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대한민국 주유소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밖]대한민국 주유소

[안과 밖]최충식 논설위원

  • 승인 2008-03-12 00:00
  • 신문게재 2008-03-13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주유소의 다섯 형태는 세계화 전도사 입장에서 국가경제 시스템을 단순화한 것. 토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나오는 주유소를 고유가 시대의 소비자 시각에서 좋은 주유소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다섯 가지 주유소가 있다. 첫째, 일본의 주유소는 갤런당 5달러이지만 4명이 기름 넣고 유리창 닦아주고 상냥하게 손을 흔들어준다. 종업원들은 종신고용계약 신분이다. 둘째는 미국의 주유소인데 1갤런에 1달러지만 손수 기름을 넣어야 한다. 편하려면 돈이 더 든다.

셋째, 서유럽의 주유소. 기름값이 일본만큼 비싸다. 고용계약을 따를 뿐이라고 투덜대는 종업원 1명이 있다. 넷째, 개발도상국 주유소의 친인척 혼성 종업원 15명은 손님이 오거나말거나 노닥거린다. 주유기 6개에서 작동되는 건 유일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공산국가의 주유소. 1갤런에 50센트이지만 이 값으론 어림없다. 기름을 몽땅 암시장에 내다 팔았다.

여기서 프리드먼 방식이 아닌 기름 소비자의 눈으로 비교에 들어간다. 일본과 서유럽 주유소 중 같은 값이면 일본이 낫다. 가격 면으로는 서유럽보다 남미가 싸다. 정부 보조금 때문이고 세금에 전가되니 서유럽이 낫다. 공산국가보다야 남미가 좋다. 미국에서 직접 주유할 때 분당 인건비 1달러를 쳐도 2달러면 족하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결국 평균 선호도는 미국>일본>서유럽>남미>공산국가 순일 것이다. 서유럽이 90분간 점심시간을 쉬어도 남미보다 낫고, 타이어 뚜껑을 노리는 부랑자들의 위험만 조심하면 미국이 일본보다 낫다.

화장지나 생수에다 세차에, 조생양파 1망을 주기도 하는 우리는 어디쯤일까. 서비스로 일본을 울릴 정도라 할지 모른다. 주유소가 불원간 신개념 디지털 허브가 된다는 판이다. 계산법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소득수준을 감안한 실질적 기름값은 미국(13.8)이나 일본(30.3), 서유럽(영국 45.3, 프랑스 57.3)에 비해 우리(100)가 비싸다.

한국의 주유소는 여섯 번째 주유소로 따로 등록해야 할 것 같다. 실제로 어제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니 12만4650원이 나왔다. 세금만 5만3064원 낸 셈이다. 유류세 10% 인하를 아직 반영하지 않은 자영 주유소였다. 내려도 계기판 눈금에 큰 변동은 없다. 인하 혜택을 정유사와 주유소만 누린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그러면 대안은 있는가. 옥수수, 콩, 유채로 만든 바이오연료도 생산원가와 치솟는 곡물 가격을 생각하니 대안이 못 된다. 원가가 오르는데 가격을 동결할 경우, 적자를 세금으로 메울 수 있는 것도 딜레마다. 또한 인하 효과는 반짝 하다 사라진다. 유류세는 기름값 거품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깊이 고민해야 한다. 시장(市場)을 이긴 정부는 없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