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심심파적 ‘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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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심심파적 ‘닭’ 이야기

최충식 논설위원

  • 승인 2008-02-27 00:00
  • 신문게재 2008-02-28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계란 노른자위가 두 개였다. 양계장에 찾아가 바꿔달라 했더니 주인은 닭들을 집합시키고는 “어젯밤 두 탕 뛴 닭 누구야?”라고 물었다. 계란을 바꿔줘서 가져왔다. 이번엔 노른자위가 없어 바꾸러 갔다. 양계장 주인은 닭들을 소집해 다그쳤다. “어젯밤 피임한 닭 나와!”


지난 주말 대전문인협회 선거에서 사회자가 분위기 전환용으로 띄운 농담이다. 사회자의 배려는 뛰어났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노련한 작가 선생님들이 그깟 성력파(性力派) 닭 이야기를 모를 리 없고 모두들 속으로 웃고 있었을 것이다.

웃는 김에 더 웃자고 시시콜콜히 독계산(禿鷄散)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촉나라 태수 여경대가 몸에 좋다는 약재를 먹고 낮밤 모르고 아내를 괴롭혔다. 견디다 못한 아내가 동댕이친 약을 집어먹은 수탉이 암탉 대가리가 민둥민둥하도록 쪼아댔다 해서 그 약에‘대머리 독(禿)’ 자를 붙여 독계산이라 했다.

또 꼭 빠지면 서운한 것이 미국 제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 쿨리지 대통령 부부가 양계장을 방문했을 때 영부인은 하루 8∼12회씩 짝짓기하는 수탉 얘기를 듣고 “대통령한테 저 수닭 이야기를 꼭 해달라”고 신신당부한다. 이 말을 전해들은 대통령은 수탉의 파트너가 그때그때 바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영부인에게 그 말도 전해주오”라고 당부한다. 새 파트너를 만나면 무감각해진 성적 반응이 되살아나는 현상이 쿨리지 효과다.

북아메리카의 산에 사는 들쥐는 짝짓기를 마치고 헤어지는데 비해 대초원에 사는 들쥐는 짝짓기 뒤에 암컷과 함께 지낸다. 애착관계를 안 보인 들쥐 뇌에서 옥시토신이 생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챈 학자들은 옥시토신과 파트너 관계 지속의 원리를 구명했다. ‘사랑’이란, 우리를 꼼짝없이 번식의 덫에 걸려들게 하려는 유전자의 책략이기도 하다.

이 옥시토신을 맡으면 상대에 대한 신뢰감이 두 배로 증대한다는 결과를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팀이 발표해 화제가 된 게 얼마 전이다. 이 호르몬을 만약 정치가들이 풍기고 있으면 표로 연결된다는 가설을 말한다면 총선 출마자들의 귀가 솔깃해질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지금 정치가 부화 못하는 무정란을 품은 암탉 같다 할까, 왕자를 생산 못해 후궁에게도 멸시받는 왕후 같다고 할까. 이명박 정부의 첫 국무회의를 한덕수 참여정부 총리가 주재하고 참여정부 각료들이 참석하는 ‘노명박 회의’를 기어이 보고 말았다. 한승수 총리 후보자 국회 인준이 벽에 가로막히면서 어제(27일) 오후 생긴 일이다.

어쩌면 무정란이거나 노른자 두 개인 계란을 보는 듯하다. 옛 어른들은 노른자 두 개면 부자 된다 했건만,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구각(軀殼)을 뚫고 새 생명으로 부화하는 수정란임을 보여야 한다. 타자가 깬 무정란은 끽해봐야 계란 프라이용이다. 생산성 있는 가능성의 정치, 신뢰 호르몬을 생성하는 정치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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