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오 대표변호사 |
그렇다면 음주운전을 한 경우 어떠한 처벌을 받을까? 현행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에 대해 혈중알콜농도에 따라 0.2% 이상인 경우 징역 2년~5년 또는 벌금 1천만원~2천만원, 0.08%~0.2%인 경우 징역 1년~2년 또는 벌금 500만원~1천만원, 0.03%~0.08%인 경우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 원 이하로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
여기에 벌금 이상의 음주 전과가 10년 이내에 한 번이라도 있는 경우에는 혈중알콜농도 0.2% 이상이면 징역 2년~6년 또는 벌금 1천만원~3천만원, 0.03%~0.2%이면 징역 1년~5년 또는 벌금 500만원~2천만원으로 가중처벌된다.
주변에 보면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낸 적이 있다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한두 잔 정도의 술은 음주측정에 걸리지 않는다거나 자신은 술에 취하지 않는다면서 술을 마셔도 운전에 무리가 없다는 분들도 간혹 있다. 하지만 음주운전의 기준이 이전과 달리 강화됐기 때문에 예전의 경험을 그대로 적용하다간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혈중알콜농도 0.03%는 소주 한두잔으로도 측정될 수 있는 수치이고 혹여라도 사고가 나서 호흡측정이 어려워 혈액채취를 하면 그 수치가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어떨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사망이나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로 처벌하고 있고 음주운전의 경우라 하더라도 법정형에 변화는 없다. 다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위험운전치사상죄를 규정해 치사의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치상의 경우 1년~15년의 징역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
또한 같은 법에서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사고인 경우 치사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치상의 경우 1년~15년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특가법을 위반해 초등학생을 사망에 이르게 한 위 만취운전자의 경우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정한 양형기준을 보면 일반 교통사고에서 치상인 경우 가중영역이어도 징역 8월~2년, 치사이면 징역 1년~3년이고, 위험운전의 경우 가중영역이어도 치상이면 징역 2년~5년, 치사의 경우 징역 4년~8년으로 규정돼 있다. 이러한 양형기준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해도 징역 8년 이상이 나오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국민의 법감정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 보인다.
이렇듯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도 형량이 낮은 이유는 우리 형사법 체계가 고의범 위주로 처벌하고 과실범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처벌하는 데다, 음주운전을 하더라도 고의로 사고를 내려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살인과 동일하게 처벌할 수는 없다는 형사법적인 고민의 결과라 할 것이다.
다만, 음주운전은 온전히 과실범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술에 취하면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거나 반응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상태로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은 다언을 요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는 경우 과실범이 아닌 미필적 고의범으로 처벌돼야 할 것인데, 미필적 고의란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실행에 나아가는 것이고 실무적으로 양형에 유리한 요소로 참작되는 정도라고 할 것이다.
음주운전자는 어쩌다 한번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이고 실수로 사고를 냈다고 변명할 수 있으나, 그로 인해 너무나 참혹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되풀이 되는 현실에서 더 이상 음주운전을 실수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법률은 음주운전의 경우 살인에 버금가게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돼 있으니 대법원은 하루빨리 양형기준을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게 조정해 음주운전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마땅할 것이다.
/이종오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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