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마약의 늪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마약의 늪

  • 승인 2020-02-11 09:05
  • 최고은 기자최고은 기자
119943198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적이 끊긴 새벽, 마스크를 쓴 남성이 아파트 상가 주변에 나타났다. 얼마 안 있어 모자와 마스크로 중무장한 또 다른 남성도 모습을 드러냈다. 두 남성은 알 수 없는 물건이 담긴 비닐봉지와 현금을 주고받은 뒤 담배 한 개비를 나누어 피우며 잎사귀로 보이는 물체를 만지작거렸다. 수상한 현장은 CCTV를 지켜보던 관제요원에 의해 포착됐고 곧 순찰차가 출동했다. 경찰 조사로 밝혀진 이들의 정체는 알고 보니 마약 판매자와 구매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불과 지난주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대한민국에서 마약법에 규정된 행위를 범한 자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을 받고 마약을 제조할 목적으로 그 원료를 수입, 수출, 소지, 소유한 자도 같은 형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유명 연예인들이 마약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뉴스가 봇물 터지듯 보도되며 마약 사범이 증가하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채팅 앱과 SNS를 통해 다양한 마약을 손쉽게 접할 수 있어 20대에선 마약 사범이 3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마약 때문에 매스컴을 타는 재벌가 자제들이 늘고 클럽 등에서 암암리에 유통될 정도로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든 상황이다. 또한, 한 해 검거되는 마약 사범 가운데 히로뽕 및 그 외 암페타민류와 관련된 인원이 1만 여 명이 넘고 대마초도 1천여 명에 이른다. 히로뽕은 대마초보다 중독성이 훨씬 큰 하드 드럭이기 때문에 더욱 우려가 된다.

마약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의존성에 있다. 마약을 필요한 만큼 구하지 못하면 금단 증상이 나타나 자금 마련을 위해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뇌·간·심장 등 신체 기관 대부분이 손상되는 것은 물론 신경 조직망까지 망가져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마약이 생각보다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접착제로 사용되는 일명 돼지본드도 오용하면 마약으로 변질된다. 어릴 때 흔히 말하는 돼지본드의 냄새를 맡아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기자도 호기심에 잠깐 코를 갖다 댄 경험이 있는데, 오래 맡으면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생각이 난다. 그런 충동이 점차 잦아지면 더 큰 쾌락을 위해 다른 마약들을 찾으며 마약 중독의 길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본드도 장기간 흡입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뇌 손상을 입어 치매, 암 등에 이르기도 한다.

한 남성은 과거 청소년기 우연히 접한 본드로 25년 동안 마약의 늪에 빠져 사채업자에게 신장 포기각서를 쓸 정도로 중독돼 마약을 끊고자 부모 앞에서 혈서까지 쓰며 처절한 세월을 보냈다. 다행히도 현재 그는 마약 재활 지도사로 활동하며 마약의 위험성을 전파하고 있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마약을 하거나 하려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이래도 마약을 하시겠습니까? 

 

최고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5.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1. "한밤중 계엄령" 대전시-자치구 화들짝… 관가 종일 술렁
  2.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3.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4.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5. 계엄 선포에 과학기술계도 분노 "헌정질서 훼손, 당장 하야하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