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씨는 20대 청년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안 전 지사는 차기 충청 대권 주자였던 점에서 닮았다. 같은 당 소속이란 점도 그렇다. 빠질 수 없는 단어도 있다. '미투'다. 원 씨는 인재영입이 발표된 직후 전에 만났던 여성으로부터 폭로가 쏟아졌다. 안 전 지사도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던 해 터졌다.
다른 점이라면 미투의 '정도'다. 안 전 지사는 아내가 있었지만, 비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며 미투 논란이 터졌다. 직접적 상해를 가한 폭행은 없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았다. 도지사란 위치에 있어 어쩔 수 없이 당했다고 주장한 안 전 지사의 비서의 말처럼 법원도 안 전 지사를 그렇게 판단했다. 충청 대망론을 실현할 차기 대권 주자가 미투로 무너진 셈이다.
원 씨는 정치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미끄러졌다. 안 전 지사와는 스케일이 다르다. 사실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폭로 내용을 보면 인상부터 찌푸려진다. 피해자는 다리 곳곳에 멍이 들었다며 자신의 사진을 내걸었다. 원 씨와 주고받은 메시지도 공개했다. 앞뒤 말이 다 잘려있으나 피임 없이 성관계를 맺고자 했던 강압적인 사실이 일부 공개된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원 씨를 가리키며 '민주당의 미래'라고 극찬한 게 무색해질 정도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원 씨는 인재영입 과정에서 '페미니즘은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 페미니즘의 정의는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해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 권리와 주체성을 확장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운동이다. 강압적 성관계, 여성혐오를 일삼았다고 주장한 여성의 폭로를 보면 원 씨의 말과는 상반된다. 남자 망신을 다 시킨 격이다. 원 씨는 문제가 불거지자 자리에서 내려왔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폭로됐더라면 반박하지 않았을까 싶다. 시작부터 논란이 일었으니 당내에서도 사퇴하란 압박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진정 자신이 떳떳했더라면 해당 여성을 무고죄로 고소하지 않았을까. 소외계층과 청년을 대변할 차세대 '청년주자'가 미투로 얼룩졌다. 페미니즘은 시대정신이라고 목청 높였던 원 씨다. 남성이 말 한마디 잘못하면 성희롱범으로 고소당하는 현실에서 대놓고 기름을 부은 격이다. 남자 망신에 이어 청년 망신까지 제대로 시켰다. 원 씨는 자리에서 내려오며 폭로한 여성을 가리켜 '한 때 사랑하던 여자'라고 칭했다. 앞으로 나올 청년 주자를 위해서라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정도의 충분한 사죄를 했어야 했다. 청년은 다 그럴 것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질까 우려스럽다. 안 전 지사는 최소한 남자 망신은 시키지 않았다. 부적절한 관계였으나 모든 남성이 그럴 것이라는 편견은 가져다주지 않았다. 안 전 지사와 원 씨가 묘하게 닮으면서도 다른 점이다.
<방원기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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