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나면 나그네가 되어 길에 나서면 알 수 있다. 삼거리에서 분기한 길은 모든 집이란 집을 여관으로 만들면서 ‘에루화 흥, 흥을 돋우고 전라도와 경상도로 뻗어간다는 것을. 실제 그 흥은 흥타령축제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가을, 휘늘어진 능수버들 그늘 아래 외국 55팀, 국내 140팀이 참가해 세계인의 춤판을 벌여 85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자신을 얻은 천안시는 26일 천안흥타령 축제 업그레이드 계획을 밝혔다. 삼용동 천안삼거리 일대에는 전통소리와 춤 주제관, 민속주 체험관을 세운다고 한다. 상징적인 복원이나마 기대되는 것은 천안삼거리의 옛 한양길, 영남길, 호남길이다. 한양 가던 길, 아우내를 거쳐 청주로 들어가 문경새재 넘어 멀리 경주와 동래까지 통하던 길, 공주감영을 거쳐 논산을 지나 전주와 광주, 여수와 목포 등지로 통하던 옛길을 얼마나 잘 은유해 낼지는 아직 모르겠다.
비유를 더 들면 가을의 전령사인 곤충이 보일러 기름을 먹고사는 생소한 곤충으로 둔갑한 것처럼 이미지 역전이 오지 않아야 한다. 능수버들, 능소아가씨 전설과 흥타령은 말했듯이 늘 천안의 표상이다. 누구든 그 자리에서 능수버들 피리 불어줄 그이, 기다리는 그녀가 되면 어떻겠느냐는 것. 재미있게 만들자는 뜻이다.
누군가는 재미라는 화두를 “독자가 좀 읽어주겠군”으로 표현했다. 천안삼거리의 변신도 “사람들이 좀 찾아주겠군”에서 출발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양길, 영남길, 호남길에서 만일 ‘길`이란 단어가 떠오를 정도면 우리 현대 노마드(유목민) 족속들이 목을 축이고 싶은 오아시스가 될 수도 있겠다. 다만 이름 하나로 엄동과 폭염의 척박한 길에 좌르르 비단 카펫을 깐 비단길처럼 찬란하지 않더라도 조급해하지는 말자.
존재했다는, 그리고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천안삼거리는 아름다운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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