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2023-09-21
봄비에 꼭 깨문 빨간 입술 빨간 수줍음 새색시처럼 다소곳한 꽃망울에 영롱한 진주알 달고 노오란 꽃술은 옛님을 그리워하며 온몸이 뜨거웠던 그 사랑을 위해 붉은 가슴 끌어 안고 애타는 그리움 밭에 붉게 낭자하다 신해자 시인은? ▲'순수문학' 수필 작품상, '조선문학' 시..
2023-09-21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여행지를 뒤적이는 데, 중국 산둥성 옌타이(烟台) 여행 메모가 눈에 띄었다. 오후 6시경 인천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옌타이행 향설란(XXL)에 승선, 이튿날 아침 옌타이항에 도착했던, 3박 4일간의 선박여행에 관한 메모 용지이다. 옌타이 선박여행은 각자..
2023-08-24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유년시절 아버지께서 즐겨 치던 피아노 건반 위에는 <반달>이라는 노래악보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우리 딸, 우리 딸" 하시며, 정말 단 한..
2023-08-23
나는 시인이 되던 날, 가슴이 뭉클했다. 한편, 시를 잘 쓸 수 있을까 내심 반문하면서 마치 남의 옷을 잠시 빌려 입은 듯 시부문 신인상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쏜살같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막막하기만 한 내 일상을 시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것..
2023-08-20
부모님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요양원 어디에 없을까? 늙지 않고 병들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의 80살 정도 살고 난 후 우리의 미래는 건강이 나빠지는 모습이 누구나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는 "나만은 아니야" 라는 신념을 갖고 견딜 수 있는 시간 끝까지..
2023-08-09
문학관은 내게 멀게 생각되던 곳이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내 관심 안에 있다. 작년에 시를 공부하고 싶다는 일념에서 찾았던 것이 이제는 군것질이 생각나듯 틈만 나면 문학관 소식을 열어 보곤 한다. 지난해 6월에는 대전문학관 야외문학관에서 '이병률의 시적인 여행' 문학콘서..
2023-08-06
몸부림칠 태중 아이를 생각하면 끔찍하고도 못할 짓인데 선택적 유산도 고려해 보라하니 어찌 하라고 죄를 짓게하시나요 어떻게 선택해야 아이를 보낼 수가 있나요 너무나 슬퍼요 "그러기 전에 차라리 하나님이 데려가세요"라고 하고싶어요 주님. 벌써 두 번째 아이를 그렇게 염색체..
2023-08-02
등골이 오싹하게 빗줄기가 사정없이 내 볼을 후려친다 정신이 혼미해져 내리는 빗물에 한치 앞을 볼 수 없네 나락으로 빠질 듯한 처량한 신세한탄 슬픔이 밀려오면 천방지축 불효자식 어디 가고 정적만이 물결처럼 흐르는데 멋 부리던 숲속마을 덮쳐오는 소리에 화들짝 움츠리고 부들..
2023-07-21
문단 데뷔로 끌쩍거린 수필이 180 편을 넘었다. 그 중 ⅓ 정도의 작품을 가려내어 수필집을 냈다. < 발신인 없는 택배 >가 처녀작 수필집 창간호로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되었다. 땀과 집념의 노작이라서 그런지 애 첫 아빠가 된 기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출판사에서 갓..
2023-07-16
눈 덮인 동짓달의 긴 겨울밤 화롯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를 들었지요 하얗게 눈덮인 초가지붕 아래서 칠 남매 이불 속에 다리 넣고 아버지의 옛날 얘기를 들었지요 구성진 목소리로 곡조 맞춰 책을 읽어 주시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시던 아버지가 그리..
2023-07-09
사이렌 소리를 울려대며 내 앞을 요란하게 지나간다 '아버지 위급상황에 심장을 동동거리던 그날이 불안으로 조여와 소리 가는 방향으로 휘청인다' 불빛이 넘치는 금요일 저녁 꽉 막힌 도로에서 구급차가 차들 사이를 파고들다 더 나가지 못하고 빙빙 도는 소리만 날카롭게 울려댄다..
2023-07-05
하루는 시내에서 걸어서 집으로 오면서 나는 무심결에 푸치니<나비부인>에 나오는 아리아 '어느 개인 날에(Un bel di vedremo)' 를 읊조렸다. '어느 맑게 개인 날/저 푸른 바다 위에 떠 오르는/한 줄기의 연기를 바라보게 될거야./ 하얀 빛깔의 배가 항구에..
2023-06-29
-사랑하는 저의 엄마에 대한 간절한 사모곡입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2023-06-25
"창문이 구름을 밀치는 저녁, 함지가 해를 떠받드는 가을, 백 년 동안 이 모임을 길이 하리니 덕도 함께 복도 함께 하리라." 정조 동덕회(同德會) 세상을 바꾼모임들이 있었다. 죄인의 아들 '이산'을 왕으로 만든 동덕회(同德會)이다. 파리를 예술 문화의 중심으로 이끈..
2023-06-21
미국에서 귀국한 지가 1주일이 지났는데도 나는 잠자다가 눈을 번쩍 뜨곤 한다. 이동 구간이 멀다 보니 아침에 일찍 출발해서다. 지난주 미국 LA에 도착하여 4박 5일간 ?브라이스 캐니언, 자이언 캐니언, 앤털로프 캐니언, 그랜드 캐니언- 미국 서부 4대 협곡을 여행했다..
2023-06-12
밤새 길을 안내하던 가로등이 내어준 자리 부엌에서 바삐 움직이는 엄마의 손가락 사이에서 아침이 빛나고 아이 웃음소리 맑게 퍼지는데 새벽을 청소하는 땀방울 깨끗해진 거리로 물고기처럼 헤엄을 친다. 바쁜 발걸음 어제는 힘든 고난의 길이었지만 정성스럽게 셔츠의 깃을 세우고..
2023-06-07
나는 온라인상이지만, '생생(생생여행클럽 카페)'에 가입하여 활동한 지 10여 년이 넘었다. '생생'은 회원 상호 간의 친목보다는 중국을 여행하는 데 필요한 항공편, 선박여행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특히 인천항에서 가까운 산동성 지방인..
2023-06-04
대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급 1200원씩 하루 6시간을 일해서 받은 돈으로 대전 지하상가를 돌아다니며 고르고 골라 '분홍색 앙골라 스웨터'를 하나 샀다. 사랑하는 우리 할머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고 싶어서였다. 알록달록한 포장지를 뜯어보시라고 했..
2023-05-24
아침에 눈을 떠보니 소파였다. 몸이 무겁고 아프다. 어제 퇴근이 늦은 터라 11시에 저녁밥을 먹고 소파에 누워 잠깐 쉬었던 것 같은데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린 것이다. 안방으로 가보니 침대 위에 중3 딸과 초6 아들, 그리고 아내가 사이좋게 자고 있었다. 우~씨~ 완벽한..
2023-05-24
파도타기를 하러 갔어요. 매서운 바람이 코끝을 아리게 하는 추운 겨울날이었죠. 그날은 비까지 오더군요. 빗방울이 얼굴 위로 춤추듯 떨어졌어요. 그런데 그런 날 파도를 타야 진짜 파도타기 하는 맛이 나거든요. 겨울바다에서 파도타기 하는 맛은 타 본 사람만 알아요. 머리카..
2023-05-24
저녁 무렵, 거리를 걷는데 가을 햇살이 가로수 잎사귀마다 쏟아져 내리듯 비쳤다. 하기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붉게 익은 감들이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제법 익었을 터이다. 그러나 결실의 계절인 이 가을도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가을 서정을 탐닉하기보다는 오히려 세월의 덧없음..
2023-05-11
아버지는 2층집 마당에서 번개탄으로 연탄불을 지피고 석쇠를 올렸다. 그리고 쪽갈비를 맛있게 굽고 계셨다. 형과 나 그리고 막내동생 강아지 해피도 고기가 빨리 구워지기를 침을 삼키며 기다리고 있었다. 어릴적 아버지께서 구워주시는 쪽갈비의 맛을 찾으려 여기저기를 찾아다녔지..
2023-05-10
나는 자주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한다. 내가 왜 이곳에 있지, 내가 왜 이것을 해야만 하지, 라는 질문이다. 돈이 든 봉투가 없어진 그 날도 애초에 유심히 살펴보았다면 며칠간이었지만 공연히 마음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터였다. 지난달, 나는 모임에서 재무 담당으로 당일..
2023-04-26
오스트리아 케른텐 지방으로 3주간 휴가를 갔을 때다. 독일 북부 하노버에서 살고 있는 친구의 초대를 받고 나는 부푼 가슴을 안고 그녀 일행과 합류했다. 케른텐州는 오스트리아 남부에 위치한 알프스산맥이 있는 지대로 자연경관이 다채롭고 아름다워서 독일인들에게 잘 알려진 고..
2023-04-16
비가 내리고 있었어 이런 날 소주라도 홀짝이고 싶었으나 포기했어. 왜냐고? 정말 슬퍼질 거 같아서 길가 카페에 들어갔어 혼자 앉아 천변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싶었거든, 그런데 카페에 들어서자 자리가 다 찬 거 있지 잠시 기다리자 한 커플이 나갔어 퍼뜩, 뛰어가 엉덩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