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2020-03-09
나는 '야잘못(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세 번째 돌려보는 중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연봉 갈등을 빚던 이세영 운영팀장이 포수 서영주 선수에게 "선은 네가 넘었어!"라며 양주잔을 힘껏..
2020-03-08
털 복숭이 인간 '바야바'가 사는 집으로 변하는 중이다. 한동안 미용실을 가지 못해 길어진 머리카락이 두 아들 녀석 얼굴을 점점 덮고 있어서다. 나도 아직 버티고 있지만, 조만간 앞머리 가위질에 직접 나서야 할 판이다. 어제 돌린 빨래는 오늘 저녁이면 다시 수북해진다...
2020-03-05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파된 지도 어느덧 47일이 지났다. 지난 1월 19일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 국적의 여성이 다음날인 20일 최종 코로나19 환자로 확진됐다. 이 여성은 '1번 환자'로 분류됐다. 정부는 1번 환자와 접촉한 45명을..
2020-03-04
3월 5일은 절기상으로 경칩(驚蟄)이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인 이즈음이 되면 겨울철의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하게 돼 한난(寒暖)이 반복된다. 기온은 날마다 상승하며 마침내 봄으로 향하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2020-03-04
'염원'. 마음에 간절히 생각하고 기원한다는 뜻이다. 누구나 저마다 염원하는 게 있다. '가을야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가서 들은 이번 시즌 목표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염원으로 꼽았다. 선수들 전원의 각오이자 목적, 그 자체가..
2020-03-02
한때는 신문과 뉴스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들을 진실이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 신문과 뉴스는 거짓말을 할리 없다고.
10여년전 신문사 초년생 시절, 신문 공부를 하기 위해 국내 최대의 보수지를 날마다 읽다보니 '이게 다 대통령 때문이다'라는 부정적 인식이 심어지..
2020-03-01
지난달 포르투갈의 축구리그에선 독특한 세레모니를 한 선수가 자진해서 퇴장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축구경기에서 선수가 자진해서 퇴장당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선수도 관중들도 어리둥절하게 만든 이 해프닝은 며칠 뒤 포르투갈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사태를 수습하는 일..
2020-02-26
첫 인상이 왜 중요한가. 흔히들 쉽게 잊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처음 그 사람들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굉장히 오만한 기준 같기도 하지만, 잊히지 않을 첫 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첫 인상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들 상대방도 그렇지 않으리..
2020-02-25
한 달 전쯤이었을까.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한 두 명씩 나올 때 대전 내 모든 종합병원의 관계자들은 "왜 이렇게 호들갑이세요. 이러다 말 거예요"라며 호언장담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루 이틀 확진 환자까지 발생하지 않자, 그 이후 만난 병원 관계자들은 다들..
2020-02-24
유난 떠는 대전시민 돼보자. 신사의 나라로 영국을 꼽는다면, 대전은 예로부터 양반 도시로 불렸다. 행동에 여유가 있고, 말에 급함이 없다. 양반 도시이자, 조용한 도시, 평안한 도시라서 좋은 점이 무척 많다. 개인적으로 대전을 살기 좋은 도시로 소심하게 뽑는 이유론 '..
2020-02-23
"유대인은 머리에 악마처럼 뿔이 달려있고…" 영화 '조조래빗(Jojo Rabbit)'은 10살짜리 꼬마 남자아이 조조의 눈으로 '나치'를 담아냈다. 조조는 전투 연습을 위해 주말 소년단 캠프에 입단했다. 그곳에선 날카로운 칼을 쥐여주고 폭탄을 안겨줬다. 어느 날엔 생명..
2020-02-20
남편은 그날따라 불안해했고 웬일인지 오랜 친구들과 모임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다. 식탁 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울리면 눈치 보기 바빴다. '한 놈만 걸려라' 눈빛으로 모여 앉은 6명은 남편 핸드폰이 울리자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네 입술이 그리워'. 문자 보낸 이가 누..
2020-02-19
"중수가 되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자마자 팝업창이 떴다. 눈팅만 하던 나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등업이다. 한달 전 쯤, 미니멀 라이프 카페를 내 손으로 검색해 가입했다. 복잡한 머릿 속을 정리하고 싶었을까.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갖추고..
2020-02-17
취임 한 달을 맞을 정세균 국무총리가 신고식을 단단히 치르는 모양새다. 지난달 14일 총리에 취임해 엿새 뒤에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총리가 주재하는 공식·비공식 회의는 코로나19 대응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 정책 최고결정기구인 국무회의를 비롯해..
2020-02-17
난 애들이 싫다. 지금까지 내가 겪어 온 나름의 데이터에 의해 내린 결론이다. 정확히는 애들이 싫었다. 회사를 다니기 전, 나도 똑같은 알바몬이었다. 이것저것, 한두 개를 시작으로 알바의 이력을 늘려갔고, 요리조리 더 나은 알바 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중엔..
2020-02-13
어느 날 길을 걷다 무심코 건너편 아파트를 봤다. 멀리서 봐서 그런지 상자 여러 개가 모여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저 많은 상자 중에 작은 상자 하나를 사려면 돈을 얼마만큼 벌어야 하지?"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 연봉이 3634만 원이라는 통계를 놓..
2020-02-11
"방금 경찰서에서 우리 아이 진술서를 보고 오는 길입니다… 학교는 '선생님이 너희가 예뻐서, 딸 같아서 그런 것이니 너희가 이해해라'고 쉬쉬하려 했습니다." 지난 6일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S여학교 비위 진상조사 요구 기자회견에서 한 피해학생 학부모는 울먹이며 호소..
2020-02-11
인적이 끊긴 새벽, 마스크를 쓴 남성이 아파트 상가 주변에 나타났다. 얼마 안 있어 모자와 마스크로 중무장한 또 다른 남성도 모습을 드러냈다. 두 남성은 알 수 없는 물건이 담긴 비닐봉지와 현금을 주고받은 뒤 담배 한 개비를 나누어 피우며 잎사귀로 보이는 물체를 만지작..
2020-02-09
#하얀 석회가루가 쏟아져 나오는 라인기로 학교 운동장에 선을 긋는다. 선이 다 그어지면 경기가 시작된다. 선으로 구분된 팀의 일원이 돼 상대 팀을 향해 공을 던졌다.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놀던 우리가 선 하나에 이기고 지는 사이로 변했다. 선은 우리를 같음과 다름으로..
2020-02-05
며칠 전 취재 현장에서 '엄마들'을 만났다. 대전 유성구에 사는 이 엄마들은 지역에 있는 원자력시설에서 인공방사성핵종인 세슘이 누출됐다는 사실에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전문가와 시민 대표가 모여 사건 이후 대책에 대해 논의하는 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 회의에 엄마들은 지역..
2020-02-04
며칠 전 큰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했다. 원래 학교 강당에서 치르는 거였는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로 온 나라가 흉흉해지면서 각 학급에서 영상을 보며 진행하는 거로 규모가 축소됐다. 축하객도 직계로 제한해 교실 안으로는 들어갈 수도 없게 했다. 졸업식에 온 수많..
2020-02-03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2호인 원종건 씨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묘하게 닮으면서도 다르다. 원 씨는 20대 청년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안 전 지사는 차기 충청 대권 주자였던 점에서 닮았다. 같은 당 소속이란 점도 그렇다. 빠질 수 없는 단어도 있다. '미투'다. 원 씨..
2020-02-02
"경상도 사람들이 충청도를 핫바지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아무 말 없는 사람, 소견이나 오기조차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1995년 민선 1기 지방선거 천안역 유세에서 故 김종필 전 총재(당시 자유민주연합 총재)가 한 이 말로 '충청도 핫바지론'이..
2020-01-30
오랜만에 본가에서 지내는 날은 배 터지는 날이다. 올 설 명절도 어김없이 그랬다. 엄마가 일일이 고르고 다듬고 지지고 볶아서 만든 반찬과 국은 서울, 대전 아니 전 세계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맛난 음식들이다.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다보면 세상 모든 일들을 숫자와 효율..
2020-01-29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도구'를 사용해 왔다. 이 도구라는 것이 처음엔 단순히 돌을 떼어서 사용하는 뗀석기에 불과했지만, 점차 돌을 갈아 뾰족하게 만들거나 구멍을 뚫어 사용하기도 하는 등 정교해지게 된다. 이제는 인공지능은 이야기하기에 이르렀다.이처럼 인간의 편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