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미 차장 |
이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연봉 갈등을 빚던 이세영 운영팀장이 포수 서영주 선수에게 "선은 네가 넘었어!"라며 양주잔을 힘껏 던지는 7화 엔딩이다. 양주잔은 산산이 부서졌고, 연봉 협상도 결국 결렬됐다.
드라마 속 서영주 선수는 백승수 단장에게 양주를 쏟으며 비아냥거리고, 운영팀장을 여자라 부르는 못된 말도 내뱉는다. 또 치질에 걸린 치부를 공개하면서 연봉 5억을 받아야 하는 근거를 설명한다. 프로선수라면 고액 연봉을 받아야 할 자신을 어필할 수 있지만, 서영주 선수는 지나치게 태도가 나빴다. 운영팀장의 한마디가 사이다처럼 다가온 건 선을 넘은 서영주를 향한 불쾌감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선을 넘는다는 건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다. 줄꾼들은 보는 이의 오금이 저리도록 일부러 휘청휘청 위험하게 줄을 탄다. 이들은 줄에서 떨어지지 않는 프로다. 그러나 인생의 줄은 수십 년을 살아도 왜 이렇게 아마추어 같은 것인지. 그게 말이든 행동이든 선을 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때를 우린 종종 마주하곤 한다.
선을 지킨다는 건 절제라는 단어가 집약된 인생 같다. 한마디 하고 싶지만, 욱하고 싶지만, 호흡을 가다듬으며 순간을 이겨내면 실수하지 않는다. 선을 지킨다는 건 어쩌면 견디고 버티고 보는 인내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역사 속에서도 선을 넘은 탓에 자멸한 사람들이 종종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삼국지'에서 한때 영웅이라 칭송받았던 자의 최후만 보더라도 선을 지키지 못한 아쉬운 결말이 보인다. 관우는 유비 대신 형주를 지키며 오나라의 황제 손권의 아들을 "개의 자식"이라 표현하는 오만함을 보인다. 이 사건으로 의리와 충정으로 묘사됐던 관우는 참수형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비와 관우의 의동생 장비의 마지막도 흡사하다. 관우가 세상을 떠나자 술독 빠져 살던 장비는 부하들을 수시로 폭행했고, 이를 참지 못한 부하들에게 암살된다. 유비와 관우, 장비 세 사람의 도원결의 첫 순간을 생각해본다면 난세의 영웅들의 최후라기에는 믿기지 않는 결말이다.
요즘 '코로나19' 지역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다. '중국에 왜 줬느니, 나라가 마스크 관리 하나 못했느니'하는 선을 넘는 말들이 넘쳐난다. 요즘처럼 대국민 정서가 유약해진 때 섣부른 말, 괜한 말들로 상처를 주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질 나쁜 선 넘고 또 선을 긋는 어리석은 짓이다.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때론 선을 지키며 침묵하는 기다림이 필요하고, 때론 침묵 대신 선을 넘는 과감한 용기라는 DNA가 내재돼 있다. 다만 그 모든 것엔 때가 있고, 넘어선 안 될 '마지노선'이 있다는 것을 곱씹어 봐야 할 요즘이다.
이해미 경제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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