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미 편집부 차장 |
뜬금없이 웬 도구 이야기냐고 할 것이다. 최근에는 연장으로서의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도구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서다.
얼마 전 이란의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알리자데 제누린이라는 여성이 모국을 영원히 떠나겠다는 결심을 SNS를 통해 선언하면서 이란인들이 충격을 받았다는 뉴스를 읽었다. 망명을 선언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란 당국이 자신을 '선전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2016년 브라질 올림픽 태권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이란 사상 첫 여성 메달리스트라는 역사를 만든 '태권도 영웅'이다. 그런 그녀가 "나는 그들이 말하는 대로 옷을 입고, 지시하는 대로 말하고, 명령하는 모든 문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우리는 도구에 불과했다"라고 폭로한 것이다.
같은 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바로 '아덴만의 영웅' 이국종 교수가 병원장으로부터 욕설 세례를 받는 녹취록이 한 언론을 통해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때려 쳐 이XX야, 인간 같지도 않은 XX 말이야'라고 소리치는 녹취를 듣고도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이후 이 교수는 아주대병원의 닥터 헬기 운영, 예산사용 등 외상센터와 관련해 비판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그는 결국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직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생각해보면 20년 동안 병원 앵벌이를 했다. 더 이상은 외상센터 일을 못 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사건의 인과관계를 떠나 욕설을 퍼부은 병원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언급한 두 사례는 사람을 선전과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이란의 태권도 영웅도, 우리의 이국종 교수도 자신들을 도구처럼 쓰려는 또 다른 인간들에 대해 아마도 진저리가 났을 것이다. 어느 곳이든 인간을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있다.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는 이들을 보면 속이 거북하다. 인간을 도구처럼 쓰고, 타인의 성과를 자기 것 마냥 포장하고 제 욕심만 채우려는 사람, 언젠가 뒤돌아보면 그 곁엔 결국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은 목적달성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같은 목표를 갖고 나아가는 조직의 구성원들은 함께 소통하고 신뢰해야 할 동료이지 도구가 아니다.
원영미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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