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낭떠러지인데 걱정만 하고 있으면 희망이 없다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낭떠러지인데 걱정만 하고 있으면 희망이 없다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 승인 2023-10-30 08:44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양성광이사장
양성광 원장
끓는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튀어나오지만, 찬물에 넣고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얘기가 있다. 과학자들은 개구리를 끓는 물에 넣으면 반대로 화상으로 죽지만, 찬물에 넣고 온도를 높이면 탈출한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비유는 진위를 떠나 인구절벽과 고령화, 지방소멸 같은 이 시대가 처한 위기에 딱 맞는 표현이다.

대한민국의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인데, 올해는 0.73명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고,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0명대인 유일한 나라다. 아이가 사라지고 노인만 남는 나라에 미래가 있을까? 오죽하면 세계적인 석학 美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조앤 윌리엄스 교수는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라는 반응을 보였을까.

2021년 7월 감사원은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은 50년 이내에 인구가 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은 출산율이 1.34인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출산장려 대책을 폈음에도 2022년 현재 합계출산율 1.31로 저출산 국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1.4로 떨어진 1996년에야 비로소 산아제한 정책을 중단했을 정도로 무감각했고, 지금은 유례가 없는 속도로 감소하고 있어서 출산율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가늠조차 안 된다.

우리는 무엇이든 세계 1등을 해야 속이 시원한 화끈한 민족이므로 이렇게 애를 태우다가도 언제 또 유행이 확 바뀌어서 OECD 출산율 1위로 올라설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나라의 명운을 이렇게 요행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더구나 우물쭈물하다가는 노동력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회복불능의 무기력증에 빠져 치유가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다.



지방소멸 문제도 인구감소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0년 49.3%이던 수도권 인구비중은 2022년 50.5%로 증가했고, 2030년엔 51.4%, 2050년 53.0% 등으로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은 병원과 문화시설, 교육환경 등이 잘 갖춰져 있으나, 정작 출산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아(0.53명) 서울에 인구가 집중될수록 출산율은 더 내려가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7년 동안 440조원의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지만,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저출산을 직접 해결하는 정책을 포기하고, 고령화 시대 적응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비혼 문화의 확산으로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의 비율이 2012년 56.5%에서 2022년 36.4%로 감소했고, 불임 커플과 딩크족의 증가로 출산율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치솟는 집값과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출산율 반등은 당분간 꿈도 꾸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인구절벽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도 지금 당장 튀어나오지 않고 냄비 속에서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걱정하고만 있을 것인가? 저출산 문제는 일-육아 병행 환경과 자녀 교육문제 등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하는 근본적인 요인과 연계돼 있다. 청소년들은 학교와 학원으로 뺑뺑이 도는 삶에 지치고, 경쟁에서 도태될까 두렵고, 그런 삶을 내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도 싫고,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는 부모의 희생 역할도 자신이 없어서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의 삶이 너무 팍팍하고 경쟁적이지 않도록 사회구조의 개혁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저출산 문제는 결국 나와 내 가족의 생존 문제로 이어진다. 사회 전반에 걸친 불균형을 바로 잡고 가진 자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혁신적인 조치가 없으면 우리 모두 결국 끓는 물 속의 개구리 꼴이 될 수 있다. 서울 소재 대학 신입생과 지방 공공기관 신입직원의 반을 지방 출신으로 선발하고, 육아 휴직은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게 1년간 유급으로 지원하면 어떨지 하는 발칙한 생각을 해본다. 이도 저도 아니면 단일 민족 국가 포기를 선언하고 캐나다와 같은 이민 정책을 서둘러야 살아남을 수 있다.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