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진 교수 |
마찬가지로 졸속으로 추진되는 교육부 사업으로 ‘글로컬대학30’ 선정이 있다. 30개 지방대를 집중 육성한다는 기만적인 포장지에 쌓여있지만 내용은 결과적으로 지방대학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대학별로 5년 동안 1천억씩 지원한다고 발표했지만, 교육부가 별도 예산도 마련하지 않고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증액된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을 가져와 쓰는 것이다. 지난 14년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크게 악화된 모든 대학을 보편적으로 지원하는데 사용해야 할 재원을 지역대학 간의 무차별 경쟁을 유도하고 일부 대학만을 선별 지원하는데 사용하려는 것이다. 결국 광역시·도별로 고작 2∼3개 대학만이 글로컬대학에 선정될 것이며 300여 개에 달하는 대부분의 지방대학은 사실상 생존이 어렵다고 공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지방대학 살생부의 명단을 선포하는 사업이 될 것이다.
고대 중국의 유명한 사자성어로 '조삼모사'가 있다. 송나라의 저공이 원숭이를 사랑해 여러 마리를 길렀는데 원숭이에게 아침에는 세 개, 저녁에는 네 개의 도토리를 주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화를 내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하니 원숭이들이 기뻐했다는 ‘열자’의 기록에서 유래한 용어다.
장관과 부서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이름만 그럴듯하게 바꿔 온갖 대학 지원사업을 추진해온 교육부는 사업 선정과 지원이라는 간사한 꾀로 대학을 속이고 길들여 왔다. 지난 20여 년 동안 추진해온 교육부의 선별적 대학 지원 사업으로 우리나라 대학이 질적으로 성장했거나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교육부가 지원하는 것은 관료들이 그때마다 임의로 정한 일회성 '사업'의 시행에 대한 지원일 뿐 대학의 근본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한 체계적 체질 개혁에 대한 지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의 몰락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교육부의 대학정책을 저지하고 대학의 균형발전과 공공적 고등교육 정책을 촉구하기 위해 민교협과 국교련, 사교련 등 7개 전국교수단체가 올해 2월 전국교수연대회의를 결성했다. 충청지역 교수들도 3월말 따로 모여 충청지역 교수연대회의를 출범하면서 기자회견을 열어 졸속적·기만적인 대학정책을 비판하고 대학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강조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바로 지역사회의 위기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라는 근본적 원인에 우리 사회가 공동 대응하면서 지방대학의 몰락과 지역소멸을 완화할 수 있는 현명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해결책 가운데 하나는 대학과 지역의 균형발전과 공공적 고등교육 정책 추진을 위한 '대학재정교부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재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작년 초중고 학생 1인당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가 1500만원을 상회했고 교육청의 기금 누적액도 20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반해 대학생 1인당 정부 지원금은 385만원으로 초·중·고생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렇게 OECD 국가 가운데서도 오히려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1인당 고등교육 투자를 초·중등 교육 수준으로 확대한다면 대학교육의 공공성도 강화하면서 지방대학의 지속 발전을 위한 자율적 모색도 가능하다. 특히 지방 사립대학에 대한 장기간의 조건 없는 재정 지원이 확보된다면 교육부의 조삼모사의 꾀에 울고 웃는 처량한 원숭이의 처지에서 벗어나 과감한 자체 혁신과 개혁을 통해 지역발전의 핵심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박양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