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하늘에서 남자가 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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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하늘에서 남자가 비처럼…

  • 승인 2008-04-03 00:00
  • 신문게재 2008-04-04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습도는 오르고 기압은 떨어지고 있네요
소식통에 따르면 거리에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밤 10시 반쯤에
사상 처음으로 남자들이 비처럼 쏟아질 예정이랍니다∼”


한 달에 서너 번 갈까말까 하는 헬스클럽에서 자주 틀어대는 노래가 있다. 박자도 시속 6.5㎞ 속도로 걷기에 딱 맞지만 가사가 귀에 익을수록 흥겹다. 게리 할리웰의 ‘잇츠 레이닝 멘(It`s Raining Men)`. 국내 리메이크 곡이 있지만 원어로 들어야 제 맛이다. 이치로, 물리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그 무엇이 사람을 행복에 젖게 하는 수가 있다.

하늘에서 남자가 비처럼 쏟아진다는 발칙한 가사는 억지스럽다. 그러면서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땀이 비오듯 러닝머신을 타는 여자들 틈새에서 들어야 노래가 내뿜는 에너지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간절히 “아멘”을 외치는 신도 모양, 러닝머신 위에서 ‘할렐루야, 에이멘(아멘)` 부분만 추임새 넣는 여성을 보면 덩달아 심장이 러닝머신을 탄다.

이 노래는 하늘에서 남자가 내려오는 그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진은 서울 명동 어느 건물 외벽에서 본 르네 마그리트의 '골콘다'라는 작품이다. 스카이 다이빙하다 잘못 낙하하는 비현실적인 침대 광고 속에서는 남자가 천장을 뚫고 떨어졌다. 그러나 가사는 ‘비를 맞을 수 있게 지붕을 뜯어내고 침대에 가만히 있어요`다.

대지에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엄청난 쿠션이 존재함일까. 남자들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어요. 할렐루야! 남자들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어요. 아멘! 남자가 떨어져도 멀쩡하게 하는 쿠션은 여자의 마음 아닐까. 지루한 일상에서 끄집어낸 공상, 망상, 잡상은 유쾌하다.

가외의 소득도 있다. 그 벽력같은 음악소리에도 조잘조잘 입운동하는 여자들에 적응하다 수다의 생리를 완전 정복하게 된 것이다. 여아는 태아 때 입을 옴죽거리는 횟수가 많아, 임신 16주를 지나 20주가 되면 입의 움직임이 벌써 남아보다 활발해진다는 놀라운 사실을 이제 믿기로 했다. 천성적으로 여자는 거짓말에서 유리하다. 남자보다 혀가 덜 굳고 말수를 줄여 잘 탄로나지 않으며, 이때 남자는 시선을 피하지만 여자는 눈을 물끄러미 보는 경향이 있다. 우열이 아닌 차이다.

주변 공간 정보를 다루는 뇌 부위도 달라 여자에겐 ‘길치`가 많다. 기하학적인 사고에 조금 더 능숙한 남자는 너끈히 그 여자의 집 천장을 정조준해서 떨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금발 남자, 흑인 남자, 마른 남자, 거친 남자, 힘센 남자, 인색한 남자…. 원하는 모든 여자들이 ‘재정리`한 하늘에서 러브 사인을 받아 이상형을 만나기를!

오늘도 하늘에서 봄비를 대신해 쏟아지는 남자들. 이 경이로운 은유에서 다원주의적 생물학 논리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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