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진 교수 |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인구와 자본과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고 지방의 중소도시는 인구 감소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 간 불균형의 사회 구조가 형성된 데는 셀 수 없이 많은 원인과 이유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를 든다면 블랙홀처럼 지방 출신 고등학생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대학과 이를 공고화하는 교육부의 입시 및 편입학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외지의 대학에 진학하면 이들이 졸업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때문에 지방에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의 악순환이 계속 반복된다.
내년 대학 입시도 이미 시작되어 수험생들의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지난 15일 마감되었다. 수시모집은 지역인재, 농어촌학생, 저소득 층학생 등 대학별로 다양한 전형 방식이 특징으로서 학생들이 모두 여섯 곳까지 지원할 수 있다. 그중 한 군데라도 합격하면 반드시 등록해야 하고 등록하지 않더라도 정시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자기 성적보다 조금 높여서 상향 지원하는 성향이 있다.
이번 대입 수시모집에서 비수도권 대학의 무려 70%가 실질 경쟁률이 미달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수험생이 여섯 군데까지 지원할 수 있어서 경쟁률이 6대 1 미만인 대학은 사실상 정원 미달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전국 일반대 199개 대학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은 116개 대학인데 그중 82개 대학이 6대 1을 넘지 못했다. 서울에서 멀수록 미달인 대학의 비중이 높아 제주, 전남, 전북, 광주 소재 26개 일반대학의 80% 이상이 6대 1 미만의 경쟁률을 기록하였고, 경남, 경북, 부산 소재 37개 일반대학의 70% 이상이 경쟁률 6대 1 미만을 기록하였다. 심지어 거점국립대학인 제주대, 경상국립대, 전남대, 강원대 등의 수시 경쟁률도 6대 1을 넘지 못하였다.
수도권은 그 상황이 반대여서 수시 경쟁률이 20대 1이 넘는 10개 대학 모두 서울(8개)과 경기에 소재하는 사립대학이다. 정원 미달을 걱정하는 대학도 훨씬 적어 서울 42개교 중 7개(16%), 경기 35개교 중 11개(31%) 대학만 경쟁률이 6대 1 미만이었다. 수도권대학과 비수도권대학의 신입생 모집 양극화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해져서 올해의 수시 경쟁률 격차(12.3)는 지난해(11.09)보다 더 벌어졌다.
대전, 세종, 충남, 충북 지역은 제주, 호남, 영남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한남대, 건양대, 목원대, 배재대 등 대전 소재 주요 사립대학 모두 6대 1의 경쟁률에 미치지 못하였다. 우리 지역의 대표 대학인 충남대(경쟁률 8.60)와 충북대(8.59) 등 등록금이 저렴한 거점국립대학보다도 천안의 상명대, 단국대와 세종의 고려대 등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서울 소재 사립대학의 지방 캠퍼스의 경쟁률이 좀 더 높은 것도 주목된다.
지방 대학은 수시 비중이 88%로서 수도권 60%보다 규모가 더 크지만 수시 경쟁률이 이렇게 하락한 것은 지방대학의 위기가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하고 정시로 이월하는 인원이 늘어날수록 결국 끝까지 충원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거점국립대학의 경쟁률도 최근 3년간 하락하고 있어서 이러한 위기에서 예외라고 할 수 없다.
사실 대학에 진학하는 학령인구의 감소는 이미 20여 년 전에 예상되었던 일이었지만 그동안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지나왔다. 지방 대학의 위기와 지방의 소멸도 이미 오래전에 시작된 일이지만 미봉책과 변명으로만 대응하고 있고, 수도권과 그 대학의 무한 팽창을 억제하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은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다. 양질의 교육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지방의 대학에 그 지역의 학생들이 보다 많이 진학하고 졸업 후 그곳에 젊은이들이 계속 머물러 살 수 있도록 전면적이고 혁신적인 교육과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실행하는 RISE 사업, 글로컬 대학 사업 등과 같은 소규모 선별적 지원 정책은 결국 지방 대학의 소멸을 막지 못하는 또 다른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박양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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