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은 곧 고기를 갈망하는 신붓감을 유혹하려는 수단이다. 실재하는 부족을 봐도 사냥 솜씨는 아내의 숫자와 연관이 있다. 좋은 사냥감을 포획하지 못하면 아내를 맞기 어렵거나 지켜내기 힘들었다. 어찌 에스키모나 티위인만의 처지이겠는가. 고대 석기인의 문제만이겠는가. 성공적인 사냥꾼은 여자 사이에서 벌이는 경쟁에서 승리자였다. 바람 피우는 것도 문화규범으로는 비난받지만 진화의 유산이다.
현실이 그렇다. 재력이 두둑한 남자는 돌도끼 시절이나 지금이나 인기다. 외모는 처지지만 경제력 있는 10살 연상남, 외모는 출중하나 경제 약한 10살 연하남 중 누굴 택할 것인가. 설문에서 앞쪽을 택하겠다는 반응이 30대(75%), 40대(74%), 20대(72%) 순으로 압도적이었다. 다른 조사에서 결혼 적령기 남녀 68%는 배우자 조건으로 경제력을 꼽았다. 이 응답은 물질만능 풍조에 갑자기 편승한 것이 아니고 오래 짜인 마음의 지도다.
남자의 강한 호기심도 여자를 위해 사냥하며 돌아다니다가 프로그래밍이 된 진화의 잔재라 할 수 있다. 내일(8일)로 100주년을 맞은 세계여성의 날에 즈음해 대전역 광장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기자적 관심 이전에 행사를 본 것은 구경거리에 목말라하는 원시성의 발로였을 것이다. 성 역할 고정관념 깨기, 가사 나누기…. 그러나 미모를 담보로 남자의 능력에 기대서 살려는 욕구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경제력은 포획한 사냥감이 현재화한 것이다. 사냥 능력(경제력)을 갖춘 여자가 부쩍 늘어났다. 남자의 거의 절반(46.1%)은 여자의 경제력에 끌린다지만 머슴살이 욕구를 일으킨 여자에게 열심히 사냥감을 잡아 바칠 것이다. 스스로 위대한 사냥꾼에는 수준 미달이다. 대신에 사냥거리나 평생 떨어지지 않길 소망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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