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2023-11-13
봄부터 가을까지 구절구절 넘어온 사연 꽃잎에 간직했다 비바람에 무너질 삶이면 시작도 안했다 찬서리에도 굴하지 않는 몸 더욱 빛나 아낌없이 피웠다
2023-11-12
요즘 취업을 하려면 보통 자기소개서를 씁니다. 회사에 지원하게 된 이유도 씁니다. 그런데 자기소개서와 입사지원서를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책도 많고 영상도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2023-11-12
여든의 종손은 연신 춥다춥다 중얼거리며 다 닳아 없어진 세월을 자꾸만 쓸고 있다 고려와 조선 왕조의 뿌리를 지켰던 두 충신의 얼이 깃들어 있는 은행나무도 무명옷인 듯 정갈한 고택에 기대어 기울어져 가는 행단을 지켜내고 있다 얼어붙은 문풍지 사이로 시린 달빛이 들었던 자..
2023-11-12
내 인생 끌고 가는 한 마리 말이었고 세월의 짐을 싣고 가면서 무거운 짐 비우고 놓고 가야 할 지는 해 아름답다 서산의 해를 보라 줄 매어 당기는가 바닷물 끓는 소리 황혼의 노랫소리 돛단배 길을 잃고서 황혼에 취해 섰다 *아니 벌써 증손주 돌이라니 세월이 바람을 씻겨..
2023-11-07
올해는 유난히도 무더위가 오랜 기간 동안 기승을 부리는 한 해였다고 한다. 가을의 날씨도 아침.저녁과 한낮의 기온차이가 너무 심해 우리들의 건강을 시험해 보는 것은 아닐까 싶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11월 2일(목요일) 아내가 평소에 입버릇처럼 말했던 아산에 있는 곡교..
2023-11-02
대를 이어갈 손자 총총이 이름도 없이 총총이 그놈이 눈을 떳다 어쩐지 황토밭에서 자란 고구마처럼 그놈이 웃었다. 사랑산 저 너머 달천강 건너 단풍들고 낙엽질 때 그놈이 왔다 새벽닭 울고 새소리 부산한 어둑새벽 물안개 속으로 그놈이 왔다. 다 주고 누워 계신 무덤가 홀씨..
2023-11-01
나는 한가한 시간이면 복잡한 일상에서 먼지를 털어내듯 생각을 정리한다. 그중에도 가장 잊히지 않고 지금도 아쉬움이 있다면 언젠가부터 품고 있던 화가로의 꿈이다. 그림을 처음 그린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그 당시는 그림이 좋다기보다는 담임 선생님이 방학 때 반 친..
2023-10-31
머뭇거리는 동공 떨리는 심장 죽음 앞에서 연약한 한 사람으로 서 있다 사형장 어둠 속 빛으로 오신 주님께 부르짖는다 아들에 대한 깊은 사랑 믿음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야, 구태여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떳떳이 죽어라.' 어머니의 비장한 당부 하늘로 가는 마지막 길에 손..
2023-10-18
추석 명절을 앞두고 삼겹살 파티가 있었다. 도시 외곽에 있는 교회 앞마당에서 식탁을 나란히 놓고, 휴대용 부르스타 가스버너에 삼겹살을 굽는다. 그날 참석한 신도는 대략 50여 명으로, 대로변이기는 해도 차들의 왕래도 적은 데다, 반대편에 야산이 있어서 마치 어딘가 휴양..
2023-10-05
나는 가끔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곤 한다. 궤도를 이탈 없이 잘 가고 있는 건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끝없는 질문을 통해 나를 변화시켜 보려고 노력해 보지만, 결론은 언제나 그렇듯이 불완전한 미래만이 똬리를 틀고..
2023-09-21
봄비에 꼭 깨문 빨간 입술 빨간 수줍음 새색시처럼 다소곳한 꽃망울에 영롱한 진주알 달고 노오란 꽃술은 옛님을 그리워하며 온몸이 뜨거웠던 그 사랑을 위해 붉은 가슴 끌어 안고 애타는 그리움 밭에 붉게 낭자하다 신해자 시인은? ▲'순수문학' 수필 작품상, '조선문학' 시..
2023-09-21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여행지를 뒤적이는 데, 중국 산둥성 옌타이(烟台) 여행 메모가 눈에 띄었다. 오후 6시경 인천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옌타이행 향설란(XXL)에 승선, 이튿날 아침 옌타이항에 도착했던, 3박 4일간의 선박여행에 관한 메모 용지이다. 옌타이 선박여행은 각자..
2023-08-24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유년시절 아버지께서 즐겨 치던 피아노 건반 위에는 <반달>이라는 노래악보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우리 딸, 우리 딸" 하시며, 정말 단 한..
2023-08-23
나는 시인이 되던 날, 가슴이 뭉클했다. 한편, 시를 잘 쓸 수 있을까 내심 반문하면서 마치 남의 옷을 잠시 빌려 입은 듯 시부문 신인상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쏜살같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막막하기만 한 내 일상을 시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것..
2023-08-20
부모님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요양원 어디에 없을까? 늙지 않고 병들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의 80살 정도 살고 난 후 우리의 미래는 건강이 나빠지는 모습이 누구나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는 "나만은 아니야" 라는 신념을 갖고 견딜 수 있는 시간 끝까지..
2023-08-09
문학관은 내게 멀게 생각되던 곳이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내 관심 안에 있다. 작년에 시를 공부하고 싶다는 일념에서 찾았던 것이 이제는 군것질이 생각나듯 틈만 나면 문학관 소식을 열어 보곤 한다. 지난해 6월에는 대전문학관 야외문학관에서 '이병률의 시적인 여행' 문학콘서..
2023-08-06
몸부림칠 태중 아이를 생각하면 끔찍하고도 못할 짓인데 선택적 유산도 고려해 보라하니 어찌 하라고 죄를 짓게하시나요 어떻게 선택해야 아이를 보낼 수가 있나요 너무나 슬퍼요 "그러기 전에 차라리 하나님이 데려가세요"라고 하고싶어요 주님. 벌써 두 번째 아이를 그렇게 염색체..
2023-08-02
등골이 오싹하게 빗줄기가 사정없이 내 볼을 후려친다 정신이 혼미해져 내리는 빗물에 한치 앞을 볼 수 없네 나락으로 빠질 듯한 처량한 신세한탄 슬픔이 밀려오면 천방지축 불효자식 어디 가고 정적만이 물결처럼 흐르는데 멋 부리던 숲속마을 덮쳐오는 소리에 화들짝 움츠리고 부들..
2023-07-21
문단 데뷔로 끌쩍거린 수필이 180 편을 넘었다. 그 중 ⅓ 정도의 작품을 가려내어 수필집을 냈다. < 발신인 없는 택배 >가 처녀작 수필집 창간호로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되었다. 땀과 집념의 노작이라서 그런지 애 첫 아빠가 된 기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출판사에서 갓..
2023-07-16
눈 덮인 동짓달의 긴 겨울밤 화롯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를 들었지요 하얗게 눈덮인 초가지붕 아래서 칠 남매 이불 속에 다리 넣고 아버지의 옛날 얘기를 들었지요 구성진 목소리로 곡조 맞춰 책을 읽어 주시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시던 아버지가 그리..
2023-07-09
사이렌 소리를 울려대며 내 앞을 요란하게 지나간다 '아버지 위급상황에 심장을 동동거리던 그날이 불안으로 조여와 소리 가는 방향으로 휘청인다' 불빛이 넘치는 금요일 저녁 꽉 막힌 도로에서 구급차가 차들 사이를 파고들다 더 나가지 못하고 빙빙 도는 소리만 날카롭게 울려댄다..
2023-07-05
하루는 시내에서 걸어서 집으로 오면서 나는 무심결에 푸치니<나비부인>에 나오는 아리아 '어느 개인 날에(Un bel di vedremo)' 를 읊조렸다. '어느 맑게 개인 날/저 푸른 바다 위에 떠 오르는/한 줄기의 연기를 바라보게 될거야./ 하얀 빛깔의 배가 항구에..
2023-06-29
-사랑하는 저의 엄마에 대한 간절한 사모곡입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2023-06-25
"창문이 구름을 밀치는 저녁, 함지가 해를 떠받드는 가을, 백 년 동안 이 모임을 길이 하리니 덕도 함께 복도 함께 하리라." 정조 동덕회(同德會) 세상을 바꾼모임들이 있었다. 죄인의 아들 '이산'을 왕으로 만든 동덕회(同德會)이다. 파리를 예술 문화의 중심으로 이끈..
2023-06-21
미국에서 귀국한 지가 1주일이 지났는데도 나는 잠자다가 눈을 번쩍 뜨곤 한다. 이동 구간이 멀다 보니 아침에 일찍 출발해서다. 지난주 미국 LA에 도착하여 4박 5일간 ?브라이스 캐니언, 자이언 캐니언, 앤털로프 캐니언, 그랜드 캐니언- 미국 서부 4대 협곡을 여행했다..