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학 교수 |
더 큰 충격은 충남대와 한밭대의 탈락이다. 양 대학은 '생존을 위하여'라는 기치를 들고 일부 구성원의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통합을 전제로 한 혁신안을 제출했음에도 탈락했기에 그 허탈감과 무력감을 지울 수가 없다. 국립대 발전은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현대 사회의 대학에서 재정지원의 중요성은 많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이고 국립대라고 해서 결코 예외가 아니기에 두 대학이 체감하는 고통은 훨씬 더 크리라. 그러나 재정지원만 많이 받으면 국립대는 잘 발전할 수 있을까? 즉 재정지원이 국립대 발전의 요체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결코 아니다. 재정지원보다 앞서 갖춰야 할 것이 있다. 아니 이들이 선행될 때 재정지원도 많이 받을 수 있다. 국립대 발전의 요체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그 요체는 무엇일까? 국립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립대 개혁이 선행돼야 하고, 그 개혁을 통해 발전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이럴 때 개혁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 첫째는 국립대의 정체성 확립이다. '과연 국립대는 무엇을 하기 위한 존재이고 사립대 이외에 왜 별도로 존재해야만 하는가?'라는 시대와 사회의 추궁에 자신 있게 답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그리고 이를 위한 우리 사회의 통일된 인식을 먼저 합의하지 않는 한 국립대 발전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지금 같이 사립대와의 차이점을 쉬이 찾을 수 없는 현실에서 사립대가 아닌 국립대가 존재해야 할 당위성을 찾고 그에 맞추어 국립대 발전의 그림을 그려야 하지 않을까? 국립대다운 국립대, 국립대에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는 국립대가 돼야 한다. 이 점에서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 선임연구위원이 한 발표에서 국립대의 존재 이유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한 것은 필자와 같은 시각에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화두를 던지는 동시에 국립대가 발전하기 위한 토대 구축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음으로 개혁할 부분은 국립대 거버넌스의 재정립, 그중에서도 총장 선출제도의 개선이다. 지금과 같이 학교 구성원의 투표를 통해 국립대 총장을 임명하는 방식을 취하는 한 국립대 발전은 요원하다. 아무리 직선제 총장제에 민주적 당위성이 있다고 해도 정치판 뺨치는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온갖 포퓰리즘 정책이 남발되며 직분과 직종의 차이에서 오는 신분 갈등으로 물든 국립대 폐해를 메꿀 수가 없다. 강단에 선 지 18여 년, 나름 이런저런 대학본부 보직을 맡아 학교 운영에 관여해 온 필자가 내린, 아프지만 분명한 결론이다.
마지막 개혁 대상은 교수 채용 시스템이다. 교육의 주체는 교수이고 우수 교수 없이는 학문 발전을 꾀할 수 없음이 명백함에도 국립대 교수 채용의 실태는 어떤가? 공정과 투명은 온데간데없고 정실과 연고주의가 넘실거리는 채용 시스템, 실력자임에도 지원에 앞서 내정자가 있는지를 염탐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현실, 학교 발전이 아니라 자기 편한 사람 뽑아 충성 받고자 하는 이기심에 주도권 유지에만 관심 있는 주류 교수들, 이것이 채용의 단면이라고 한다고 하여 뉘 있어 감히 반박할 수 있을까? 이러한 세태를 방치, 아니 방조하는 현행 교수 채용 시스템의 개선 없이 과연 대학 발전을 꾀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답한다.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대통령과 교육 당국에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 진정 국립대 발전을 위하고 미래세대에 부응하는 국립대를 원한다면 혁신은 위 세 가지에서 시작되기에 이들만이라도 즉시 실행에 옮겨달라고.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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