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인간의 도구화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인간의 도구화

원영미 편집부 차장

  • 승인 2020-01-29 14:54
  • 신문게재 2020-01-29 22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2019121501001436600062831
원영미 편집부 차장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도구'를 사용해 왔다. 이 도구라는 것이 처음엔 단순히 돌을 떼어서 사용하는 뗀석기에 불과했지만, 점차 돌을 갈아 뾰족하게 만들거나 구멍을 뚫어 사용하기도 하는 등 정교해지게 된다. 이제는 인공지능은 이야기하기에 이르렀다.이처럼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도구의 발달은 문명의 발전과 떼어 생각하기는 힘들다. '도구(道具)'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일을 할 때 쓰는 연장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또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이라는 뜻도 있다.

뜬금없이 웬 도구 이야기냐고 할 것이다. 최근에는 연장으로서의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도구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서다.

얼마 전 이란의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알리자데 제누린이라는 여성이 모국을 영원히 떠나겠다는 결심을 SNS를 통해 선언하면서 이란인들이 충격을 받았다는 뉴스를 읽었다. 망명을 선언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란 당국이 자신을 '선전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2016년 브라질 올림픽 태권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이란 사상 첫 여성 메달리스트라는 역사를 만든 '태권도 영웅'이다. 그런 그녀가 "나는 그들이 말하는 대로 옷을 입고, 지시하는 대로 말하고, 명령하는 모든 문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우리는 도구에 불과했다"라고 폭로한 것이다.

같은 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바로 '아덴만의 영웅' 이국종 교수가 병원장으로부터 욕설 세례를 받는 녹취록이 한 언론을 통해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때려 쳐 이XX야, 인간 같지도 않은 XX 말이야'라고 소리치는 녹취를 듣고도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이후 이 교수는 아주대병원의 닥터 헬기 운영, 예산사용 등 외상센터와 관련해 비판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그는 결국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직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생각해보면 20년 동안 병원 앵벌이를 했다. 더 이상은 외상센터 일을 못 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사건의 인과관계를 떠나 욕설을 퍼부은 병원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언급한 두 사례는 사람을 선전과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이란의 태권도 영웅도, 우리의 이국종 교수도 자신들을 도구처럼 쓰려는 또 다른 인간들에 대해 아마도 진저리가 났을 것이다. 어느 곳이든 인간을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있다.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는 이들을 보면 속이 거북하다. 인간을 도구처럼 쓰고, 타인의 성과를 자기 것 마냥 포장하고 제 욕심만 채우려는 사람, 언젠가 뒤돌아보면 그 곁엔 결국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은 목적달성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같은 목표를 갖고 나아가는 조직의 구성원들은 함께 소통하고 신뢰해야 할 동료이지 도구가 아니다.
원영미 편집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5.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1. "한밤중 계엄령" 대전시-자치구 화들짝… 관가 종일 술렁
  2.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3.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4.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5. 계엄 선포에 과학기술계도 분노 "헌정질서 훼손, 당장 하야하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