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우주선 타고 김치 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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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우주선 타고 김치 먹세

최충식 논설위원

  • 승인 2008-02-13 00:00
  • 신문게재 2008-02-14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너무도 당연한 말이 어록에 오르고 길이길이 남는 명언이 되는 수가 있다. “군대는 배가 불러야 움직인다”는 나폴레옹의 말은 얼마나 평범한가. 그런 나폴레옹 군대답게 통조림을 개발했고…. 군대만 그런가. 금강산도 식후경이요, ‘음식남녀`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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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남녀에 사람의 큰 욕망이 있는 것(飮食男女 人之大欲存焉)이다. 그리고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음식에도 유래가 있다. 지독한 카드 도박꾼 샌드위치 백작은 시간 절약 차원에서 빵 사이에 로스트 비프(로스)를 끼워 먹었다. 샌드위치의 시초다.

이런 부류의 사연은 특히 군대의 전투식량에 많다. 며칠 전에야 대전의 한 백화점에서 케밥을 먹어봤다. 이름만 들었지 난생처음인 이 이국의 음식은 옛날 터키군이 먹던 야전 전투식량이었다. 병사들이 잘게 썬 양고기나 닭고기를 양념해 꼬챙이에 둘둘 감은 다음, 구워서 야채를 곁들여 먹던 음식이었다. 발원을 따라 올라가면 순대는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막강했던 몽골군이 남긴 작품이다.

12,3세기 칭기즈칸 군대가 타던 기동력 뛰어난 말은 오늘날의 고성능 전투기였다. 고려청자가 그 당시의 첨단 반도체였듯이. 며칠을 달려도 끄떡없는 말 위에서 무패 행군하면서 그들은 휴대성 간편한 순대를 먹었으며 고기 말린 육포를 씹었다. ‘샤브샤브`(‘찰방찰방`, ‘첨벙첨벙`쯤 되는 일본 의성어)는 갈 길 급한 몽골군이 얇게 썬 양고기를 투구에 끓인 물로 데쳐 먹은 것이었다.

우리 삼국시대 군대가 토렴이라는 음식을 만들던 조리기구도 투구였다. 북어는 그 무렵 전투식량인데, ‘북어 껍질 오그라들듯`(점점 감소하는 상황)이라고도 표현하듯이, 그렇게 바짝 마른 북어를 찔러 넣고 서낭당[城隍堂]에 비상소집하곤 했었다. 김유신이 황산벌에서 계백과 한판 떴을 때의 전투식량은 미숫가루였고 임진왜란과 6.25 때의 전투식량은 주먹밥이었다.

고구려를 중국 역사라고 억지부리는 중국은 라면조차 일본 아닌 중국 군대의 전투 비상식량인 건면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조리법으로 보면 한국도 이 논쟁에 가세할 여지가 있다. 한국의 라면은 게다가 국제우주식품 인증까지 받았다. 라면이 김치, 수정과, 고추장, 쌀밥 등과 나란히 우주식품으로 채택된 것이다. 몇 달 내로 한국인의 맛이 우주로 향하게 생겼다.

이 토종 우주식품들이 우주인의 성찬으로 각광받고 한국음식의 세계화에 이바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주선, 전쟁터, 길 위의 여행객들에게 요긴한 양식이길 바란다. 결식, 편식, 과식의 삼식(三食)을 불허하는 강박의 음식인 우주식품. 이처럼 준열한 전투식량도 없다.

문명화와 더불어 ‘슬로 슬로~` 아닌 ‘퀵 퀵~`이 미덕인 전투식량이 수반되는 건 역설 같지만, 전투에서나 우리 일상의 전장에서나 전투력 향상에 도움된다면 어쩌겠는가. 음식이 훌륭한 군수(軍需)이며 병참(兵站)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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