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08-04-10
삼국지와 삼국지 인물을 둘러싸고 이상한 소문이 많다. 관우가 여자를 밝혔다느니 조조가 방중술에 빠졌다느니 하는 얘기도 있다. 삼국지 7할은 사실이고 3할은 거짓이라는 청나라 역사학자 장학성을 따라야 속은 편하다. 소설도 재미있고 역사라면 더 재미있지 않은가!
선진당..
2008-04-09
높은 지위가 적힌 명함을 건네면서 갖은 겸손을 떠는 것, 이것도 일종의 교만이다. 스스로 잘난 체하는 아만(我慢)이고 덕이 없으면서 있다고 믿는 사만(邪慢)이다. 실제로 당선된 후보이지만, 선거 과정에서 이미 국회의원 자리를 따놓은 양 우쭐대는 증상만(增上慢)도 있었다..
2008-04-03
“습도는 오르고 기압은 떨어지고 있네요
소식통에 따르면 거리에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밤 10시 반쯤에
사상 처음으로 남자들이 비처럼 쏟아질 예정이랍니다∼”
한 달에 서너 번 갈까말까 하는 헬스클럽에서 자주 틀어대는 노래가 있다. 박자도 시속 6.5..
2008-04-02
성서 인물 ‘요한’은 미국이나 영국에 가면 ‘존’이 된다. ‘장’은 프랑스, ‘요하네스’는 그 독일명이다.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얀’이고 러시아에서는 ‘이반’이다. 발음도 다르지만 선호도나 느낌이 조금씩 상이하다. 요한 바오로 2세에 붙이는 ‘요한’과 삽살개 이름 ‘쫑’..
2008-03-27
어떻게 하다니? 나는 한국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5000명이 앉을 자리 위에도 차양을 치든지, 아니면 수상(총리) 자리의 차양을 없애든지 하세요. 수상만 그늘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비서실장의 말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명박 『..
2008-03-26
프레젠테이션이 막 끝났을 때가 판매 성사에 최고의 시기다. 상품 정보를 가장 확실히 인지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후보등록을 마치고 오늘 시작되는 본격 선거운동에 효용체감의 법칙을 적용할 여지는 없을까? 투표 인센티브 제도가 처음 도입되는 점도 이번 총선의 특이점이다. 즐..
2008-03-20
1968 3월 29일 금요일 흐림
새를 보았다. 예쁜 참새였다. 동무들이 돌팔매질을 하여 내가 말렸다.
다 함께 새를 구경하면서 나는 말했다.
“저렇게 예쁜 새를 죽여서 쓰나?”
동무들이 웃었다. 새는 고맙다고 작은 날개를 퍼덕였다.
40년 전 이맘때의 내 일..
2008-03-19
살아오면서 공짜로 무엇을 얻었던가. 과연 공짜였나. 공짜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주고받기의 ‘기브 앤 테이크` 차원이라고?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언젠가는 내 주머니에서 지불할 내 귀한 점심값!..
2008-03-13
반항과 저항의식이 깔린 흑인영어에선 ‘That`s bad`는 ‘That`s good`의 뜻이다. 잘한다, 재미있다, 웃긴다, 쇼한다…. 한국말도 흑인영어 못지 않다. 써도 써도 어렵구나 생각하며, 리모컨으로 채널 있는 대로 다 눌러보는데….
채널 돌리기는 방송국..
2008-03-12
주유소의 다섯 형태는 세계화 전도사 입장에서 국가경제 시스템을 단순화한 것. 토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나오는 주유소를 고유가 시대의 소비자 시각에서 좋은 주유소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다섯 가지 주유소가 있다. 첫째, 일본의..
2008-03-06
암캐를 미인계로 쓴 개도둑. 그는 미끈한 암캐에게 수캐 호리는 훈련을 시켜 12마리째 훔치다 덜미가 잡혔다. 예쁜 아가씨에게 호감을 보이고 치마를 들추는 등의 징글맞은 원숭이 실험을 TV에서는 내보냈다. 동물 눈에도 ‘제 눈에 안경`이 있는데….
텍사스대학 연구팀은..
2008-03-05
벽의 근본은 물렁물렁했던 거다
벽은 틈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견고한
제 형식을 무너뜨리느라
어둡고 추운 밤에 기대어 바람을 들이고 있다
―김상숙 ‘물렁물렁한 벽’
학교 부근엔 교도소가 있었다. 어린 내 눈으로도 높다란 담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덩굴 한 줄기는..
2008-02-28
우리네 생은 길 위의 생이었다. 날 때부터 그랬다. 자궁이 집이라면 산도는 길이다. 모든 것은 길로 통한다. 길이 모험이고 깨우침이며 통로이고 확장이어서 그럴까. 천안삼거리에 서면 그 옛날 누란으로 향하는 대로에 서 있는 착각이 든다.
천안삼거리는 곧 천안의 표상..
2008-02-27
계란 노른자위가 두 개였다. 양계장에 찾아가 바꿔달라 했더니 주인은 닭들을 집합시키고는 “어젯밤 두 탕 뛴 닭 누구야?”라고 물었다. 계란을 바꿔줘서 가져왔다. 이번엔 노른자위가 없어 바꾸러 갔다. 양계장 주인은 닭들을 소집해 다그쳤다. “어젯밤 피임한 닭 나와!”..
2008-02-21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지만, 네바다 사막은 원래 바다였다고 한다. 왜 ‘네바다`였는고 하니 네 면(四面)이 바다여서 그렇다는 것. 폭포 ‘나이아가라`는 우리말 ‘네 가람(江)`과 어원이 동일하다는 주장이 있다. 인디언의 말 ‘아파치`가 ‘아버지`에서 나왔다는 그럴듯한 얘..
2008-02-20
한물간 분류법인 ‘똑게, 멍게, 똑부, 멍부’는 제법 쓸 만하다. 충북도청에서 벌이는 불필요한 일 찾기 콘테스트와 결부시켜도 아직 유효적절한 분류법임이 드러난다. 멍게(사진 속의 멍게가 아니다), 멍부형이 주로 쓰는 ‘불필요, 비합리, 비효율’의 업무를 색출하는 일과..
2008-02-14
“황해바다 석화야! 석화야! 물결 타고 달빛 타고 간월도로 모여라.
황해바다 석화야! 석화야! 이 굴밥 먹으러 물결 타고 모여라.
황해바다 석화야! 석화야! 이 굴밥 먹으러 달빛 따라 모두 모여라. 석화야∼!”
―간월도, 굴 부르는 소리
미웠다가 다시 그립고..
2008-02-13
너무도 당연한 말이 어록에 오르고 길이길이 남는 명언이 되는 수가 있다. “군대는 배가 불러야 움직인다”는 나폴레옹의 말은 얼마나 평범한가. 그런 나폴레옹 군대답게 통조림을 개발했고…. 군대만 그런가. 금강산도 식후경이요, ‘음식남녀`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터...
2008-02-12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이 잘 가는 것이라고 노자가 말했다. 그러나 흔적 남기기는 자연스러운 인간 욕망이다. 성박물관의 유물이나 인도 카주라호 사원의 외벽에 새겨진 고난도 체위 조각에서는 옛날에도 별 다름없이 살았구나 하는 물증 이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흔적..
2008-01-31
융합의 정신을 강조한 나머지 춘향의 미(美)와 불경이부(不更二夫)라는 정절마저 분리 불가능한 것으로 본 이어령씨. 대전의 발전 전략으로 제시한 “다양한 것들을 융합해라”, “각 지역의 문화를 받아들여라”도 디지로그이기 이전에 비빔밥 이론이었다.
대전에 온 이어령..
2008-01-30
“춥지?” “네, 너무 추워요.”… “소한 추위가 대한 추위보다 더하다니 이상하죠?”
“우리 선조들의 속임수지. 복중에 슬쩍 입추를 끼워놓는다든가, 어감으로 혹한이나 혹서의 괴로움을 덜려는 천진한 속임수야.” ―박완서 『나목』에서
박완서의 ‘나목(裸木)`에 등장하는..
2008-01-24
“시.도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잘 처리가 될 겁니다. 그래서 미국 같은 경우에 30년째 시.도지사(주지사)가 대통령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를 하기 이전에 지방자치를 해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벌써 의사소통이 달라질 것입니다.” (후보 시절의 이명박 당선인이 이완구..
2008-01-23
서해안이 기름 범벅이 되고서야 국가방제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 것, 등급제 수능이 1년 만에 사실상 폐지되어 89년, 90년생들을 울린 것은 고장이 나야 대처하는 탁상행정(‘전봇대`)의 전형이다. 자리의 힘, 직권력(position power) 한 방에 원점으로 가는 것..
2008-01-17
불교에서는 극락 가기 바라며 하는 희천시(希天施)도 동기 불순한 보시로 본다. 상대가 졸라 마지못해 하는 보시를 수지시(隨至施)라 한다. 포외시(佈畏施)는 의리나 체면으로 하는 보시이며 습선시(習先施)는 습관과 선례에 따르는 보시.
축의금의 상당수는 포외시와 습선..
2008-01-16
“내가 1인칭, 너가 2인칭, 나와 너 외엔 우수마발이 다 3인칭야(三人稱也)라.”
양주동 박사가 12살 때 ‘삼인칭 단수’가 뭔지 몰라 애면글면 애태우다가 엄동에 30리 눈길을 헤치고 읍내 보통학교 교원을 찾아 들었다는 설명이다.
우수마발은 소오줌과 말똥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