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오렌지(orange) 발음은 물론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귀신소리까지 적을 수 있었다는 자부심을 뒤로하고, 잠시 말머리를 베이징 쪽으로 돌려봐야겠다.
중국 요리에 퉁쯔지(童子鷄)가 있다. 사내아이닭으로 읽으면 틀리다. 영계를 말하는데, 글자 따라 직역하면 민망하게 ‘성(섹스) 경험 없는 닭`이다. 중국 사람들은 미니스커트를 [미니췬]이라 한다. 사람을 혼란스럽게(迷) 하는 치마(裙)라는 뜻이다. 맞는가?
외국인 이름도 중국에 가면 개명은 필수다. 라사복(羅斯福)이면 루스벨트, 덕사정하부만(德斯汀荷夫曼)으로 쓰였으면 더스틴 호프만이다. 자동차도 BMW는 바오마(寶馬.보배로운 말), 볼보는 푸하오(富豪.부호), 옵티마는 위안젠(遠艦.큰배), 카니발은 자화(嘉華.아름답고 화려함)로 바뀐다. 핫도그는 뜨거운 개(熱狗), 컴퓨터는 전기뇌(電腦)로 완전 의역한다. 중국인 앞에서 핫도그나 아이스크림을 말하면 못 알아듣겠다며 ‘팅부동(聽不憧)`을 외칠 것이다.
우리가 ‘panty`를 빤스라 적건 팬티라 적건 영어 발음 습득과는 전혀 무관하다. 요도의 사소한 위치 때문에 인류의 절반이 변기에 걸터앉아 소변보는 것처럼, 구강구조로 인해 발음이 다른 건 어떻게 건드릴 수 없다. 하나 ‘오렌지` 발음을 연말 개그대상에 추천하자는 움직임엔 단호히 반대다. 웃기려 의도한 코미디가 아니고, 표기법도 한국어의 일부라는 사실과 언어 습득의 본질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허공에서 헤엄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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