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애들이 싫다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애들이 싫다

  • 승인 2020-02-17 14:45
  • 신문게재 2020-02-13 22면
  • 유지은 기자유지은 기자
m
난 애들이 싫다. 지금까지 내가 겪어 온 나름의 데이터에 의해 내린 결론이다. 정확히는 애들이 싫었다.

회사를 다니기 전, 나도 똑같은 알바몬이었다. 이것저것, 한두 개를 시작으로 알바의 이력을 늘려갔고, 요리조리 더 나은 알바 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중엔 좋았던 기억도 있었으나 일이란 건 언제든 짜증을 동반했다. 그리고 애들은 그 짜증을 참으로 강화시키는 존재들이었다.

내 첫 번째 알바는 키즈카페였다. 귀여운 아이들과 장난치며 노는 그림을 상상한 채 갔건만, 내가 온종일 한 일은 키즈카페 전체를 100바퀴쯤 돌며 편백나무 조각들을 정리하는 거였다. 치우면 또 생기고 치우면 또 생기고. 잘도 집어던지며 노니 당연히 제자리에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처음 시작한 키즈카페 경력이 보기 좋게 먹혔는지 이후 애들과 함께하는 알바에 잘도 고용됐다.

난 참으로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좋은 기억을 안겨준 애들도 있었고 끔찍한 기억들을 쏟아부은 애들도 있었으나 결론은 그 모든 것들을 통칭해 '애들이 싫다'였다.



하지만 그 생각이 참으로 폭력적이라고 느낀 건 오월드에서 보낸 시간 때문이었다. 난 그곳에서 사파리 알바를 했다. 표면적인 역할은 주 고객인 애들을 안전하게 버스에 태우고 내려주는 일이었지만 실상은 애들 달래기였다. 사파리는 동물원의 메인 시설이었고 때문에 누구든 동물감상 10분을 위해선 2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무려 땡볕에서! 그리고 그 시간을 온전히 참아낼 애들은 사실 없었기에 내 일은 애들의 2시간을 달래는 게 돼버렸다.

당연히 애들은 참을성이 없었고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그러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애들의 타고난 정성이었다. 미취학 및 초등 저학년이라면 누구나 그런…. 갈리는 건 애들의 태도였다. 2시간을 온전히 기다리거나 그러지 못하겠다고 떼를 쓰는 모습. 그리고 그건 같이 온 어른의 태도에 기반했다. 기다림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나의 말에 웃음으로 답하는 어른과 함께한 아이는 저도 덩달아 인사를 하며 함께 웃었다. 반면 언제 탈 수 있냐며 욕을 하는 어른과 함께한 아이는 그 옆에서 세상 떠나가라 울었다. 애들은 같이 온 어른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애들이 싫었다. 정말 그 작은 악마들 때문에 속으로 소리를 질렀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애들은 그저 주변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닮고 자신을 감싸고 있는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그 가운데서 변화의 과정을 겪어가는 중일 뿐이다. 그러니 그저 덮어 놓고 싫다고 해선 안 될 존재다. 오히려 더 큰 관심을 쏟아줘야 할 존재다. 적어도 한 아이의 눈살 찌푸리는 어떤 모습이 꼭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지는 않아야 하지 않을까.
유지은 기자 yooje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5. "한밤중 계엄령" 대전시-자치구 화들짝… 관가 종일 술렁
  1.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2.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3.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4.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5. [사설] 교육공무직·철도노조 파업 자제해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