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중심 삼국지 '창천항로'에선 유비는 겁 많은 좀생이로 비중을 달리한다. 지금 개봉관에 걸린 '삼국지 : 용의 전설'은 조자룡 중심인데 말짱한 미국녀 매기 큐가 사진처럼 조조 손녀 조영으로 나온다. 조자룡을 놓고도 역사가, 소설가, 게이머의 시선은 같지 않다.
한실(漢室) 중흥의 명분처럼 국정균형론과 견제론은 대의명분이 있고 지역마다 색깔 다른 스펙트럼이 있다. 경상도는 대통령당이라며, 전라도는 우리 아니면 일당독재라며 한쪽을 세게 밀었다. 충청 민심은 견제세력도, 연합세력도 될 선진당을 골랐다.
투표일 전날까지 충청지역은 세발솥(鼎)의 중원 삼국지였다. 삼국지를 애독한 탓일 테지만, 그런 형국이었다. 민주당 강세인 충북, 선진당 강세인 충남, 두 특성이 섞인 대전이 그렇고, 세 변수인 여당, 민주당 현역의원, 선진당 지역기반이 그런 그림이었다.
다른 차이도 있다. 대평원의 위, 비옥한 오, 분지인 촉처럼 대전과 충남.북이 확연치 않았으나 싸움 내용은 실전 삼국지보다 치열했다. 각 당은 충청 베팅에 나섰고 선거의 여인 박근혜까지 대전을 찾았다. 봉급 주는 용병제라 여차하면 퇴각시킨 삼국지 시대가 서바이벌게임 수준이면 충청 삼국지, 대전 삼국지는 ‘죽느냐 사느냐`였다.
무상함에 대한 깨우침이 또한 삼국지의 교훈이다. 군신 관우는 일자무식 여몽의 꾀에 죽고 조조 대군을 떨게 한 장비는 술에 곯아떨어져 부하 손에 어이없이 죽었다. 솥정(鼎)의 세 발 균형이 깨진 충청권은 당분간 삼국지 시대가 아닐지 모른다. 시야를 넓히면 영남과 호남, 충청을 둘러싼 지역주의 벽이 더 삼국지다. “삼국지는 결과 없는 역사”라는 유덕화(조자룡 역)의 말을 선진당은, 아니 모든 정당은 새겨들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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