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멍게야 멍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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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멍게야 멍게야

최충식 논설위원

  • 승인 2008-02-20 00:00
  • 신문게재 2008-02-21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한물간 분류법인 ‘똑게, 멍게, 똑부, 멍부’는 제법 쓸 만하다. 충북도청에서 벌이는 불필요한 일 찾기 콘테스트와 결부시켜도 아직 유효적절한 분류법임이 드러난다. 멍게(사진 속의 멍게가 아니다), 멍부형이 주로 쓰는 ‘불필요, 비합리, 비효율’의 업무를 색출하는 일과 상당히 일치하고 있다.


똑똑하고 게으른 사람, 멍청하고 게으른 사람,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사람. 넷 중 바람직한 인간형은 단연 똑부형이지만 가끔은 똑게형일 필요가 있고 특히 지위가 높을수록 그렇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삼국지 인물을 예로 들어 손권은 똑게형, 조조는 똑부형, 원소는 멍부형, 유비는 미안하게도 멍게형이다.

최고의 리더십 유형으로는 똑게 스타일이 각광받기도 한다. 최악은 멍게형이겠으나 쓸데없는 일에 열심인 멍부가 더 조직 성원으로서는 위험하다. 멍부형은 안 해도 그만인 군일에 매달리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사코 만들어서 한다. 남이 애써 차린 밥상에 숟가락 올려놓고 자기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경향도 이 타입에 많다.

불필요한 일을 색출하려다 보면 이런 유형의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생산성과 경쟁력 없는 일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매달 1%씩 찾아내 1년에 12%의 일을 없앤다는 것이 충북도 구상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1%까지 찾아낼지는 미지수다. 업무 감소 목적이 도식적이고 불분명할 때의 귀결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멍부나 멍게의 반대편에서 실천하는 방식이 있다. 불필요한 행사, 불필요한 시간외근무, 불필요한 출장, 그리고 연말 남아도는 예산으로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식의 낭비 요소도 싹 줄여야 하고, 줄어든 일과 인력과 예산은 더 필요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일에 배분해야 한다. 남대문(숭례문) 방화범이 “종묘는 경비원이 있어 포기했다”고 한 말을 두고두고 잊지 말자.

인력과 조직이 있어 규제가 따르고 그 규제가 효율성의 발목을 잡는다는 문제인식이 늘 정답은 아니다. ‘경제 규제 50건당 인력 1% 감축’을 새 정부는 들고 나온다. ‘해녀’(해양수산부와 여성부)를 둘러싼 정부조직 개편도 규모와 외형에 너무 치중된 느낌이다. 1% 줄일 일이 있으면 1% 이상 늘릴 일이 있다. 정책 수혜자에게 꼭 있어야 할 고마운 ‘전봇대’도 있다. 위에서나 옆에서 하니까 따라 한다면 멍부, 멍게 짓거리와 다를 바 없다.

앞머리에 ‘군’ 자 돌림이면 하잘것없는 것을 나타낼 때가 있다. 부적절한 관계녀를 군계집이라 한다. 군사람이나 하는 군더더기가 군일이다. 주민 입장에서 군일 없애기가 충북도의 1% 없애기의 본령이라면 이게 광역 및 기초 지방정부에 첫째가는 알파 효과 같은 것을 내야 한다. 군소리 같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공무원상은 똑부와 똑게 사이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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