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무작정 따라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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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무작정 따라 하기

최충식 논설위원

  • 승인 2008-02-21 00:00
  • 신문게재 2008-02-22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지만, 네바다 사막은 원래 바다였다고 한다. 왜 ‘네바다`였는고 하니 네 면(四面)이 바다여서 그렇다는 것. 폭포 ‘나이아가라`는 우리말 ‘네 가람(江)`과 어원이 동일하다는 주장이 있다. 인디언의 말 ‘아파치`가 ‘아버지`에서 나왔다는 그럴듯한 얘기도 있고.


“미국 가서 오렌지라고 했더니 못 알아듣더라.” 본토 발음을 모사한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발음과 발언이 인수위가 문을 닫고도 논란거리다. 맥락은 조용필이 미국 가게에서 “밧데리” 달라니 못 알아듣더란 것과 비슷하다. 이 오렌지 발음은 뒷날 신문에 오린지, 어륀지, 아륀쥐, 아린쥐, 오린지, 아린지 등으로 적혔다. 미국인 발음을 청해 들으니 내 귀엔 차라리 [오렌지]에 가깝다. 유아론적 독선을 피하기 위해서도 표기법이 있어야겠구나 생각했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오렌지(orange) 발음은 물론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귀신소리까지 적을 수 있었다는 자부심을 뒤로하고, 잠시 말머리를 베이징 쪽으로 돌려봐야겠다.

중국 요리에 퉁쯔지(童子鷄)가 있다. 사내아이닭으로 읽으면 틀리다. 영계를 말하는데, 글자 따라 직역하면 민망하게 ‘성(섹스) 경험 없는 닭`이다. 중국 사람들은 미니스커트를 [미니췬]이라 한다. 사람을 혼란스럽게(迷) 하는 치마(裙)라는 뜻이다. 맞는가?

외국인 이름도 중국에 가면 개명은 필수다. 라사복(羅斯福)이면 루스벨트, 덕사정하부만(德斯汀荷夫曼)으로 쓰였으면 더스틴 호프만이다. 자동차도 BMW는 바오마(寶馬.보배로운 말), 볼보는 푸하오(富豪.부호), 옵티마는 위안젠(遠艦.큰배), 카니발은 자화(嘉華.아름답고 화려함)로 바뀐다. 핫도그는 뜨거운 개(熱狗), 컴퓨터는 전기뇌(電腦)로 완전 의역한다. 중국인 앞에서 핫도그나 아이스크림을 말하면 못 알아듣겠다며 ‘팅부동(聽不憧)`을 외칠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중국인의 융통성과 현지화 노력으로 칭송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기에 표의문자인 중국어의 한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奧林匹克)을 앞두고 영어 작명 때문에 그들이 법석인 것을 봐도 우린 그에 비해 참 행복하다. 연예인들이 팬(fan)을 아랫입술 안 깨물고 발음해도 아무도 그걸 냄비(pan)로 알아듣지 않는다. 요새는 미국의 오렌지 가게에서 한국인이 [오렌지] 달라면 눈치코치로 알아듣는다.

우리가 ‘panty`를 빤스라 적건 팬티라 적건 영어 발음 습득과는 전혀 무관하다. 요도의 사소한 위치 때문에 인류의 절반이 변기에 걸터앉아 소변보는 것처럼, 구강구조로 인해 발음이 다른 건 어떻게 건드릴 수 없다. 하나 ‘오렌지` 발음을 연말 개그대상에 추천하자는 움직임엔 단호히 반대다. 웃기려 의도한 코미디가 아니고, 표기법도 한국어의 일부라는 사실과 언어 습득의 본질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허공에서 헤엄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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