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화 미디어부 기자 |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로서 요즘 생각이 많다.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처음 등장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표현이 새삼 존경스럽다. 중학생이 되면 초등학교 때의 영광은 해프닝이고 고등학생이 되면 중학교 때의 활약은 연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씩 내려놓는 게 학부모의 숙명이 아닐까 싶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뒤엉켜있던 어느 날, 아들을 서울대학교에 입학시켰던 경험을 지인에게서 듣게 됐다. 고액 입시컨설팅을 받는 심정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그는 아들의 공부역량을 객관화된 수치로 변환해 학습능력을 끌어올린 게 주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적(Performance)=지능지수(IQ)×감성지수(EQ)'라는 공식을 내 앞에 그려 보였다. 'P'로 일컬어지는 성적(성과)은 지능지수에 감성지수 곱이 커질수록 증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지수(SQ)를 얹힌다면, 회사나 조직 내 구성원의 역량을 분석해 인사에 반영하는 통계가 될 만큼 정확하고 분석적인 이론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마음의 지능지수'를 지칭하는 감성지수를 강조하면서 부모의 역할이 크게 요구되는 영역이라며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아이에게 격려와 찬사를 아끼지 않고, 때때로 고삐를 잡아끌고 회유나 읍소까지도 불사하며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혼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아는 논리일 수 있겠지만, 목표 도달을 위한 실제 적용은 그리 쉽지 않다는 걸 경험상 알고 있다. 지능지수 0.1% 범위에 감성지수가 상위인 그의 아들은 동 대학원 졸업 후 현재 교수직을 준비 중이다.
대화를 이어가는 내내 감정만 앞세워 화내고, 아이에게 소리 지르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솔직히 서울대라서 더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했지만, 아이의 학습능력에 부모의 태도가 깊게 관여된다는 조언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3월 입학을 시작으로 고등학생으로서 그려갈 딸의 인생 그래프에 나는 몇 점의 감성지수를 부여해줄 수 있을까.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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