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오 대표변호사 |
교사들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대응 △문제행동 학생 지도 방법 부재 △교사에게 쏠린 민원처리 시스템 △학교폭력 처리 대응을 개선이 필요한 4대 과제로 선정했는데, 눈길을 끄는 것은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부분이다.
필자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선생님들께 맞는 것이 일상이었고, 불만은 있었지만 학교 질서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좀 노는 친구들은 담배를 피거나 당구장에 갔다는 이유로, 순종적인 친구들도 지각하거나 문제를 틀렸다는 이유로 맞았고, 심지어는 별다른 이유 없이 반항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맞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도 이런 억울했던 과거 경험에 대한 반성의 결과로 학생인권조례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한다. 나아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가 됐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아동복지법 등이 강화됐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제17조 제5호에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는 정서적 학대행위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것인데, 대법원도 이를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어 결코 그 판단이 쉽지가 않다.
여기에 현행 교육공무원법 제44조의2는 아동복지법 제17조에 따른 금지행위로 인하여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에 대해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지금까지의 관행은 아동복지법으로 수사를 받는 교사에 대하여 곧바로 직위를 해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학생과 학부모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로 인해 교사들이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으면 무고하더라도 직위를 해제당하게 되기에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한 지도를 포기하게 됐고, 그로 인한 교권의 실추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 돼 불량학생들에 대한 통제를 포기한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만연하게 된 것이 현재 우리나라 학교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은 8월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상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교사의 평등권, 직업의 자유,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나아가 교육부는 법령과 학칙에 따른 교원의 생활지도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제안했고 여야 국회의원들도 비슷한 취지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선 아동복지법에 따른 학대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교권 침해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와 관련하여서는 의견이 충돌하더라도 서로 일치하는 이러한 부분이라도 서둘러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아동복지법이나 관련 법령의 개정만으로 실추된 교권이 곧바로 정상화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학부모와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교육당국이나 관련 기관에서 합리적인 실무를 정착시킨다면 또다시 서이초 교사와 같은 불행이 발생하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하지만 실추된 교권의 회복만을 강조하다 보면 과거의 불합리가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어 보인다. 혹자는 학생인권조례가 문제기에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 학생인권조례는 특별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권의 회복과 대척점에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교권도 학생인권도 침해되지도 않고 학교폭력이 사라지고 웃음과 행복이 가득한 학교를 만들어 가기 위해 여야 정치인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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