 서울에 인구가 집중될수록 출산율은 더 내려가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7년 동안 440조원의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지만,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저출산을 직접 해결하는 정책을 포기하고, 고령화 시대 적응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비혼 문화의 확산으로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의 비율이 2012년 56.5%에서 2022년 36.4%로 감소했고, 불임 커플과 딩크족의 증가로 출산율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치솟는 집값과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출산율 반등은 당분간 꿈도 꾸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인구절벽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도 지금 당장 튀어나오지 않고 냄비 속에서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걱정하고만 있을 것인가? 저출산 문제는 일-육아 병행 환경과 자녀 교육문제 등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하는 근본적인 요인과 연계돼 있다. 청소년들은 학교와 학원으로 뺑뺑이 도는 삶에 지치고, 경쟁에서 도태될까 두렵고, 그런 삶을 내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도 싫고,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는 부모의 희생 역할도 자신이 없어서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의 삶이 너무 팍팍하고 경쟁적이지 않도록 사회구조의 개혁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저출산 문제는 결국 나와 내 가족의 생존 문제로 이어진다. 사회 전반에 걸친 불균형을 바로 잡고 가진 자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혁신적인 조치가 없으면 우리 모두 결국 끓는 물 속의 개구리 꼴이 될 수 있다. 서울 소재 대학 신입생과 지방 공공기관 신입직원의 반을 지방 출신으로 선발하고, 육아 휴직은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게 1년간 유급으로 지원하면 어떨지 하는 발칙한 생각을 해본다. 이도 저도 아니면 단일 민족 국가 포기를 선언하고 캐나다와 같은 이민 정책을 서둘러야 살아남을 수 있다.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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