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강사 김정선씨다. 그녀는 “놀고 있네, 웃기고 있네,는 절대 나쁘지 않다. 신나고 적극적으로 놀자”며 ‘아싸! 불타는 이 기분`을 실어 노래를 선창한다. 우리네 문화권은 ‘논다`를 ‘댄스한다, 삽질하다` 등과 같이 썩 좋게 수용하지 않는다.
존경하는 선배님께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사람이 웃긴대. 최 위원 글 말이야.” 평소 기사가 재미있다는 것을 지식, 정보, 재미가 뭉뚱그려진 최상급 표현으로 생각하지만 이때의 ‘웃긴다`는 해석이 필요한 경우다. 덕담이려니 응수했지만 화끈하게 ‘좋다` 했으면 사람 속이 얼마나 편했을까.
때마침 ‘삽질` 의성어를 따려고 최승범 교수 의견을 빌릴까 했으나 허사였다. 그는 맷돌소리를 〔돌돌돌돌〕로 묘사한다. 메떡 치는 소리〔콩닥 콩〕, 찰떡 치는 소리〔쫄기덕 쿵〕, 맘놓고 뀐 방귀는 〔푸웅〕, 조심하다 샌 방귀는 〔뾔옹〕으로 세분하면서 삽질 소리 언급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어느 여름 내내 삽질하던 기억에 의존하니 분명한 〔삽 삽〕이었다. 한 삽 한 삽, 삽질이 헛짓과 동의어인 것은 신성한 삽질행위에 대한 모독이다. 영어로도 땅파기(digging the soil)는 ‘어리석은 짓(a fruitless debate)`이란다. 오나가나 불도저 앞에서 삽질 시범 보이는 부류 탓이다.
‘한편으로는(!)` 땅파기의 진정성을 모르는 소치다. 새 문인협회장이 “땅파기보다 어려운 게 글쓰기”라고 본보 인터넷방송에서 밝힌 뜻도 글쓰기-땅파기의 상통성, 아마 그걸 거다. 고대영어 시절 ‘쓰다`는 ‘긁다, 파내다`였다. 자작나무 껍질을 긁어 자국 낸 데서 나왔지만, 긁고 파는 행위는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글쓰기는 수백, 수천의 삽질을 대신할 불도저 없이 삽으로 감당하는 가내수공업이다. 컴퓨터는 노동을 대체할 기계가 아닌 노동을 돕는 도구다. 글쓰기가 평범한 삽질에서 비롯되는 사실, 온 땅을 갈아엎지 못해도 잘만 삽질하면 불도저, 포클레인 앞도 문제 안 된다는 사실을 많은 동료 문인과 기자들은 믿고 있다. 힘들어도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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