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선거가 즐겁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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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선거가 즐겁다니요?”

  • 승인 2008-03-26 00:00
  • 신문게재 2008-03-27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프레젠테이션이 막 끝났을 때가 판매 성사에 최고의 시기다. 상품 정보를 가장 확실히 인지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후보등록을 마치고 오늘 시작되는 본격 선거운동에 효용체감의 법칙을 적용할 여지는 없을까? 투표 인센티브 제도가 처음 도입되는 점도 이번 총선의 특이점이다. 즐거운 투표, 지금부터 만들어 가자.


동기부여를 목적으로 하는 자극이나 유인책을 인센티브라 한다. 옛날 심심산골의 반쪽이가 부잣집 영감과 내기 장기를 둔 것도 딸과 혼인시켜 준다는 인센티브 때문이었다. 누구나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경제학은 인센티브에 관한 학문이기도 하다.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는 구매 의욕과 근로 의욕을 부추기지만 잘못된 인센티브는 거꾸로 의욕을 떨어뜨린다.

사진 속 동전은 바로 지난밤 치킨집에서 전화요금으로 돌려받은 깜찍한 인센티브다. 액수가 클 필요는 없다. 또한 부정행위도 기본적인 경제행위의 하나다. 야구 선수 마크 크레이스는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지 않다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까지 했다. 심정적으로 이해되지만 부정한 인센티브에는 페널티가 따른다.

이번 총선에서는 물질적 가치로 투표를 유도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상업적 인센티브를 처음 도입한다. 선관위 여론조사에서 꼭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 의향 층이 51.9%에 불과했는데 그 고육책이다. 미래예측은 수치로 표시하라는 원칙에 충실하면,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 사적지, 자연휴양림의 입장료나 주차료를 2000원 범위에서 할인해줄 전망이다.

이러한 인센티브는 물론 유권자가 그 인센티브에 가치를 부여할 때 효과가 나타난다. 호주에서 투표율을 95%로 극적으로 끌어올린 놀라운 힘은 기권에 대해 벌금을 물리는 페널티(의무투표제)에 있었다. 브라질, 칠레, 그리스, 터키에서도 투표 불참자에게 제재를 가한다. 그러나 인위적인 투표율 제고는 낮은 투표율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민심을 왜곡할 소지도 있다.

투표율 저조 원인을 가장 단순히 말하면 선거가 재미없어서다. 공명선거 홍보대사인 원더걸스가 “선거도 우리처럼 즐겁게 하세요”라고 홍보하지만 “무엇이 즐겁다고? 투표권도 없는 소녀들이…?” 하고 반문할 수 있다. ‘자베르 경감(그에게 장발장은 그저 전과자다)의 딜레마’, ‘생육신’과 ‘친박연대’, ‘명계남’(이명박 계열만 남음)과 ‘태현실’(태반이 현재 실세) 공천 등등, 나름대로 박진감(?)은 넘친다.

그래도 정치의 묘한 중독성과 쾌감을 전혀 못 느끼는 일반 유권자라면 이건 또 뭔 소리냐 할지 모르겠다. 투표가 끝나는 곳에서 민주주의는 끝난다. ‘촌락이 끝나는 곳에서 인류는 끝난다’는 레비 스트로스의 말을 바꾸고 보니 꽤나 거창(巨創)스럽다.

그만큼 인센티브까지 동원한 국회의원 총선거가 퇴보한 선거가 안 되길 바란다. 유권자가 꿈꾸는 환상의 후보자가 어딨겠는가. 조금 좋아서 찍고, 싫으면 다른 후보 찍으러 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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