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기 전, 나도 똑같은 알바몬이었다. 이것저것, 한두 개를 시작으로 알바의 이력을 늘려갔고, 요리조리 더 나은 알바 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중엔 좋았던 기억도 있었으나 일이란 건 언제든 짜증을 동반했다. 그리고 애들은 그 짜증을 참으로 강화시키는 존재들이었다.
내 첫 번째 알바는 키즈카페였다. 귀여운 아이들과 장난치며 노는 그림을 상상한 채 갔건만, 내가 온종일 한 일은 키즈카페 전체를 100바퀴쯤 돌며 편백나무 조각들을 정리하는 거였다. 치우면 또 생기고 치우면 또 생기고. 잘도 집어던지며 노니 당연히 제자리에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처음 시작한 키즈카페 경력이 보기 좋게 먹혔는지 이후 애들과 함께하는 알바에 잘도 고용됐다.
난 참으로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좋은 기억을 안겨준 애들도 있었고 끔찍한 기억들을 쏟아부은 애들도 있었으나 결론은 그 모든 것들을 통칭해 '애들이 싫다'였다.
하지만 그 생각이 참으로 폭력적이라고 느낀 건 오월드에서 보낸 시간 때문이었다. 난 그곳에서 사파리 알바를 했다. 표면적인 역할은 주 고객인 애들을 안전하게 버스에 태우고 내려주는 일이었지만 실상은 애들 달래기였다. 사파리는 동물원의 메인 시설이었고 때문에 누구든 동물감상 10분을 위해선 2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무려 땡볕에서! 그리고 그 시간을 온전히 참아낼 애들은 사실 없었기에 내 일은 애들의 2시간을 달래는 게 돼버렸다.
당연히 애들은 참을성이 없었고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그러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애들의 타고난 정성이었다. 미취학 및 초등 저학년이라면 누구나 그런…. 갈리는 건 애들의 태도였다. 2시간을 온전히 기다리거나 그러지 못하겠다고 떼를 쓰는 모습. 그리고 그건 같이 온 어른의 태도에 기반했다. 기다림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나의 말에 웃음으로 답하는 어른과 함께한 아이는 저도 덩달아 인사를 하며 함께 웃었다. 반면 언제 탈 수 있냐며 욕을 하는 어른과 함께한 아이는 그 옆에서 세상 떠나가라 울었다. 애들은 같이 온 어른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애들이 싫었다. 정말 그 작은 악마들 때문에 속으로 소리를 질렀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애들은 그저 주변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닮고 자신을 감싸고 있는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그 가운데서 변화의 과정을 겪어가는 중일 뿐이다. 그러니 그저 덮어 놓고 싫다고 해선 안 될 존재다. 오히려 더 큰 관심을 쏟아줘야 할 존재다. 적어도 한 아이의 눈살 찌푸리는 어떤 모습이 꼭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지는 않아야 하지 않을까.
유지은 기자 yooj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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