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인적이 끊긴 새벽, 마스크를 쓴 남성이 아파트 상가 주변에 나타났다. 얼마 안 있어 모자와 마스크로 중무장한 또 다른 남성도 모습을 드러냈다. 두 남성은 알 수 없는 물건이 담긴 비닐봉지와 현금을 주고받은 뒤 담배 한 개비를 나누어 피우며 잎사귀로 보이는 물체를 만지작거렸다. 수상한 현장은 CCTV를 지켜보던 관제요원에 의해 포착됐고 곧 순찰차가 출동했다. 경찰 조사로 밝혀진 이들의 정체는 알고 보니 마약 판매자와 구매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불과 지난주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대한민국에서 마약법에 규정된 행위를 범한 자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을 받고 마약을 제조할 목적으로 그 원료를 수입, 수출, 소지, 소유한 자도 같은 형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유명 연예인들이 마약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뉴스가 봇물 터지듯 보도되며 마약 사범이 증가하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채팅 앱과 SNS를 통해 다양한 마약을 손쉽게 접할 수 있어 20대에선 마약 사범이 3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마약 때문에 매스컴을 타는 재벌가 자제들이 늘고 클럽 등에서 암암리에 유통될 정도로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든 상황이다. 또한, 한 해 검거되는 마약 사범 가운데 히로뽕 및 그 외 암페타민류와 관련된 인원이 1만 여 명이 넘고 대마초도 1천여 명에 이른다. 히로뽕은 대마초보다 중독성이 훨씬 큰 하드 드럭이기 때문에 더욱 우려가 된다.
마약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의존성에 있다. 마약을 필요한 만큼 구하지 못하면 금단 증상이 나타나 자금 마련을 위해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뇌·간·심장 등 신체 기관 대부분이 손상되는 것은 물론 신경 조직망까지 망가져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마약이 생각보다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접착제로 사용되는 일명 돼지본드도 오용하면 마약으로 변질된다. 어릴 때 흔히 말하는 돼지본드의 냄새를 맡아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기자도 호기심에 잠깐 코를 갖다 댄 경험이 있는데, 오래 맡으면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생각이 난다. 그런 충동이 점차 잦아지면 더 큰 쾌락을 위해 다른 마약들을 찾으며 마약 중독의 길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본드도 장기간 흡입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뇌 손상을 입어 치매, 암 등에 이르기도 한다.
한 남성은 과거 청소년기 우연히 접한 본드로 25년 동안 마약의 늪에 빠져 사채업자에게 신장 포기각서를 쓸 정도로 중독돼 마약을 끊고자 부모 앞에서 혈서까지 쓰며 처절한 세월을 보냈다. 다행히도 현재 그는 마약 재활 지도사로 활동하며 마약의 위험성을 전파하고 있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마약을 하거나 하려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이래도 마약을 하시겠습니까?
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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