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살기 좋은 대전', 이번 만큼은 긴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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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살기 좋은 대전', 이번 만큼은 긴장하자

경제사회부 이현제 기자

  • 승인 2020-02-24 10:55
  • 신문게재 2020-02-25 22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유난 떠는 대전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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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제 기자.
돼보자. 신사의 나라로 영국을 꼽는다면, 대전은 예로부터 양반 도시로 불렸다.

행동에 여유가 있고, 말에 급함이 없다. 양반 도시이자, 조용한 도시, 평안한 도시라서 좋은 점이 무척 많다.

개인적으로 대전을 살기 좋은 도시로 소심하게 뽑는 이유론 '차분함'이다. 공공장소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도 크게 소란스럽지 않다.

가끔 한, 두 명의 치명적인 시끄러운 사람으로 크게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러한 이유에선지 대전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뽑히곤 한다.



그러나 유명 가수가 지방 콘서트 투어를 다니면서 가장 힘든 곳으로 뽑는 지역이 대전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워낙 차분하다 보니 대전에선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기 가장 힘든 도시라고들 말한다.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조차도 그렇지 않은가. 참는다. 일단 참는다. 흥이 올라도 체통을 지키며 자제한다. 남들 눈에 띄는 행동을 마냥 좋게 보지 않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나조차 그렇다. 좋은 말로 하자면 대전사람은 시끄러운 유난을 떨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무던하고 둔감하다고까지 할 수 있겠다. 이해한다. 나조차 그랬다.

대전은 또 자연재해 없는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른 지역 사람이 '대전은 뭐 할 것도 없고, 볼 것도 없는데, 뭐가 좋아?'라는 질문에 소심하지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다. 2004년 폭설이 한 번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일은 없었다. 다른 지역에 폭설과 장마, 강풍, 미세먼지 등 각종 재난재해와 이상기온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지만, 대전에선 그런 뉴스를 좀처럼 듣거나, 보기 어렵다. 어쩌면 대전사람이라면 안전불감증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것 같다. 나부터 바뀌었다. 대전이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자부하다가 뚫리고 도시가 뒤숭숭해진 지 나흘이 지났다. 대전에서도 소강상태이긴 하나 확진자가 연이어 나왔다.

한 격리자가 자가격리 중 외출을 하고 시내를 돌아다녔다는 소식에 당황스럽지만, 나도 그랬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안 된다. 다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재난 상황에선 그 누구보다 과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특히, 자가격리에 해당하는 격리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해야 한다.

가족도 멀리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손 씻기와 가족 모두가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격리자의 체액과 구강은 물론 호흡기 분비물, 분변의 간접 접촉도 극단적으로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격리자는 철저하게 증상이 없더라도 검사 결과가 나오는 약 24시간은 세상과 등져야 한다. 24시간이다.

격리자가 아니더라도 발열이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외출을 자제하고 하루에서 이틀 정도는 경과를 관찰하고 집에서 휴식해야 한다. 지금만큼은 유난 좀 떨어보자.


이현제 기자 gusw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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